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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서문원 기자
  • 영화
  • 입력 2022.11.03 19:53

신작 ‘더 게임’ 헝가리 민간 사찰과 언론 통제의 과거사...12월 8일 개봉

반세기전 헝가리의 어둡고 음습한 독재정치 담은 ‘더 게임’ 현재 한국 상황과 비교해 볼만...

사진 속 오른쪽 인물은 베테랑 배우 야노스 쿨카가 전설적인 헝가리 정보요원 팔 머르코이다. 왼편으로 총을 들고 오는 인물은 공안경찰 2인자 융을 연기한 졸트 나지.(알토미디어 제공)
사진 속 오른쪽 인물은 베테랑 배우 야노스 쿨카가 전설적인 헝가리 정보요원 팔 머르코이다. 왼편으로 총을 들고 오는 인물은 공안경찰 2인자 융을 연기한 졸트 나지.(알토미디어 제공)

[스타데일리뉴스=서문원 기자] 오는 12월 8일 개봉을 확정 지은 영화 ‘더 게임’은 1950년대 당시 민간인 사찰과 친서방 인사 취조 및 물 샐 틈 없는 통제로 악명 높았던 헝가리 공안경찰국을 다룬 ‘시험’(the Exam)의 후속작이다.

현재 40대 이후라면 한때 학교에서 반공교육을 받았을 터. 그 시간에 연신 강조했던 부분이 바로 공산당 일당독재다.

그런데 해를 거듭할수록 한국에 사는 중장년층들이 좌우이념 보다 일당 정치독재가 문제라는 걸 알게 됐다.

이 점이 한국 민주주의의 성숙도가 한층 높아진 이유다. 소위 '비판적 지지'가 2000년도 들어 대중들에게 더 확산된 것.

반대로 현재 헝가리는 무늬만 EU(유럽연합)국가다. 엄밀히 보자면 폐쇄국가나 다름없다.  원인은 빅토르 오르반 현직 총리의 10년 부정부패와 전횡 탓이다.

오르반 총리 행정부의 독재정치는 오는 12월에 개봉하는 헝가리 영화 ‘더 게임’과 전작 ‘시험’(2011)이 긴 텀을 두고 현지 영화인들에 의해 제작되고 극장에서 상영되는 명분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다름아닌 헝가리 현대사와 관련되어 있기 때문.

헝가리는 2011년 민간인 사찰은 물론 기업광고를 통제 받는 미디어통합법이 발효되면서 언론과 방송의 정상적인 보도가 사라졌고, 방송은 헝가리판 땡전뉴스와 무미건조한 로코드라마, 풍자도 웃음도 없는 예능프로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현지 영화인들은 국가홍보를 제외한 제작 지원체계가 없어, 독일과 프랑스 영화사 혹은 이탈리아 포르노 제작사의 외주업체로 연명하고 있다.

최근에는 넷플릭스의 제작지원이 주요 수입원으로 급부상 중이다. 그럼에도 헝가리 영화인들의 자국 정치비판은 멈추질 않았다.

그 예로 내년초 발표될 2023 아카데미 시상식 국제영화부문 후보작으로 1990년 10월 항쟁으로 알려진 당시 헝가리 부다페스트 시내 택시 기사들의 민주시위를 담은 ‘블록카드’(Blockade)가 출품 된 것.

30년전 헝가리의 10월 민주항쟁을 다룬 영화 '블록카드' 1990년 배경의 이 작품은 당시 일방적인 유가인상을 단행한 정부에 대한 택시운전사들의 집단시위가 발단이었다. 내년 1월 발표 예정인 아카데미 시상식 국제영화부문 후보로 올라있다.(NFI)
30년전 헝가리의 10월 민주항쟁을 다룬 영화 '블록카드' 1990년 배경의 이 작품은 당시 일방적인 유가인상을 단행한 정부에 대한 택시운전사들의 집단시위가 발단이었다. 내년 1월 발표 예정인 아카데미 시상식 국제영화부문 후보로 올라있다.(NFI)

여기에 국내 영화사 알토미디어가 상영예정인 ‘더 게임’은 올해 칸 영화제에 출품했으며, 지난 6월 헝가리 필름어워즈에서 각본상을 비롯해 남녀 주연상을 수상, 총 3개 부문을 석권했다.

빅토르 오르반의 10년 변절사, 헝가리 영화계 각성시켜

한때 헝가리 공산주의 청년당 당수였던 빅토르 오르반은 1988년 자유주의연합(Fidesz)의 주요일원으로 출발해, 소련의 위성국가였던 조국을 비판하고, 주둔 중인 소련연방군 철군을 역설한 인물.

법대 엘리트 출신 답게 일목요연한 언변으로 당시 동유럽 정치권 핫이슈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빅토르 오르반의 정치력은 딱 거기까지 였다. 그는 1999년 자유연합을 집권여당으로 등극시키고, 본색을 드러냈다.

가령, 반이민 정책을 추구하고 극우성향 소수정파를 포용하는 강경 보수 행보를 걸었다.

그뒤 2002년 총선에서 정권창출에 실패한 오르반과 자유연합은 8년간 야당으로 머물며, 헝가리 사회민주당을 압박했다.

특히 친EU정책으로 서방의 요청에 기꺼이 응하던 헝가리 사민당과 정반대로 사라예보 학살만행의 원흉인 세르비아는 물론, 러시아, 중국과의 교류를 확대하는데 집중했다.

그 결과, 2010년 총선을 통해 재집권에 성공한다. 독재정치의 무능과 부패가 나라를 집어삼킨 것이다.

2010년 재집권한 오르반 총리 정부의 행보는 바지사장이나 다름없는 대통령을 세워 미디어법 개정과 반테러 정책을 빌어 민간인 사찰을 정당화하는 등 통치기반을 확보하는데 주력했다.

현재는 유럽연합의 주춧돌인 독일과 프랑스 언론과 정치권의 지속적인 감시를 받고 있으며, 헝가리 출신 금융 거물 조지 소로스의 투자철수가 이어졌다. 슈피겔 같은 독일 매체들의 폭로로 반유대 정치 성향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여기에 2019년 5월 29일에 벌어진 다뉴브강 유람선 참사(한국관광객 25명 희생)에서 가해 선박(5천톤급 크루즈)의 운영사인 바이킹 리버크루즈에 "오르반 총리 가족의 경영참여가 있었다"는 외신이 이어졌다.

하지만 헝가리 정부는 위와 관련해 자국 보도 축소와 정부의 뒤늦은 유감 표명으로 국내 언론과 유럽 매체로부터 빈축을 사기도 했다.

하나 더 알아야 할 점은 헝가리 정치권의 부정부패 핵심인 빅토르 오르반 가족경영 백태가 유람선 참사로 그치지 않았다는 것.

중국이 그리스 항만과 연계해 일대일로 사업으로 추진된 세르비아와 헝가리 철도 및 고속도로 토목건설 사업도 수익 회수가 안돼 부실채권으로 남아 있다. 이는 헝가리에게 천문학적인 적자를 안겨준 채 부실정책의 상징이 됐다.

바로 여기에 오르반 가족이 설립한 회사가 개입됐다는 보도는 유럽에서 익히 알려진 이야기.

12월 8일 국내 개봉예정인 헝가리 영화 '더 게임'(알토미디어 제공)
12월 8일 국내 개봉예정인 헝가리 영화 '더 게임'(알토미디어 제공)

헝가리의 음습한 과거사 담은 ‘더 게임’ 현재 한국 상황과 비교해 볼만해

10년전 헝가리에서 개봉해 현지에서 화제를 모았던 ‘시험’은 1950년대 배경의 첩보 영화로 당시 공산당 독재정치의 꽃인 공안경찰국의 시작점을 다뤘다..

그리고 오는 12월 8일 개봉예정인 '시험'의 후속작 ‘더 게임’(원제 'A Játszma')은 1950년대 말부터 1963년까지 경제성장과 사회변혁도 멈춘 당시 중추 권력 내부의 영혼 없는 출세욕과 알력다툼을 다루고 있다.

심지어 공작원을 투입해 가짜뉴스를 퍼뜨리고 출세욕에 사로잡힌 선임과 후임이 서로를 감시하고 도청하며 막장 정치의 끝을 보여준다.

드라마 연출가 페테르 퍼자카스가 메가폰을 잡은 이 작품의 러닝타임은 112분. 15세 이상 관람가다.

예술영화로 분류돼 여타 상업영화에 비해 적은 수의 상영관으로 개봉할 예정인 ‘더 게임’.

현재 한국의 정치 사회상과 비교하고 고민해 볼만 한 작품이다. 우리 한국은 지금 어디쯤 서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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