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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1.03.04 09:11

'로열패밀리', 첫 출발이 훌륭한 이유

수목드라마에 새로운 강자를 예감

▲ 사진 = 로열패밀리 포스터
놀랍다. 도대체 김인숙(염정아 분)의 본모습은 어떤 것일까? 이제까지의 나약하고 무기력한 모습이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

"멈출 수 없다면 달릴밖에요. 이제부터 시작이에요."

그녀를 감시하던 집사 엄기도(전노민 분)를 아저씨라 부르는 것도 심상치 않다. 어떤 알지 못하는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일까?

원래 스토리란 캐릭터와 관계, 사건으로 이루어진다. 누구인가? 어떤 인물인가? 무슨 관계인가?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인가? 궁금하다면 이 셋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이 가운데 하나만 성공해도 어떤 이야기의 시작으로서는 준수하다 할 수 있다.

그런데 어떻게 된 것이 MBC의 새 수목드라마 <로열 패밀리>는 2회가 지났는데 모두가 궁금하다. 꽁꽁 감춰두고 있는 것도 아닌데 하나하나 풀어해칠 때마다 오히려 더 궁금해진다. 도대체 김인숙이란? 김인숙과 엄기도의 관계는? 장차 김인숙과 한지훈(지성 분)의 관계는? 공순호(김영애 분)의 딸 조현진(차예련 분)과 한지훈의 관계는 어떻게 발전할까? 그리고 김인숙은 어떻게 공순호와 JK와 싸워 나갈 것인가? 그것은 또 어떻게 어떤 방향으로 진행이 될까?

마침내 한지훈이 김인숙을 돕기 위해 검사직마저 그만두고 JK로 뛰어들었다. 김인숙에 유리한 자료와 증언들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유력 대통령후보 백형인의 아내인 진향숙과의 관계가 드러나고. 그리고 진향숙과의 관계는 JK그룹의 지주회사체제화를 추진하는 공순호의 입장과 맞물린다. 과거의 일로 적대적인 백형인의 협력을 이끌어내지 못하고서는 지주회사체제로의 전환은 불가능하다. 공순호는 장차 지주회사로 예정된 JK클럽의 사장자리까지 내걸고 JK패밀리로 하여금 백형인과의 통로를 만들 것을 요구한다.

딱 김인숙을 위한 설정임을 알 수 있다. 조동호(김영필 분)과의 결혼으로 인한 공순호의 증오와 경멸을 피해 나서게 된 사회봉사활동에서 한지훈을 만나고 진향숙과 만나고, 그리고 그것은 <키다리 아저씨>에서 성별만 바꾼 듯한 한지훈과의 관계에 의해 진향숙이라는 존재가 드러나게 되고, 그것은 이제까지 아무것도 없이 무력하기만 했던 김인숙에게 다른 JK패밀리들과 경쟁할 수 있는 무기가 되고 있다. 그런데 이제까지 없던 비밀스러우면서도 강인한 김인숙의 모습이라니. 김인숙은 장차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조현진과 한지훈의 관계, 정확히는 조현진과 김인숙과의 관계도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하는 것도 무척 흥미로운 부분이다. 2회에서 드러난 바로 한지훈이 김인숙에 대해 느끼는 감정은 모성이다. 아니 모성이어야 한다.

"자식을 버려야 하는 어머니의 마음을 네가 어떻게 알아?"
"이것이 내가 사람임을 증명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야."

항상 믿어주고 기다려주고 따뜻하게 보듬어주고, 한지훈에게 김인숙이란 단순한 후원자 그 이상이었다. 그가 검사직마저 포기해가며 위험을 무릎쓰고 JK에 들어가려 한 것도 그래서였다. 더구나 모든 것을 희생하더라도 아들 조병준(동호 분)의 어머니로써 그것을 주장하고 또 증명하고자 하는 모습은 그를 저버린 생모와는 전혀 다른 어머니의 모습이었다. 한지훈이 김인숙에게 설사 그런 마음이 있었어도 그것을 계속 가져가기란 이미 어려워지지 않았을까?

그렇다는 것은 현재 한지훈에게 가장 가까이 있는 이성으로써 가능성이 높은 것이 조현진이라는 것일 텐데, 조현진과 한지훈과의 관계가 진전될수록 조현진과 김인숙의 관계 역시 여러가지로 미묘해지기 쉬울 것이다. 적으로 돌아설 것인가? 아니면 동지로서 연대할 것인가? 조현진은 소탈한 반면 무척 야심이 강한 것으로 묘사되고 있다.

물론 역시 김인숙의 변화와 가장 밀접하게 맞무리는 것은 공순호일 것이다. 예고편에서도 공순호가 일정부분 김인숙에 대해 인정하는 부분이 나온다. 끝까지 적으로써 악역을 고수할 것인가? 아니면 여기서도 또다른 반전이 있을 것인가? 냉혹하고 잔인한 이미지지만 그러나 한 편으로 고아출신인 한지훈을 인정하고 영입하는 합리성도 갖추고 있다. 공순호가 김인숙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단지 출신 때문만이었을까? 통속적이지만 또 한 번의 큰 반전을 그녀로부터 기대하는 이유다. 역시 그만큼 어쩌면 드라마상에서 김인숙과 가장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가장 중요한 주인공에 대해서마저 아직 제대로 보여지지 않은 것들이 이렇게 많다. 2회 거의 끝에 가서야 반전이 일어나며 다른 모습이 보였었는데 - 하긴 예고편을 보면 그것도 또 전부가 아니다. 캐릭터가 감추는 게 많으면 자연히 캐릭터의 관계에서 역시 변수가 늘어난다. 김인숙의 변신은 주위와 어떤 상호작용을 일으킬 것인가? 더불어 예정되었지만 김인숙이기에, 그리고 한지훈 등의 캐릭터가 주도함으로 바뀌게 될 모습들에 대해서마저. 하나하나 계속해서 보여지기는 하는데 그러나 정작 결정적인 것은 없다. 아직 파헤쳐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

<가시나무새>와도 비교되는 아주 훌륭한 출발이었다고 생각된다. 이미 모든 것을 읽혀 버린 <가시나무새>에 비해 아직도 뭐가 뭔지 모르겠다. 보일 듯 하기도 한데 그러나 구체적이지 않다. 적절한 긴장감이 무척 즐겁다. 일주일이 너무 길게 느껴질 정도로. 도무지 김인숙 한 사람조차 아직 파악이 끝나지 않았다. 다음주를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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