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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1.08.08 08:36

내사랑 내곁에 "고석빈, 아들을 아들이라 부르지 못하고..."

혈연과 가족의 의미...

"제가 왜 하필 어머니 같은 어머니를 만났는지 모르겠어요!"

마침내 고석빈(온주완 분)이 모든 사실을 알게 되었다. 자신이 도망치듯 미국으로 떠나고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그리고 그것이 그에게 얼마나 치명적으로 다가오는지.

홍길동은 아버지를 아버지라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했다. 고석빈은 그러나 자기 아들인 영웅이를 두고 아들이라 밝히지 못한다. 밝히지 못할 뿐만 아니라 아예 아이를 위해서라도 모른 척 해야 한다. 이보다 더 큰 비극이 어디 있을까?

그러나 무력했기에. 그보다는 무기력했다. 비겁했다. 어머니의 뒤에 숨어, 어머니만을 핑계대며, 철저히 현실을 외면하고 있었다. 도미솔(이소연 분)이 가장 힘들고 괴로워하고 있을 때. 도미솔 혼자 누구도 인정하지 않는 아이를 낳으며 눈물을 흘리고 있던 순간에. 그것은 그가 지은 죄의 업보다.

아마 오늘의 주제는 가족일 것이다. 과연 가족이란 무엇인가? 물론 낳았으니 아버지다. 낳았으니 아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을 온전히 가족이라 말할 수 있을까? 한 번 얼굴도 본 적 없는 고석빈과 봉영웅을 가족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분명 이소룡(이재윤 분)은 강정혜(정혜선 분)의 딸 선아가 낳은 강정혜의 외손자일 터다. 그러나 지금 이소룡의 어머니는 다름 아닌 최은희(김미경 분)일 것이다. 얼굴도 모르는 생부가 아니라 이만수(김명국 분)이 그의 아버지일 것이다. 사라정 정말자(사미자 분)는 그의 할머니일 것이고.

생물학적인 혈연관계와는 달리 가족이란 사회적이고 정서적인 관념적 공동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가족이다. 집 가(家)자, 무리 족(族)자, 달리 식구라 할 때는 함께 모여 먹을 것(食)을 나누는 이들(口)를 일컫는 것일 게다. 같은 집에 살면서 같은 밥상에서 한 솥에 지은 밥을 먹는다.

차라리 이소룡이 도미솔과 결혼하여 봉영웅을 아들로써 인정하고 함께 살게 되면 그들이 더 가족에 가까울 것이다. 지금도 봉영웅이 자기 엄마라 철석같이 믿고 있는 봉선아(김미숙 분)과 결혼하려 하는 고진국(최재성 분)이 더 자신의 아빠에 가깝게 여겨질 것이다. 이제 와서 도미솔이 낳아준 엄마라 해서 봉영웅이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아마 사실이 밝혀지고도 한참을 봉영웅은 봉선아를 자기 엄마로, 도미솔은 자기 누나로 여기고 살아갈 것이다. 봉영웅의 관념에서 그것이 가족일 테니까.

봉영웅의 존재도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그를 지우려 했던 배정자(이휘향 분)나 고석빈에게 그런데도 과연 가족으로써의 의리가 존재하겠는가. 지금도 배정자는 봉영웅을 고석빈의 자식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단지 유전자의 절반을 제공했다는 이유로 이제 와서 아버지라 나서는 것은 얼마나 비겁하고 치졸한가. 가족은 단지 유전적 동질성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기에.

그런점에서 이소룡의 출생의 비밀이 드러나는 과정에서 어머니 최은희가 보이는 반응이 무척 흥미롭다. 무척 두려워한다. 이소룡이 자기 배에서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그것이 알려지는 것을. 마치 이소룡을 잃게 될까봐. 그동안 30년 가까운 세월을 가족으로서 지내온 사이인데도.

아마 우리사회의 가족의식의 어두운 부분일 것이다. 고아들을 굳이 해외로 입양보내야 하는 이유일 것이다. 지독스런 혈연주의. 원래 우리 고유의 것도 아니었다. 고려말 성리학이 들어오면서 함께 유입된 동기사상이 부계혈통에 대한 강한 집착을 낳았던 것이었다. 그 전까지는 낳은 정보다는 기른 정이었고, 형제간에도 함께 자란 의리가 더 우선했었다. 아무리 오랫동안 가족으로써 함께 살았어도 피가 이어지지 않았으면 가족이 아니다. 가족이라는 것을 거부당할까봐. 마찬가지로 도미솔 역시 고석빈이 가족임을 주장할까봐. 배정자가 두려워하는 것이고 고석빈이 끝내 놓지 못하는 것이다. 조윤정(전혜빈 분)이 고석빈의 아이를 낳고자 노력하게 된 이유일 것이다.

태어남을 부정한 채 한참의 시간이 지나서야 비로소 혈연을 내세워 나타난 아버지와 30년 가까이를 가족으로 살았으나 사실을 알게 될 경우 가족이 아니게 될 것을 두려워하는 아버지와 남편을 붙잡아두기 위해 아이를 낳으려는 한 어머니. 가족이란 이렇게 혈연으로 인해 뒤틀려 버린다.

과연 가족이란 무엇인가? 무엇을 가족이라 부르는가? 학대를 당하고서도 부모라는 이유로 집으로 돌려보내지는 아이들. 성폭행을 당하고서도 가족으로부터 보살핌을 받아야 하기에 그 가해자인 가족들과 함께 살아야 하는 또 다른 아이들. 오래전 버림받은 채 전혀 인연이 없었음에도 혈연을 이유로 그로부터 이익을 구하려는 또 다른 가족들에 대해서도. 지금 당장 가족으로써 함게 살고 있는 사람이 있음에도 혈연이 우선이기에 그것을 부정당해야 한다. 과연 옳은가?

봉영웅에게 어머니는 누구일까? 누가 봉영웅의 아버지가 될 수 있을까? 도미솔이 임신하던 그 순간부터 지켜보아 왔기에. 도미솔이 겪어야 했던 그 모든 일들을. 도미솔과 봉선아가 가족으로써 봉영웅에게 베풀어왔던 것들과 그 순간 현실을 외면한 채 도망쳐 있던 고석빈의 모습들도.

아무튼 배정자가 변화하는 모습을 보았으니 조윤정의 캐릭터가 변화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한 재미일 것이다. 조윤정은 어디까지 가게 될까. 고석빈은 과연 순수를 되찾게 될까. 모든 일의 근원인 어머니를 부정했지만 그러나 과연 고석빈은 원래의 그로 돌아갈 수 있을까. 당연히 봉선아와 고진국, 도미솔과 이소룡, 이주리와 봉우동의 로맨스도 포함해서다. 이것은 주말드라마다. 그것에도 충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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