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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4.09.09 08:57

[김윤석의 드라마톡] 연애의 발견 7회 "차라리 불행하기를, 사랑이라는 이기에 대해"

강태하의 이기, 한여름이 남하진과 안아림을 만나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당사자는 심각해 죽을 것 같고, 그것을 지켜봐야 하는 주위에서는 답답하고 짜증나고, 그러나 전혀 상관없는 타인이라면 그저 우습고 재미있기만 하다. 수렁으로 빠져들수록. 진흙탕에서 허우적거릴수록. 그래서 남의 진지한 사랑을 그저 웃고 즐기는 로맨틱코미디라는 악취미적인 장르도 생겨난 것이다. 곤란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의 모습을 보는 것이 자못 흥미진진하다.

사랑이란 과연 그렇게 아름답기만 한 것인가. 사랑이란 가장 지독한 이기다. 자기마저 수단으로 삼는 가장 극단의 이기다. 그래서 자칫 이타로도 비쳐진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자기를 희생한다. 사랑하는 사람의 행복을 위해 자기의 사랑마저 양보하고 포기한다. 그렇다면 그렇게 포기한 자신의 사랑은 어디로 가게 되는 것일까? 사랑은 단지 자신이 상대를 사랑함으로써 완성되는 것이다. 상대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가와 상관없이 오로지 자신이 사랑하는 것만으로 사랑은 이루어질 수 있다. 이보다 더 극단적이고 지독한 이기가 있을 수 있을까?

▲ 제이에스픽쳐스 제공

상대가 자기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질릴 때까지 쫓아다니며 좋아해주기를 강요한다. 차라리 미움으로라도 기억되기를. 마음의 짐으로라도 남아 있기를. 그리고는 끝내 보답받지 못한 사랑에 상대의 집을 찾아가 돌까지 던진다. 내 옆에서 행복할 것이 아니라면 차라리 불행한 것이 낫다. 하기는 나 아닌 다른 사람의 곁에서 행복해지겠다는데 아무렇지 않다면 그만큼 상대에게서 마음이 멀어진 것이다. 아니면 상대를 사랑하는 자신을 더 사랑하거나. 그래서 굳이 충격받을 것을 알면서도 일부러 한여름(정유미 분)에게 남하진(성준 분)과 안아림(윤진이 분)이 만나는 장면을 목격하도록 유도한다. 그리고 그 모습을 마지막까지 곁에서 지켜보며 즐기려 한다. 한여름과 남하진의 관계에 균열이 가는 모습을 보는 것이 즐겁다.

상대를 끊임없이 의심하고 확인하려 한다. 자신의 남자를 넘보는 경쟁자에게 관용이란 없다. '언니'라는 조심스런 부름마저 단호하게 끊어버린다. '언니'가 될 수 없다. 여자 대 여자다. 상대가 얼마나 불편해하든. 얼마나 곤란해하든. 그럼으로써 자신이 어떤 모습으로 보일 것이라는 것도 전혀 생각지 않는다. 전사가 된다. 이제까지의 사랑에 빠진 말랑하고 달콤하기만 하던 모습에서 자기의 사랑을 지키기 위한 용맹한 전사의 모습이 된다. 한 번 놓아버렸던 사랑이기에 어쩌면 한여름에게 남하진과의 사랑은 더욱 간절히 지켜야 하는 소중한 대상일 것이다. 사랑하기 때문에 의심한다. 사랑하기 때문에 더 불안해한다.

그야말로 목숨을 건다. 한여름이 그곳에 있다는 사실을 알았기에 무조건 시간 안에 도착하기 위해 악셀을 밟는다. 사고가 나리라는 두려움조차 없다. 아니 설사 사고가 난다 하더라도 어쩔 수 없을 것이다. 그 자체가 수렁이다. 자기마저 놓아버린다. 자신마저 어느새 사랑이라는 감정에 있는대로 휘둘리고 만다. 사랑에 쿨할 수 있었던 과거에는 진짜 사랑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지나고 나서 후회한다. 차라리 한여름을 원망한다. 방치했다. 한여름이 얼마나 소중하고 사랑이란 감정이 얼마나 절실한지 그때는 미처 알지 못했다. 한여름의 일방적인 사랑은 정작 강태하(문정혁 분)의 감정은 방치하고 말았다.

한여름의 어머니 신윤희(김혜옥 분)와 드라마제작사 대표인 배민수(안석환 분)의 관계가 예사롭지 않다. 신윤희가 배민수에게 반찬을 건네준 남하진의 어머니를 질투하고 있었다. 배민수와의 관계를 지레 오해하고 격한 감정을 드러내고 있었다. 배민수가 죽은 아내의 목소리를 듣게 된 것도 죽은 사람을 강하게 의식할만한 다른 사정이 생겼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오로지 신윤희의 곁에서만 그는 편안히 숙면을 취할 수 있었다. 신윤희의 질투가 묘하게 딸 한여름의 질투와 맞물린다. 이것저것 가릴 것도 많고 따질 것도 많은 나이다. 어떻게 될까?

사랑한다면 솔직하게 털어놓아야 한다. 하지만 사랑하기 때문에 그 이야기를 털어놓기가 매우 부담스럽다. 사랑하기 때문에 솔직해지지 못하고 감추는 것들이 생긴다. 그런 것들이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아버지가 죽은 사실을 강태하에게 알리지 못했던 과거의 어느 순간처럼. 오랜 친구인 윤솔(김솔미 분)과 도준호(윤현민 분)에게조차 사실대로 솔직하게 털어놓지 못했다. 아무것도 모른 채 강태하는 그 모든 원망을 지금껏 들어야만 했었다. 차마 밝힐 수 없었던 안아림과의 관계가 남하진과 한여름의 사이에 치명적인 오해를 낳고 만다.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진다는 말의 뜻을 안다. 해서는 안되는 말이나 굳이 할 필요 없는 말까지 너무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차마 할 수 없었거나 해서는 안되었던 말들을 멋대로 오해하고 의심한다. 시간을 놓치면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까지 이른다.

한여름이 남하진과 안아림이 함께 있는 모습을 보게 만드는 과정이 매우 정교하고 흥미롭다. 강태하가 남하진과 식사를 같이 할 것을 약속한다. 한여름이 남하진과 안아림이 함께 아침식사를 하려는 모습을 목격한다. 하필 문 뒤에 서있던 한여름을 남하진은 보지 못하고 안아림만을 데리고 집으로 들어간다. 갑작스런 사정이 생겨 안아림이 남하진을 찾아온 그 순간 강태하는 한여름에게 말하고 남하진을 찾고, 한여름은 그런 강태하를 쫓아 남하진의 병원으로 찾아온다. 그 절묘한 순간에 강태하의 짓궂은 악의가 드러난다. 먼저 남하진과 안아림이 같이 있는 모습을 목격하고 뒤느게 도착한 한여름을 그리로 이끌려 한다. 그렇게 가장 어색하고 곤란할 상황에 네 남녀가 모이게 된다. 드라마를 이끌어가는 중심들이다.

소소하게 재미있다. 문득 기억을 들추게 만든다. 자기의 경험이며 혹은 누군가로부터 들었던 이야기다. 흔한 사랑이야기다. 더 과장되지도 더 극적이지도 않은, 그래서 아직은 울거나 소리지를 일 없는 평범한 사랑이야기였을 것이다. 수수한데 진하다. 굳이 드라마속 인물들에 이입하지 않으면서도 상황 자체에 이입하고 만다. 주인공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입의 대상이어야 할 그들의 내면을 밖으로 꺼내 놓는다. 문득 공감하는 바를 찾아내고 만다. 충분히 입장을 알고 이해할 수 있는 타자이며 구경꾼인 것이다. 그 미묘한 거리가 재미있다.

자칫 질척거리는 뻔한 멜로드라마가 될 뻔했을 것이다. 그리 새로운 이야기는 없다. 어디선가 한 번은 보았을 법한 흔한 이야기들이다. 하지만 새롭다. 등장인물들과의 거리다. 드라마와의 거리다. 굳이 더 큰 자극에 기대지 않더라도 사랑이라는 감정이 가지는 달콤함과 격정과 긴장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을 수 있다. 사랑하고 사랑했던 기억만 간직한다면.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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