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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이소영 기자
  • 음악
  • 입력 2011.03.03 16:48

3년의 공백을 뛰어 넘은 박준혁의 정규 2집 [Human Life]

 
정규 1집 앨범 [Private Echo]가 네이버 이 주의 앨범으로 선정되며 데뷔작부터 뜨거운 화제가 되었던 박준혁이 3년간의 공백을 깨고 두 번째 앨범 [Human Life]로 우리 곁에 돌아왔다.

박준혁의 [Human Life]를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모던 시티 록'이라 칭할 수 있을 것이다. 뮤지션으로서, 혹은 도시인으로서 그는 리얼리티와 위트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음악을 그려냈다. 때로는 무심한 듯 지나치는 시선에 잡힌 모든 풍경들에 건조한 언어로 강렬한 메시지를 담으며, 누구나 느낄 법한 감정들을 가사로, 음으로 정성스레 새겨놓았다.

So Cool하게 도시적 우울을 노래하는 박준혁이 전작 [Private Echo]로 심플하게 자신이 가진 느낌을 왜곡없이 표현해냈다면, 이번에는 풍성한 사운드로 스펙트럼을 넓혀 음의 파장 속에 의도한 바를 정확히 전달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명료성은 오히려 주체할 수 없는 청춘의 객기보다는 폭발 직전의 고요함과 닮아 있다.

친한 친구의 사랑을 추상적인 그림을 그려 넣듯 아로새긴 첫 트랙 '너, 그리다'로 가장 가까운 곳에서 시작한 본 앨범 [Human Life]는 'Control'에서 허를 찌른 듯 록 스피릿이 담긴 사운드를 전면에 배치, 사회적 통찰을 통해 스토리의 폭을 넓히며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선공개된 뮤직비디오의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화제를 불러일으킨 'Control'은 지극히 현실적인 관점에서 건조한 언어로 메시지를 담아냈다.

공허한 도시적 우울을 닮은 자기고백적인 'easy life'와 다소 몽환적이고 황홀감 가득한 '너, 닿다'까지 흐르고 나면 어느 새 위트 넘치는 곡 '강아지'에 와 닿는다. [사랑의 단상 Chapter.1 With Or Without You]에 삽입되어 잔잔한 반향을 일으켰던 '웃음'은 도나 웨일의 유진영의 여린 목소리가 인상적인 피쳐 링으로 남녀 간의 믿음에 대해 감성적인 터치를 더했다.

'Down'은 마치 청자를 어느 선술집으로 이동시킨 듯, 제목 그대로 이 시대적인 감상을 직설적으로 표현, 원테이크로 한 번에 녹음한 곡이다. 봄처럼 아련한 피아노와 스트링으로 헤어짐을 노래한 '향'은 깊고 진한 잔향을 남기며, 어느새 향기는 그리움으로 저마다의 빛을 간직한 채 청자의 마음 깊숙이 전이된다.

이 앨범에는 박준혁 개인에게도 의미 있는 곡이 한 곡 수록되었다. 2006년 파스텔뮤직에 처음 보내왔던 곡 'Simply'가 그 것. 안정적인 사운드와 유니크한 편곡으로 자칫 제목부터 풍겨 나올 수 있던 단조로움을 피했다. 데뷔앨범 발표 전, 본명 대신 사용할까 고민했던 'Traum'으로 이 앨범은 모두에게 꿈과 현실의 간극을 동시에 안겨준다. 독일어로 꿈이라는 뜻의 'Traum'은 유년 시절, 꿈을 가진 적이 있던 소시민적인 현실을 노래하며 결국 모두에게 다시 한 번 극명한 자각을 불러일으키며 이 앨범은 끝을 맺는다. 

전체 앨범을 관통하는 인간의 삶과 현실에 대한 강렬한 메시지들은 감성적인 멜로디와 조화를 이루며 오랜 여운을 선사한다. 감성적이면서 강렬하다는 것은 이율배반적인 것 같지만 묘하게도 박준혁의 앨범은 그렇다. 음악적 기교로 포장하지 않은 열 개의 낱 곡들은 날 것 그대로가 아니라 오랫동안 숙성된 것처럼 진한 감성에 배인 강렬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당신 곁에서 폭발 직전의 고요함 속에 내재된 에너지 가득한 목소리가 당신의 삶에 불꽃을 당기며, Human Life를 노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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