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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서문원 기자
  • 영화
  • 입력 2023.01.11 05:06

'시간을 꿈꾸는 소녀' 禪 아름드리 수놓은 111분...다큐가 픽션으로 보일 때

'시간을 꿈꾸는 소녀' 1차 포스터(영화사 진진 제공)
'시간을 꿈꾸는 소녀' 1차 포스터(영화사 진진 제공)

[스타데일리뉴스=서문원 기자] 11일(금일) 개봉하는 '시간을 꿈꾸는 소녀'는 러닝타임 111분으로 짧지도 길지도 않다. 그리고 12세 이상 관람가의 다큐멘터리 영화다.

'시간을 꿈꾸는 소녀'는 장르만 놓고 보면 '과연 집중이 될까'하는 의문이 들겠지만, 다큐멘터리 장인인 박혁지 감독이 이 작품을 두고 7년 동안 공을 들인 이유가 장면 곳곳에서 감지된다.

사전 대본과 설정 없이 시청자와 관객을 향해 어필하는 다큐(논픽션)가 드라마틱한 픽션으로 보이는 건, 감독의 역량이랄 수 밖에 없다. 

이 작품의 주인공 권수진 양은 어렸을 때부터 남다른 점궤로 TV에 출연할 만큼 유명세를 누렸던 인물이다. 그녀는 무당이다.

그런데 영화 속 권수진 양과 그녀의 친할머니 이경원 씨는 흔히 우리가 익히 알고 있다고 생각했거나, 주변에서 봐왔던 무속인처럼 보이지 않는다. 왜일까.

'시간을 꿈꾸는 소녀' 스틸컷1(영화사 진진 제공)
'시간을 꿈꾸는 소녀' 스틸컷1(영화사 진진 제공)

우선 이 두 사람이 사는 두메산골 신당의 일상은 매일 아침 신당과 주변 청소, 그리고 기도로 시작한다. 신을 모시고 지극정성으로 사는 삶은 유럽의 힐데가르트 수도원과 큰 차이가 없다.  

몸과 마음을 정갈히 하고 기도와 명상으로 禪을 추구하는 것은 불교, 기독교, 이슬람이 똑같다.

매일 노동으로 불안정한 자신을 다듬고, 기도로 머리를 비우며 방문하는 이들의 고민을 스스로 찾아 해결하게끔 도와주는 것도 같다.

혹자는 "한국의 무당이 뭐길래 다큐영화에 기사까지 부연하지?'하는 의문이 들 수 도 있다.

하지만 종교는 물론이고 고대, 근대를 떠나, 신전을 모시는 자의 삶은 당사자의 선택이 아니라 선택 받은 사람들의 몫이었다.

다큐영화 '시간을 꿈꾸는 소녀'의 두 주인공 이경원 할머니와 권수진 양(영화사 진진 제공)
다큐영화 '시간을 꿈꾸는 소녀'의 두 주인공 이경원 할머니와 권수진 양(영화사 진진 제공)

지금도 그노시즘(영지주의)는 기독교(신구교) 내에서 금기다. 흥미로운 점은 미디어의 큰 축인 영화와 소설을 빌어 영지주의가 각광받고 있다는 것.

가령, 이사벨 아옌데의 대표 소설 '영혼의 집'(1989, 제레미 아이언스, 메릴 스트립, 글렌클로즈, 위노나 라이더, 안토니오 반데라스 주연)은 글로벌 베스트셀러에 이어, 극영화로도 흥행했다.

'영혼의 집'을 읽거나 극영화를 보면, 신녀의 삶이 결코 먼 곳에 존재하는 이가 아니라는 것쯤은 서구에서도 익히 알려진 이야기. 

2005년작 '이프 온리'로 유명한 제니퍼 러브 휴이트의 히트작 '고스트 위스퍼러' 시리즈도 심령술과 관련되어 있다. 이 작품도 영매 전문가의 조언을 받아 만든 드라마다.

11일 개봉 '시간을 꿈꾸는 소녀'는 어떤 영화로 기억될까?    

이 작품의 가장 큰 줄기는 스토리가 전반적으로 '禪하다'는 점이다. 현각의 스승인 숭산선사의 선(禪) 일 수도 있고, 만신 김금화 선생이 풍어제에서 보여준 선(禪)일 수도 있다.

그럼 다큐영화 '시간을 꿈꾸는 소녀'의 주인공인 권수진 양의 선(禪)은 언제 볼 수 있을까.

찾아보면 이렇다. 평소처럼 일찍 일어나 주변 청소를 하고 신당에 제를 올리고 기도를 마친뒤, 찾아오는 이들을 만나는 장면.

한겨울 고장난 보일러를 고치며 친할머니와 두런 두런 대화를 나누는 장면. 그리고 7년전 박혁지 감독의 첫 촬영을 통해 비춰진 수능 수험생 권수진 양을 보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모처럼 잔잔하면서도 인간의 내면을 가감없이 보여주는 '시간을 꿈꾸는 소녀'는 하이하버픽쳐스가 제작하고, 베테랑 영화사 진진이 올해 처음 배급한다. 러닝타임은 111분,  11일 개봉하며 12세 이상 관람가로 전국 85개관에서 상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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