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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4.09.15 08:54

리셋 4회 "잊혀진 기억의 퍼즐맞추기"

최면술과 스릴러, 진실을 바로 자기 안에 있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최면술과 독심술은 추리물에 있어 치트키라 할 수 있다. 용의자의 진심을 한 눈에 꿰뚫을 수 있다면 굳이 추리하거나 애써 수사할 의미를 잃게 된다. 단지 용의자를 앞에 두고 볼펜을 달깍거리는 것만으로도 용의자의 자백을 받아낼 수 있다.

그래서 드라마는 최면술이라고 하는 독특하고 흥미로운 소재를 사용함에 있어 용의자가 아닌 수사관 자신을 대상으로 삼는 놀라운 변주를 보여주고 있다. 현직검사로서 경험하게 되는 사건들이 일관되게 주인공 차우진(천정명 분) 자신이 최면술로 봉인해 놓은 어떤 기억들을 가리키고 있어. 사건을 해결할 열쇠는, 정확히 범인 X를 잡을 수 있는 단서는 이제 겨우 봉인이 풀리기 시작한 차우진 자신의 기억에 감춰져 있다. 새로운 사건과 맞닥뜨리며 X의 의도에 의해 하나씩 기억의 조각들이 맞춰지기 시작한다. 과연 모든 조각들이 다 맞춰졌을 때 차우진이 마주하게 될 진실이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 것인가.

▲ OCN 제공

설정의 과잉이라 생각했다. 용의자를 앞에 두고 볼펜을 달깍거리며 너무나 수월하게 자백을 얻어내고 있었을 때. 그런 차우진에 대한 주위의 반응 또한 흔한 캐릭터물의 그것을 연상케 했다. 차우진의 열렬한 팬인 한계장(신은정 분)과 열혈수사관 고명식(박원상 분), 그리고 죽은 차우진의 첫사랑과 닮은 가출소녀 조은비(김소현 분)까지. 어쩌면 이들을 중심으로 최면술을 이용해 사건을 파헤치는 흔한 수사드라마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닐까. 차우진의 실력을 인정하여 전적으로 지원해주는 상사와 그를 라이벌로 여기는 동료의 존재는 클리셰적이기도 하다. 하지만 단락된 짧은 에피소드가 아닌 긴 호흡으로 추적해가는 거대한 진실에 대한 이야기다. 보다 복잡하고 다채로운 역할이 그들에게는 부여된다.

조은비의 역할은 역시 죽은 차우진의 첫사랑 승희(김소현 분)를 떠올리게 하는 것일 게다. 아직 그때의 모습 그대로인 조은비에 비해 어느새 차우진은 어른이 되어 버렸다. 조은비가 어른이 되려면 아직 3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 로맨스가 있기에는 너무 어리고 나이차도 크다. 조은비가 가지고 있는 비밀장부에는 사람좋아 보이는 열혈수사관 고명식이 뒷돈을 받은 내용까지 기록되어 있다. 의혹을 가까이에 둔 채 도움을 받으며, 비밀장부를 노리는 검찰의 계획과도 맞서야 한다. 무엇보다 그토록 많은 죽음들을 뒤에서 조종하며 차우진을 노리고 있는 X의 실체를 밝혀내야 한다. 차우진이 이상한 것을 알고 차우진을 진료하는 정신과 의사를 찾아간 한계장의 정성이 그로 하여금 마침내 결심하도록 만든다. 기억을 찾겠다. 기억에 X를 잡기 위한 단서가 있다면 기억을 다시 되찾겠다. 비밀장부를 지키면서, X를 추적하면서,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차우진 자신의 기억을 찾으려 한다.

과거 승희의 동생 윤희(송하윤 분)가 차우진에게 고백해 왔었다. 7년전 그때 그 장소다. 그곳에서 윤희는 차우진에게 고백했고, 차우진은 그것을 거절했다. 그 기억마저 잊혀졌다. 그 기억이 지워져 있었다. 또 한 조각의 기억이 떠오르고 정신과 의사는 차우진에게 경고한다. 기억을 봉인하고 싶었을 만큼 견딜 수 없는 고통이 기억과 함께 돌아올 것이다. 역시 지금 차우진의 곁에 머물고 있는 그들에게 기대하게 된다. 고통스럽지만 그를 붙잡아주는 사람들이 있어 그는 위기를 거뜬히 넘길 수 있을 것이다. 이번주도 한 걸음 진실에 다가갔다.

설정이란 단지 수단이다. 소재란 말 그대로 도구에 불과하다. 스릴러와 최면술의 만남은 최면술을 이용한 범인검거가 아니다. 최면술을 이용한 내면의 퍼즐맞추기다. 잊고 싶었던 기억을 다시 일깨우며 원래의 기억으로 되돌린다. 참혹한 죽음들의 진실이 그곳에 있다. 차우진이 그토록 감추고 싶어했던 진실이 바로 그곳에 감추어져 있다. 하나의 사건과 하나의 단서를 통해 기억들을 짜맞추려 한다. 아직 닿지 않은 기억들이 긴장과 두려움마저 느끼게 만든다. 좋은 드라마를 만드는 방법이다. 마지막 순간까지 긴장을 놓지 못하도록 만든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어떤 일들이 그때 그곳에서는 벌어진 것일까? 단편적인 기억들이 말하는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기억이 모두 돌아왔을 때 그들 앞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뒤로 갈수록 탄력이 붙는다. 조은비는 휴식이다. 승희는 간절함이며 안타까움이다. 승희를 떠올리게 만든다. 결국 조은비로 남게 된다. 그것만은 충분히 예상해 볼 수 있다. 어떤 식으로든 그들은 다시 원래의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다. 어떤 모습으로든.

아쉽다면 검찰로써 최면술을 사용해서 범인을 잡는 과정들이 조금 더 독립적으로 자세하게 그려졌으면 하는 점일 것이다. 그를 통해 주인공 차우진의 캐릭터를 더욱 선명하게 전달한다. 이미지만 강하다. 오로지 잊혀진 과거만이 지금의 차우진을 정의한다. 작은 푸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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