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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1.08.13 07:30

슈퍼스타케이 "원조 오디션이 강한 이유..."

오디션은 어디까지나 예능이며 쇼일 뿐이다.

 
이것이 바로 원조의 힘일 것이다. 어째서 <슈퍼스타K(이하 슈스케)> 이후 우후죽순저럼 방송사마다 경쟁하듯 오디션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방영하겠는가? 재미있기 때문이다. 너무 재미있어서 대중이 그에 호응했고, 시청율로 나타난 그같은 대중의 반응을 방송사마다 서로 탐을 내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역시 원조를 이길 수는 없다는 것일까? 그동안도 이런저런 여러 아이디어들이 동원되고 있었다. 많은 새로운 시도들이 오디션이라는 기존의 틀 위에 다양한 모습으로 변주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어떤 것들도 정작 원조 <슈스케>의 아성을 넘어서지는 못했다. 다름아닌 오디션이라는 포맷 자체에 대한 이해의 차이였다.

<슈스케>의 입장에서 오디션이란 단지 도전자의 꿈과 열정을 소비하는 오락프로그램일 뿐이었다. 음악프로그램이 아니었다. 인간승리의 드라마가 아니었다. 꿈에 도전하고 좌절하고 절망하며 마침내 성취하고 기뻐하는 그 모든 과정을 지켜보고자 하는 대중의 관음적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한 하나의 쇼에 불과했다. 그리고 슈스케는 그러한 입장에 충실했다.

8월 12일 마침내 시작된 2011년 시즌 3에서도 그렇지 않던가? 어쩐지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을 것 같은 도전자라면 결코 그대로 지나치는 법이 없다. 호기심을 자극하고, 흥미를 가지고, 그래서 재미를 느낄 수 있다면 누구라도 상관없다. 그것이 설사 아직 초등학교 4학년 밖에 되지 않은 어린아이를 대상으로 한 것일지라도 결코 꺼리는 법이 없다. 오히려 그러한 이야기를 통해서 아직 한참 어린 손예린 참가자의 목소리에는 서사가 부여되고 그로부터 감동이 배가된다. 물론 기본적으로 목소리 자체가 훌륭했다. 타고났다.

굳이 도전자가 씨름부 출신임을 강조하거나, 성형수술을 하고 싶은 컴플렉스를 부각시키거나, 옐로보이스라는 교포출신의 팀은 이승철을 모른다는 점 때문에 주목받았다. 장재인의 영향으로 그와 같은 학교에 입학한 장재인 오마주와 그리고 뜬금없닌 티셔츠를 나눠주는 스태프와 이하늘의 러브라인, 그리고 이어진 도전자와의 긴장관계까지. 사실 그 스태프가 실제 그런 이하늘의 모습에 배신감을 느끼거나 질투를 느꼈는가는 아무도 모른다. 연출이 그런 식으로 되어 있으니 그것도 흥미가 간다. 재미가 있다. 그리고 정히 도전자로부터 이야기를 만들 것이 없으면 서로 수다를 떨며 이야기를 하고. 단 한 순간도 시청자를 지루하게 내버려둘 수 없다는 버라이어티 정신이 그대로 느껴진다.

대중이 굳이 슈스케를 찾아 보는 이유에 대해서. 대중이 그토록 오디션프로그램에 열광하는 이유에 대해서. 음악을 듣기 위해서? 새로운 재능을 발견하기 위해서? 바로 <위대한 탄생>이 저지른 실수였다. 그렇게 지나치게 음악적으로 진지하게 다가가려 한 결과 시청자로 하여금 예능이라는 사실을 잊도록 만들어 버렸다. 그러나 오디션프로그램에 도전하는 도전자들은 하나같이 아직 정식으로 데뷔하지 않은 아마추어라는 것이다. 아마추어에게서 기대할 수 있는 음악과 재능이란 어떠한 것일까? 더구나 <나는 가수다>라고 하는 프로들의 경연이 방송되고 있는 상황에서.

바로 그것 때문에도 <위대한 탄생>은 음악적 진지함이라는 원래 추구하던 방향마저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것은 시청율은 한참 낮지만 <TOP밴드>가 가져가 버렸다. 음악적인 진지함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기술과 경험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단지 준비된 무대에 오르는 것만으로는 음악적 진지함을 쇼프로그램을 통해 보여줄 수 없다. 그것은 실력을 통해 대중에 검증될 수 있어야 한다. 프로도 아니지만 아마추어도 아닌 그러나 실제 음악을 하는 밴드들의 경연이 <위대한 탄생>의 무대가 얼마나 어설픈 것이었는가를 깨닫게 한다. <위대한 탄생>의 앞으로를 낙관하지 못하는 이유다. 예능도 아니고 음악프로그램도 아니다.

그에 비하면 <TOP밴드>는 오락프로그램으로써의 대중적 지지를 확보하는데는 실패했지만 밴드음악에 대한 진정성으로 소수의 열광적인 마니아층을 확보하는데 성공하고 있었다. 그리고 <TOP밴드>가 가져가지 못한 오락적인 재미는 원조 오디션인 <슈스케>가 여전히 손에 쥐고 놓지 않고 있다. 대중은 과연 <슈스케>에 무엇을 바라는가? 무엇을 바라고 <슈스케>를 보는가? 그를 위해서는 단지 도전자란 <슈스케>의 오락적 재미를 위한 수단이고 도구일 뿐. 때로 그같은 목적이 철저한 제작진의 냉정함에 소름마저 돋는다. 케이블방송으로써 20%가 넘는 전대미문의 시청율을 기록하고 오디션프로그램의 붐을 일으킨 저력이 거저 나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일 게다. 그리고 그런 대중적 관심 아래 시청자의 음악적 관심마저 수용해낸다. 그야말로 괴물이다. 괴물오디션이다.

하여튼 재미있었다. 어찌되었거나 재미있었다. 잠시라도 딴 생각을 하려 하면 바로 파고드는 귀를 잡아끄는 멘트와 눈을 유혹하는 액션들. 도전자들의 세세한 개인사가. 그들의 흥미를 자극하는 개인의 서사가. 이런 사람이구나. 이런 꿈을 꾸는구나. 이런 것을 바라는구나. 그리고 누군가는 성공하고 누군가는 실패하고. 굳이 오디션을 보고 나온 순간에조차 예선임에도 누구나 그 합격여부를 밝히는데 MC가 된 듯 시간을 끌며 긴장을 고조시킨다. 그다지 궁금하지도 않을 터인데도 왜 그리 학격여부에 눈이 가는가. 귀가 기울여지는가.

방송을 만들 줄 아는 제작진이다. 쇼를 아는 방송이다. 어떻게 하면 대중이 재미있을 수 있을까. 무엇을 하면 대중이 지루해하지 않을까. 어떻게 대중의 기대를 배신하지 않고 이번에도 지난번보다 더한 즐거움과 재미를 주는가. 슈퍼패스는 그를 위한 고심의 결과일 것이다. 보다 오디션에 다양성과 재미의 풍부함을 부여하기 위해서 슈퍼패스에 이어 밴드마저 지원하게 되었다. 드라마는 더 풍부해지고 재미 역시 더 다양해질 것이다. 한 마디로 재미있어질 것이다.

과연 <나는 가수다>에서도 서바이벌이라는 대결구도가 아니었다면, 그리고 그를 통해 무대에 서기까지의 서사가 보여지지 않았다면 그만한 인기를 모을 수 있었을까? 무대에 서기 전, 그리고 무대에 서고 난 뒤, 그러한 드라마가 더욱 노래에 몰입하게 만들고 가수에 이입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음악이 아닌 음악을 소재로 한 서바이벌 드라마를 즐기고 있었던 것이다. <위대한 탄생>에서도 김태원과 외인구단이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그같은 드라마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TOP밴드>도 그렇게 음악을 주제로 한 드라마를 만들려 한다. 대중이 보려 하는 것은 드라마다. 오디션이라는 상황이 만들어낸 꿈을 쫓으려는 도전자들의 드라마. 어설프게 진지해지기보다는 차라리 그러한 한 가지 목적에 충실하여 전력을 투구한다. 원조 오디션 <슈스케>의 힘일 것이다.

왕의 귀환이었을까? 오히려 <위대한 탄생>을 보았기에 <슈스케>가 얼마나 재미있는 프로그램인가 알게 되었다.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들도 그동안 보아 왔기에 <슈스케>가 얼마나 잘 된 프로그램을 느끼게 된다. 이것이 오디션이다. 오디션의 원점이다. 오디션의 근본이다. 그것을 깨닫는다. <슈스케>는 예능으로써 오디션 프로그램으로써 단연 최고다. 가장 뛰어나다.

여타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도 참고해야 할 부분일 것이다. 어째서 <슈스케>는 최고인가? 대표 오디션 프로그램인가? 그 목적에 충실할 때 프로그램도 대중과의 소통에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을 목적으로 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 답인 것이다. 분명.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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