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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1.08.14 08:16

TOP밴드 "Dead or Alive, 예능으로서도 완벽해지다!"

이것이 밴드서바이벌이다!

 
최고였다. 최고의 오디션이었다. 바로 전날 오디션 프로그램의 원조격인 <슈퍼스타K>를 보며 마음껏 재미있어 하고 난 뒤였지만 더 이상 말이 필요없었다. 단연 이제까지 방영된 모든 오디션 프로그램 가운데 최고의 에피소드라고 할 수 있었다. 그 살떨리는 긴장감이라니.

여름이라는 것을 잊었다. 열대야가 찌는 8월의 밤이라는 것도 잊고 있었다. 손에 들고 있던 맥주잔은 어느새 김이 빠져 따뜻하게 데워져 있었다. 특히 신해철에 의해 번아웃하우스가 올라가고 대신 리카밴드가 떨어지게 되었을 때 그 순간의 옭죄는 긴장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가. 결과를 이미 알고 있었음에도 신해철과 함께 고민하고 있었다. 어떻게 해서든 그 잔인한 선택을 피하고 싶어 하는 신해철과 함께 그렇다고 번아웃하우스를 버리기는 너무 아깝다.

아마 의도한 것이었을 게다. 1차 예선에서 프로그램은 밴드에 대한 순수한 애정과 열정을 보여주고 있었다. 실력은 보잘 것 없지만 그러나 밴드를 하고 음악을 하는 그 순간이 너무나 즐겁고 행복하기에, 밴드를 하는 자신들이 즐겁고 행복하니 지켜보는 나 역시 그 시간이 즐겁고 행복했다. 자작곡이 없는 밴드는 밴드도 아니라던 이현석의 냉정한 입매가 어느해 흐물흐물 풀려가던 시간이었다. 아이들이, 어느새 머리가 다 새어 버린 노인들이, 생계로 바쁜 택시기사들이, 직장인들이...

그리고 2차는 밴드로서의 기본기였다. 300초 안에 모든 세팅을 마치고 연주까지 끝내라. 밴드는 단지 준비된 무대에서 노래만 부르고 내려오면 되는 가수와는 다르다. 연주까지 직접 책임져야 한다. 연주를 책임진다는 것은 악기를 책임진다는 것이며 무대 자체를 스스로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더불어 자신들이 부르고 연주할 노래가 언제 끝날 것인가까지 미리 계산할 수 있어야 한다. 단지 좋아서 하는 것이 아닌 진정으로 관객을 상대로 무대에 서려 할 때 가장 필요한 스킬이라 할 수 있다. 관객이 앞에 있는데 악기세팅하느라 하염없이 시간만 보낼 수는 없는 것 아닌가. 다른 밴드의 순서도 있는데 혼자서 모든 시간을 써 버릴 수는 없을 것이다. 물론 밴드로써 자작곡이 아니더라도 다른 사람의 노래를 부르더라도 자기 것처럼 만드는 능력 역시 필요할 것이다. 기본적인 연주력과 멤버간의 호흡과 신뢰. 그 모든 것이 갖추어졌을 때 다음 단계로 올라갈 수 있다.

조별경연은 당연히 프로로써의 무대를 보고자 하는 것일 게다. 몇 주간에 걸쳐 코치의 도움을 받아 철저히 준비한 무대를 관객과 심사위원들에게 평가받는다. 그들이 가진 실력과 매력을 모두 보여주고 자신의 위치를 객관적으로 보게 된다. 더 위로 올라가는 이와 뒤에 남아 그들을 지켜보아야 하는 이들. 양주로 MT를 떠나는 16강에 선착한 밴드들과 그들을 지켜보아야 하는 패자부활전 밴드들. 그들은 이미 프로로써 보다 상위의 무대를 허락받은 뒤다. 그리고 나머지.

서바이벌이란 생존이다. 생존이란 죽음을 극복하는 것이다. 죽을 위기를 이겨내야 생존이지 아무런 위기 없이 살아가는 것은 생활이라 불러야 옳다. Live가 아닌 Alive인 이유다. 홀로 살아남으려 해도 죽음을 딛고 일어서야 하고, 여럿 가운데 경쟁하여 살아남으려면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를 죽여야 한다. 배가 침몰하는데 구명보트에 단 한 명 탈 자리만 남아 있다. 내가 그 한 자리를 차지한다면 다른 사람이 죽을 것이고, 다른 사람이 그 자리를 차지한다면 내가 죽는다. 이미 실력과 매력으로 16강의 16개의 자리중 12개의 자리를 차지한 12팀에 비해 남은 4개의 자리를 두고 탈락이 아닌 생존에 걸어야 하는 그 절박함. 죽느냐. 아니면 사느냐.

물론 톱스타의 자리에 있어도 절박하기는 마찬가지다. 언제 최고의 자리에서 미끄러 떨어질 지 모른다. 최고의 자리에서 물러나 최악의 나락을 뒹굴게 될 지 모른다. 항상 새로운 도전자가 나타나고 변덕스런 대중은 그가 아닌 다른 가능성들에 한눈을 팔고 있다. 그런 대중의 눈과 귀를 사로잡기 위해서라도 그들은 매일을 투쟁하며 살아야 한다. 하물며 겨우 한 다리 걸치고 있는 상황에서 물러서면 바로 나락일 때 어떻게 해야겠는가. 어떻게 해서든 기회를 잡으려는 사람들과 단지 흘러가는대로 순응하며 만족하는 사람들. 기회가 주어지는 건 바로 전자일 것이다.

더 이상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여유를 부리는 팀은 없었다. BBA가 떨어진 이유다. 그들은 이미 자신들이 떨어진 이유를 납득해 버렸다. 자신들보다 한참 나은 팀이 같은 조에 있어서 그들에 미치지 못해 떨어져 버렸다고. 하지만 결국 16강에 올라가면 맞붙게 될 팀일 것이다. 벌써부터 그들이 더 나았다고 인정하고 납득하고 있는데 경쟁이라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아마 그러한 안이함과 낙관이 정작 16강의 마지막 네 자리를 두고 벌이는 패자부활전에서도 자신들만의 비장의 무기를 개발하는데 소홀한 것이 아니었을까. 신해철이 판단하기에 이들은 16강이라는 진정한 밴드의 전장에 나설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팀이었다.

그에 비하면 리카밴드는 얼마나 당당한가. 전의가 흐르다 넘쳐 불타오르고 있었다. 여전히 납득하지 못하고 있었다. 신대철조 조별경연에서 합격한 두 팀에 들었어야 하는 것은 하비누아주가 아닌 자신들이었다. 반드시 16강에 올라가면 하비누아주와 붙어 설욕하고 싶다. 건방져 보이지만 그만한 자신이 있어야 무대에도 서고 하는 것 아니겠는가. 하비누아주와 붙어 이길 자신조차 없다면 16강에 올라가봐야 다시 하비누아주와 붙게 될 터이니 올라갈 의미가 없는 것이다.

이미 체리필터의 기타리스트 정우진도 체리필터조 조별경연에서 탈락한 팀들에게 말하고 있었다.

"우리가 틀렸다는 걸 보여달라!"

같은 의미다. 체리필터가, 심사위원들이 틀렸다는 것을 어떻게 증명할까? 실력으로 꺾어 보임으로써 증명해 보일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이야 말로 진정 16강에 어울리는 팀이라고. 자신을 빼고 16강을 정한 코치와 심사위원의 선택은 잘못된 것이었다고. 그만한 자신감도 있어야 16강에 도전할 수 있는 것 아닐까? 말했듯 16강에 올라간다면 이미 한 번 자신을 이긴 팀과도 대결을 벌여야 한다. 지레 납득하고 받아들이고 말 것이면 순위도 이미 결정된 것이다.

사실 이 또한 프로로서의 자세일 것이다. 만일 그것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이 아니라 한다면 무대에 올려서는 안 되는 것이다.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최고의 - 최소한 최선의 것이라 할 때 비로소 관객들에게 귀중한 시간과 돈을 지불하고서 무대를 보러 오라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무대에 선 자신조차 납득하지 못하는 무대를 누구더러 돈을 내고 보라 하는가. 인정받지 못했으니 오히려 분해하고, 거부당했으니 더욱 원망하고, 그래서 라떼라떼도 S1도 자신을 떨어뜨린 정원영조와 남궁연조의 POE, AXIZ를 겨냥하여 전의를 불태우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프로로써 가져야 할 당연한 자존심이며 또한 프로이기에 갖추어야 할 자격이고 의무인 것이다.

"같이 그렇게 누르지 말아 달라고 리카밴드와 손잡고, 그러면 안 되는데..."

그 순해보이던 S1마저도.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라도 프로라면 무대를 탐내야 하는 것이니까. 무대야 말로 자신의 가치를 입증해 보일 수 있는 곳이다. 무대에 올랐을 때 아티스트는 대중들에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 그래서 더 탐내는 것이다. 무대는 나의 것이기에. 무대를 향한 대중의 시선도 자신의 것이다. 아무런 자신도 믿음도 없이 단지 무대만을 욕심낸다면 무모한 탐욕이겠지. 그리고 최소한 이 프로그램에 그런 밴드는 없었다. 일찌감치 자신의 위치를 알고 만족하거나, 아니면 자기 자신과 자신의 음악을 믿고 더 넓은 큰 무대를 바라거나. 그들을 그토록 두렵게 만드는 것은 따라서 더 이상 무대에 설 수 없게 될 지도 모른다는 안타까움이었을 것이다.

물론 그러고도 그들은 무대에 오를 것이다. 이번에 탈락한 리카밴드가 라이밴드와 POE와 더불어 한 공연무대에 섰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래서 이런 포맷도 가능했을 것이다. 어쩌면 잔인하기까지 한 밀어내기가. 이미 선택되었는데 나중에 선택된 더 나은 팀에 의해 밀려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그들은 계속 무대에 설 테니까. 더 이상 갈 곳이 없는 완전한 아마추어였다면 지나치게 잔인한 설정이었을 테지만 그들에게는 단지 하나의 무대가 걸린 게임일 뿐이었다. 다만 그 무대가 쉽게 잡기 힘든 좋은 큰 기회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을 뿐.

자신의 존재를, 자신의 가치를, 꿈을, 명예를, 자신들이 이제까지 해 온 음악을 건 한 바탕의 서바이벌. 전쟁. 최후의 네 팀만이 남고 나머지는 떨어진다. 마지막 16강이라는 다음 전장으로 향할 네 팀만 남고 나머지는 집으로 돌아가 다음을 기약해야 한다. 그 치열함이. 그 살떨리는 간절함과 비장함이. 리카밴드의 리더 백지연의 표정이 내내 굳어 있었던 것도, 그리고 마침내 탈락이 발표되었을 때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대기실을 뛰쳐나가고 있었던 것도 그러한 간절함과 비장함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더불어 자기 음악에 대한 자부심도. 살아남고자 하는 절박함과 살아남아야 한다는 당위가 그녀로 하여금 그토록 자신을 주체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리라.

번아웃하우스를 대신해서 자신들이 떨어지자 대기실을 뛰쳐나가던 리카밴드의 리더 백지연과 그럼에도 리카밴드를 떨어뜨려서라도 자신들이 붙고 싶다고 말한 번아웃하우스, 그리고 그 순간 제발 번아웃하우스가 선택되지 않기를 리카밴드와 함께 빌었다는 S1, 그들이 어쩌면 앞으로 헤쳐가야 할 일상일 것이다. 그들이 대중 앞에 섰을 때, 그리고 음악을 통해 자신의 존재와 가치를 증명하고 인정받고자 할 때, 그래서 경쟁에서 누군가를 떨어뜨리고 자신이 그 위에 올라서야 한다. 끝까지 무대를 부여잡고 놓아서는 안 된다. 지금은 단지 패자부활전의 서바이벌이지만 대중과 만나는 순간 그보다 더 가혹한 서바이벌이 기다린다. 그들이 지금 당장 겪는 긴장과 절망과 안타까움과 환호를 즐기는 대중의 시선처럼 대중은 그런 그들의 모습마저 즐길 것이다.

순수한 열정과 당연히 갖추어야 할 기본기와 프로로써의 실력과 매력, 그 다음에는 더 가혹하고 잔인한 대중을 상대로 한 서바이벌에서 살아남기 위한 간절함과 치열함이랄까? 무대에 대한 탐욕과 다른 이를 딛고 올라갈 수 있는 절박함이다. 그것이 현실이라는 잔혹한 전장에서 그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다. 아니라면 이대로 아마추어인 채로 좋다. 여전히 행복한 채로 음악을 할 수 있다.

그래서 떨어진 팀이 바로 블루오션일 것이다. 마치 깊은 숲속 오래 묵은 바람과도 같았다. 바람조차 불지 않아 오래도록 그 자리에 머물러 있던 묵은 바람. 그러나 자연의 신비함은 그 바람에도 생명을 불어넣고 신선함을 유지해준다. 마치 오랜 기억을 되돌리는 듯한. 차마 손을 대기도 송구한 그런 소중함. 보석처럼 소중히 감싸고 지켜주어야 할 것 같다. 체리필터가 조선정 당시 블루오션을 그리 부담스러워하며 끝내 거부하고 말았던 이유였을 것이다. 이런 팀을 경쟁이라는 치열한 전장에 세우고 싶지 않다. 블루오션은 블루오션인 채로도 좋다.

아마 진수성찬도 비슷한 이유에서였을 것이다. 아직까지 이 팀에게도 보다 가혹한 전장으로 나설 수 있는 준비가 갖추어져 있지 않다. 훈련도 덜 되었고, 무기도 덜 갖추어져 있다. 가능성도 있고 매력도 있지만 그 전장의 가혹함을 감당하기에는 너무 약하다. 1년 뒤 피나는 노력으로 보다 발전한 모습으로 다시 볼 수 있었으면. 불과 만든지 1개월만에 24강까지 올랐던 BIS역시 마찬가지다. 1년 뒤 그들은 어떤 모습으로 바뀌어 있을까. <TOP밴드> 시즌2가 반드시 만들어져야 하는 이유다.

그리고 하필 패자부활전 무대에 오르려는 팀들에게 이전 팀들의 심사결과를 보여주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도, 아무래도 제작진이 출전팀들을 배려한 결과가 아니었을까. 사실 시청자 입장에서나 그러거나 이러거나 크게 다를 것은 없다. 실제 방송에서도 대기중인 팀들이 이전 팀들의 심사결과를 모르는 것이 크게 부각되어 드러나거나 하지는 않았다. 대신 마지막까지 이전 팀들의 결과를 신경쓰지 않고 최선을 다할 수 있었다. 누가 선택되었는지 몇 명이나 선택되었는지 모르기에 굳이 의식하지 않을 수 있었다. 라떼라떼의 반전은 바로 그로 인해서 가능할 수 있었다.

누가 선택되었고, 몇 명이 선택되었고, 심지어 한 팀이 밀려나고 새로운 팀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그런 모습들을 지켜보고서 과연 남은 팀들은 여유를 갖고 자신의 무대에만 집중할 수 있었을까? 의식하게 되고 신경쓰게 되어 그만큼 무대에 대한 집중력은 떨어졌을 것이다. 그랬다면 라떼라떼의 그 놀라운 반전의 무대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프로그램이 출전밴드와 시청자들에 들려주고 싶은 교훈이었을 것이다. 결국 승리하는 것은 주위의 눈치를 보고 남을 의식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믿고 자기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고 하는. 라틴음악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필자조차 그들의 무대에는 매료되고 말았다. 전혀 라떼라떼에는 관심도 없던 한상원 코치마저 녹여버리고 말았다.

그런 모든 장면들이 오로지 음악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에서와 달리 <TOP밴드>에서는 출연자들의 개인적인 이야기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 패자부활전에서는 그같은 사적인 이야기를 할 시간적 여유조차 없었다. 12개의 팀들이 그야말로 숨 돌릴 틈조차 없이 계속해서 무대에 서고 새로운 신해철, 한상원 두 코치들에게 심사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것이 그토록 흥분되고 긴장되었던 이유는 다름아닌 그것이 음악을 가지고 하는 진검승부였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반드시 쓰러지고 마는 음악인들의 진검승부였다.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최고의 무대를 선보이고, 그것이 심사위원들로부터 판단되어진다. 더 큰 무대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거나, 아니면 이 자리에서 실망하여 고개를 떨구고 쓸쓸히 무대를 떠나거나. 아예 대기실에 다시 돌아와 회포를 풀 시간조차 주지 않는다. 무대를 향해 떠나는 그 발걸음이 마지막 발걸음이다. 살아남거나, 아니면 떨어져 사라지거나. 죽을 것을 알면서도 싸움에 나서는 마지막 투사처럼. 하기는 WMA의 보컬 손승연도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전쟁터 나가는 사람들처럼 마치 기타가 총과 같았다고. 한 팀이 살아남고 다른 한 팀이 떨어질 때 그렇게 오만 감정이 피처럼 흘러 넘치며 시청자의 잔혹한 본성을 자극한다. 검투장의 검투사처럼.

이래서는 안 되는데. 그러나 그것이 인간의 본성이라. 굳이 사람들이 오디션을 보려 하는 이유일 것이다. 승자를 보려 하지만 패자도 보려 한다. 패자가 있기에 승자가 돋보이고 승자가 있기에 패자가 더욱 부각된다. 살아남은 자에게서는 희망과 영광을, 패배한 자에게서는 절망과 안타까움을. 승자에게 자신을 이입하며 패자로부터 위안을 찾는다. 굳이 오디션이 아니라도 좋지만 꿈이 있고 열정이 있고 무엇보다 순수하기에 그같은 악의어린 욕구에 더없이 충실하다. 그 또한 현실일 터다. 이미 한 번 말한 것처럼 대중들 앞에 나선 이상 그같은 대중의 욕구에 충실하지 않으면 안 된다.

다른 어떤 주변이야기도 없이. 다른 음악과 상관없는 사적인 이야기는 상관없이. 이것은 음악의 이야기였고 음악인의 이야기였고 밴드의 음악이었다. 음악과 밴드가 만들어가는 이야기였다. 밴드를 주제로 한 오디션에서 어떻게 이보다 더 훌륭할 수 있겠는가. 음악과 밴드만 가지고서도 이런 드라마를 만들 수 있다. 이렇게 짜릿한 드라마를 써내려갈 수 있다. 아무래도 다큐멘터리PD이기에 갖는 냉정하면서도 객관적인 눈이 크게 작용했으리라. 섣부르게 사적인 이야기에 감정을 이입하기보다는 음악과 밴드라는 그 자체에 충실하며 집중한다. 그래서 가능했다. 오로지 음악과 밴드에 의해 쓰여지는 드라마와 그 자체로 순수한 쾌락을 줄 수 있는 예능이라는 것은. 단지 음악과 밴드만으로도 재미있다. 맥주는 보리와 홉과 물이면 충분하고 밴드 서바이벌은 음악과 밴드만으로 충분하다.

근래 본 가장 자극적이며 가장 흥분되는 예능이었다. 예능따위는 모른다더니. 예능같은 건 한 번도 만들어 본 적 없다더니만. 하기는 예능을 모르기에 예능에 길들여지지 않았을 테고, 예능에 길들여지지 않았을 테니 이런 예능이라는 고정된 틀을 깨는 예능도 나올 수 있었던 것일 게다. 2차예선에서 나왔던 이동무대와 경마장을 연상케 하는 전광판, 그리고 그 전광판을 더욱 압축시킨 듯한 패자부활전에서의 밀어내기 서바이벌. 죽느냐? 아니면 사느냐? 대중이 과연 오디션에서 무엇을 보고자 하는가. 음악과 예능을 그렇게 모두 손에 쥘 수 있었다. 시청율만 조금만 더 높았다면.

말이 필요없었다. 굳이 길게 쓸 것도 없었다. 다시 보아도 손에 땀을 쥐게 되니까. 신해철이 머리를 싸매고 고민할 때, 그래서 한상원에게 번아웃하우스를 선택할 것을 떠밀려 할 때, 차라리 자기가 알아서 시간을 더 내서 세 팀을 맡으면 안 되냐고 할 때, 그리고 그것을 지켜보는 밴드들의 모습도. 지금도 소름이 돋는 것 같다. 아침은 이렇게나 더운데. 그러나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서늘하기만 하다.

갈수록 진화해간다. 처음에는 단순히 밴드와 음악만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였다. 그러다가 점차 밴드와 음악에 관련한 서사를 만들어가더니, 이제는 아예 이런 자극적인 드라마도 만들 줄 안다. 피부가 아리도록 짜릿한 자극과 그러면서도 여전히 놓치 않는 밴드와 음악에 대한 진정성. 항상 감탄하며 지켜보게 되는 이유라고나 할까? 갈수록 완벽해져가고 있다. 밴드가 진화하는 만큼 프로그램도 진화해가고 있다. 두려워지고 있다. 어디까지 가려는가. 이보다 더 완벽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기대하게 된다. 밴드와 음악에 대한 진정성에 예능으로써도 보다 완벽한 재미를 갖추가는 것에 대해서. 음악이 좋고, 밴드가 좋고, 예능이 재미있고 즐겁다. 오디션만이 아닌 전체 예능 가운데서도 최고라 할 수 있다. 전설로 남을 것이다. 최고였다. 한 시간이 너무 짧았다. 가장 가치있던 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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