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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서문원 기자
  • 영화
  • 입력 2022.12.06 17:55

영화 '우수' 목적지 없이 떠난 4050 여정...절찬 상영 중

느닷없는 친구의 부고로 만난 세 사람, 아련한 추억과 현재가 공존하는 러닝타임 79분

'우수' 메인포스터(인디스토리 제공)
'우수' 메인포스터(인디스토리 제공)

[스타데일리뉴스=서문원 기자] 점점 설자리를 잃어가는 낡은 사진관, 사장(윤제문 분)은 손님도 없는 사진관과 혼밥으로 쓸쓸한 중년기를 보내는 자택을 오가며 사는 50대 사진사다.  

그(윤제문)가 살아있다는 걸 증명하는 방법은 부엌 작은 식탁에 앉아 혼술을 기울이며 동네 후배(김태훈)에게 '한잔 하자'며 전화하는 것이 유일하다. 거절 당할 걸 알면서도 그는 매번 전화를 한다.  

그러던 어느날, 과거 절친했던 대학 후배 철수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연락을 받으면서 해야 할 일이 생겼다.

문제는 철수의 빈소가 전남 광양 어디쯤이라는 것. 혼자 찾아가기 어렵다고 판단한 그(윤제문)는 동네에서 휴대폰 영업을 하는 후배(김태훈)에게 연락하고, 과거 파혼했던 옛 연인 은주(김지성)가 근무한다는 갤러리까지 불쑥 찾아간다. 이유는 세 명의 절친 '철수가 죽었기 때문'

영화 '우수'(감독 오세현)는 러닝타임 79분 중 약 50분 가량이 세 주인공의 절친이 누워있는 빈소를 찾아가는 여정을 담고 있다.

'우수' 무력감을 넘어 고목이 되버린 4050세대의 현재진행형 

한편 세명의 친구들이 조문을 위해 전남 광양이라는 낯선 곳을 찾아가는 동안, 유독 눈에 띄는 장면이 하나 있다.

다름아닌 고속도로 위를 달리는 오래된 SUV차량 뒷모습. 스토리가 지루하다 싶을 때마다 불쑥 등장해 시선을 사로잡는다.

차량 모델은 현대정공 단종모델 테라칸. 보배드림 중고차 카테고리에도 몇대 없는 4륜 디젤 중형 SUV.  연식을 보면 2001년부터 제조 판매를 시작해 2007년에 단종됐다.

테라칸을 영화 속 소품 혹은 소재로 사용한건 과거 사건이 벌어진 시간대에 머물러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세명의 주인공들이 타고가는 테라칸이 망한 사진관 사장(윤제문)과 갤러리 이사로 재직 중인 김은주의 파혼 사건이 일어난 그 시기에 멈춰 있던 것.

극중 제4의 주인공이나 다름없는 4륜구동 테라칸은 겉만 보면 여전히 싱싱한데, 이제는 누가 봐도 구형 모델이다. 마치 영화 '우수'에 등장하는 세 명의 주인공들처럼. 

꽃샘추위와 더불어 얼음이 녹고 비가 내린다는 '우수'(雨水), 이 단어를 영화 제목으로 내세운 '우수'는 지난달 24일 극장에서 상영을 시작했다. 하필 11월에 열린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중에 개봉해 많은 관객이 찾지 못했다.

12세 관람가인 '우수'(률필름 제작/인디스토리 배급)는 개봉 전 언론과 평단의 극찬을 받았고, 흔히 현재의 일본을 지칭할 때 쓰는 '잃어버린 30년'처럼 2000년대부터 잃어버린 청춘을 되찾지도 못하고 사는 4050세대의 말라 비틀어진 정서, 정체성조차 찾을 길 없는 현대인들의 무표정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우수' 보도스틸컷(인디스토리 제공)
'우수' 보도스틸컷(인디스토리 제공)

중년의 메마른 정서를 담은 '우수'

이 작품의 상영관은 다음과 같다. 성북구 아리랑시네센터, 마포구 인디스페이스, 광진구 메가박스 군자, 강남 이봄씨어터가 남아있는 서울 상영관이다. 경기도는 파주 해이리시네마, 부천 판타스틱 큐브, 인천 미림극장 등이다.

경북은 인디플러스 포항, 안동중앙시네마, 대구는 독립영화관 오오극장, 대전은 독립영화전용관 씨네 인디U, 전북은 전주 도킹스페이스, 도킹스페이스 남원에서 상영 중이며, 경남은 창원 씨네아트 리좀, 광주는 광주독립영화관, 부산은 영화의 전당과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CGV서면에서 상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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