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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1.08.08 08:06

남자의 자격 "청춘합창단, 작년과 전혀 다른 올해""

그분들의 웃음이 좋다. 행복하다.

 
확실히 다르다. 같은 합창단이지만 작년에 했던 시즌1과 올해 하는 시즌2 청춘합창단과는. 당연히 사람이 달라져서일 것이다. 사람이 다르니 내용도 다르다.

작년의 합창단은 어디까지나 칼마에라고 박칼린이 중심이었다. 박칼린의 리더십이 화제가 되었고 철저하 박칼린을 중심으로 연습하는 장면이 방송되고 있었다. 그 만큼 박칼린의 카리스마가 통할 수 있는 멤버들로 구성된 합창단이었다.

그러나 올해는 다르다. 청춘합창단에서 가장 막내가 52세로 <남자의 자격> 멤버 가운데 가장 연장자인 이경규와 동갑이다. 지휘자인 김태원보다 무려 7살이나 연상이다. 최연장자는 올해 우리 나이로 84세가 된다. 더구나 성악을 전공하고 합창경력까지 있는 이들마저 상당수다. 박칼린이 다시 돌아온다 할지라도 이들을 상대로 작년과 같은 카리스마를 발휘하기는 무리인 것이다. 설마 최고령의 노강진 할머니를 작년 배다해 가르치듯 윽박지고 다그쳐 가르치겠는가?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 일방적으로 가르칠 수도 이끌거나 다스릴 수도 없는 사람들에 대한. 김태원이 말한 '존중'과 '인내'일 것이다. 억지로 시키려 들지 않고, 가르치려 들지 않고, 다스리려 들지 않고, 이끌려 들지도 않고, 최대한 조중하고 인내하면서 그들이 스스로 자발적으로 행동하지 않을 수 없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이 그들에게 믿음을 심어줄 수 있는 실력과 정확한 소통일 것이다.

"지금 중요한 게 뭐냐면 방금 말씀하신 그런 토론이 중요한 거에요."
"지금은 어떤 건물의 골격을 짓는 상황이에요. 서로 얘기를 해야 합니다."

연습을 시작하는데 김성록씨의 목소리가 너무 크게 들린다는 것에서 시작된 작은 충돌이었다. 지휘자 입장에서야 어느 한 사람의 목소리만 크게 들리는 상황이 그다지 달가울 수 없었을 테지만, 그러나 테너 파트에서 가장 많이 알고, 잘하고, 또한 트레이너의 역할까지 도맡아 하고 있던 파트장 김성록씨에게 자신들을 이끌어달라 요청한 상태였다. 그래서 김성록씨는 무리해서 다른 파트에서 따라올 수 있도록 목소리를 높였던 것이었다. 과연 김태원이 일방적으로 지시해서 따라오도록 했거나, 아니면 존중한다고 꺼려해서 말을 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전현무의 역할도 그래서 중요한 것이다. 악보상에 소리가 계속 이어지도록 붙임줄로 표시되어 있을 때 호흡을 어떻게 할 것인가? 물어봐야 대답도 해준다. 궁금해해야 모르는 것도 가르쳐준다. 눈치없고 주책맞지만 덕분에 다른 합창단원들도 굳이 물어보지 않고도 궁금한 것을 해결할 수 있다. 아마 전현무가 아니었어도 누군가 언젠가는 물었어야 하는 내용이 아니었을까. 물론 전현무가 하는 대부분의 말이나 행동은 분위기 파악 못하는 별 의미없는 소리들에 불과하지만 말이다.

작년에도 그렇게 모여서 이야기하는 장면들이 있었을 것이다. 파트별로 흩어져 따로 연습할 때 서로간에 오가는 대화들이 있었을 것이다. 함께 모였을 때도 후반부에 잠깐씩 보여지던 모습들처럼 서로 대화를 나누고 몸을 부딪히면서 정을 나누는 부분들이 분명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비중이 적었던 것은 역시 박칼린이라는 절대적인 카리스마의 존재 때문이었을 것이다. 모든 연습은 박칼린에 의해 주도되기에 상대적으로 박칼린이 없는 부분에 대한 비중은 작아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말했듯 올해는 박칼린이 아닌 김태원이 지휘자다. 김태원의 카리스마가 전혀 통하지 않는 멤버들로 합창단은 이루어져 있다. 연습도 김태원이 주도하는 것이 아니다. 박완규와 임혜영이라는 트레이너가 있고, 합창단 멤버 가운데서도 전공자와 경력자가 상당하다. 아예 테너파트는 파트장 김성록씨가 맡아서 이끌고 있다. 더욱 개별의 이야기가 중요하게 된다. 각 파트별로 나뉘어 그들 사이에 오가는 이야기들이 함께 모여 하는 연습 이상으로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젊은 층을 중심으로, 연예인이 다수를 차지했던 작년에 비해 연령대도 높고 직업도 사연도 다양하다.

"어머님, 가정을 버리시면 안 됩니다!"

합창이라는 꿈을 위해 심지어 고3과 중3 진학을 앞둔 중요한 시기의 자식이 둘이나 있음에도 집안일도 팽개친 채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하고 있다고 하는 강정순씨(53세)의 이야기에서부터, 학업성취도평가를 치르는 시기에 평생에 한 번 써 본 적 없는 연차까지 내어 참석하고 있다는 국어교사 권경천씨(57세), 오히려 유명인이기에 오디션에서의 실수가 모두에게 화제거리가 되고 있는 농구선수출신의 이충희씨(53세), 오히려 삑사리나면 유명인이기에 제작진이 더 좋아할 것이라는 말에 자신을 두 번 죽이는 일이라며 전현무가 물어뜯을 것을 경계한다.

어쩐지 무서워 보이는 첫인상에 비해 그런 자신의 이미지를 소심하게 걱정 하는 김성록씨도, 그리고 녹내장과 디스크를 앓으며 건강을 걱정하는 그 김성록씨에게 김철씨는 노래를 해야 한다고 권하고 있었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던 시절의 이야기를 이제 와 담담하게 털어놓는 이원배씨(55세)와 대장암으로 투병하던 이야기를 역시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하고 있는 주영회(60세)씨도, 양송자씨(75세)가 마침내 회춘했다는 의사의 말에 아들이 집으로 돌아오며 했다는 '엄마, 큰 맘 먹고 시집 가!'라는 말에는 그저 함께 박장대소하고 말았다.

살아온 시간들 만큼이나 아픈 사연들도 있고, 살아가고 있는 일상들 만큼이나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있고, 그리고 기쁜 일도, 슬픈 일도, 행복했던 기억도 수도,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러나 세월이 가져다 준 지혜는 그런 이야기들도 일상의 여상한 이야기처럼 담담히 털어놓을 수 있도록 해준다. 동정할 것도 없고, 안타까워할 것도 없다. 그 자리에 모인 이들은 노래를 부를 수 있어 행복할 터이니.

하여튼 아주머니들 모인 자리에서는 남편 흉은 빼놓을 수 없는 연례행사라. 김우연씨(60세)의 탱고에 이어 양송자씨의 회춘 이야기로 이어지더니 이내 송경애(61세)에 의해 남편 흉으로 빠지고 만다. 역시나 남편분에 불만이 많은 김우연씨에, 송경애씨와 마찬가지로 남편분과 함께 합창단에 참가 중인 박찬열씨(71세)의 폭로와 질타가 이어지고, 그러나 그 모든 상황을 정리하시는 왕언니 노강진씨(84)의 한 마디는 모든 이를 숙연하게 만든다.

"아직도 참 어리구나!"
"그게 귀여운 거야, 너무 귀여운 거야!"

그래도 막내가 50대이건만. 어디 가서 50대가 막내 소리 듣기가 쉽지 않건만, 60대, 70대마저 80대 왕언니 앞에서는 그저 어리고 귀여운 동생들일 뿐이다. 스스로 초월했다고 여기고 있지만 80대의 눈에 보이는 60대란 아직도 미숙하다. 그것이 세월이 주는 지혜일 것이다. 세월이 쌓이고 쌓여 먹은 나이 만큼 갖게 되는 연륜이라는 것일 게다. 웃으면서도 어쩌면 나는 그다지 대단하지도 않은 일로 스스로를 괴롭히고 남들 상처입히지는 않고 있는가.

이름뿐인 대표지만 자신의 이름으로 합창대회 신청서를 작성하고 제출 할 때 수줍어하던 노강진씨의 모습은 할머니라는 말이 무색했다. 세월은 그렇게 어느새 지나온 시간마저도 돌려놓는구나. 별 것 아닌 일에도 그렇게 고마워하고 기뻐할 줄 안다. 마치 어린 아이처럼. 순수하게. 하기는 59세가 되어서도 막내라 불려야 하니까. 막내로부터 언니라 불린다. 충분히 어리다 할 수 있지 않을까. 59살에 막내 소리를 듣고 당황하시는 송혜선씨의 모습은 역시 귀여우셨다.

개인만이 아니라 파트별로도 각자의 개성이 드러나며 캐릭터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특히 남자 파트인 베이스와 테너의 경우 미숙한 만큼 트레이너인 박완규의 지시를 충실히 쫓는 베이스에 비해 탁월한 실력자인 김성록씨의 주도 아래 어느새 지휘자의 기를 죽이자며 야망에 불타는 테너파트와 같이. 이원배씨에 의해 시작되고, 제작진의 자막에 의해 특전사 분위기로 몰아가더니, 이제는 아예 지휘자의 자리까지 넘보며 야망을 불태운다. 그리고 그에 대비되며 순한 양이 되어가는 베이스. 원래는 짐승베이스였을 텐데도.

노래도 좋았고 연습하는 열정과 노력도 보기에 감동적이었지만 그러나 역시 <남자의 자격>이란 <해피선데이>라고 하는 일요일 예능프로그램의 한 코너라는 것이다. 예능이란 즐겁기 위해 보는 것이다. 그 말 한 마디 행동 하나하나가 그렇게 즐겁지 않던가. 그다지 크게 우스운 것은 없어도 그 격의없이 오가는 이야기들이 무더운 여름 마음 한 구석에 서늘한 바람처럼 맴돈다. 기꺼워서 웃는 모습처럼 보기 좋은 것이 어디 있을까? 행복해서 짓는 웃음보다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없을 것이다. 음악이 있기에 단 하루만에도 오래 만난 사이처럼 친해졌다고 하는 그 말씀처럼. TV너머로도 필자 역시 그분들과 함께 있었다.

더불어 작년과 크게 차이나는 부분이라면 합창단의 성장과 함께 지휘자 자신의 성장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랄까? 박칼린처럼 김태원 혼자 모든 것을 맡아 하는 것이 아니다. 임혜영과 박완규가 많은 부분을 대신하고, 합창단원들의 토크를 이끌어내는 역할 역시 <남자의 자격> 멤버들이 함께 한다. 김태원 혼자가 아니다. 그리고 김태원 역시 윤학원 인천시립합창단 지휘자로부터 지휘에 대해 배우고 있다. 야단도 맞아가면서. 그 역시 자신을 던지고 초심으로 돌아가 지휘에 대해 배우며 합창을 하나하나 알아가고 있었다. 성장형 예능일까? 지휘자라고 특별하지 않다.

작년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합창단'미션의 큰 성공에 힘입어 시작된 기획, 어쩔 수 없이 작년에 했던 합창단과 비교되지 않을 수 없었다. 지휘자로써는 박칼린과 김태원이, 합창단원은 지금도 계속해서 언급되고 있는 배다해와 선우의 존재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청춘합창단은 청춘합창단일 뿐. 굳이 청춘합창단에 대해 이야기하며 작년의 합창단을 거론하는 경우는 드물다. 전작보다 나은 속편이 없다더니만 속편이 전작을 지워 버린 것이다. 이렇게 다르다. 결국은 지휘자가 다르고 단원들이 다르고 그 과정과 내용이 다르다.

재미있었다. 예능이라는 목적에 충실한, 그러나 <남자의 자격>만이 줄 수 있는 무공해의 순수한 웃음이었다. 굳이 누군가를 공격하지 않고도. 누군가 망가지거나 바보가 되지 않더라도.

"제가 어머니들에게 화가 날 때에는 형빈이를 혼내겠습니다."

역시 윤형빈만이 소화할 수 있는 롤일 것이다. 착하게 그저 당해만 주는 막내. 어머니들을 대신해서 혼내겠다고 하는데도 반항 한 마디 없다. 억울하게 야단맞고 혼나면서도 그저 순둥이 막내의 모습일 뿐이다. 착한 것이지 바보같은 것이 아니다. 다름아닌 어머니들이기에. 다시 한 번 윤형빈이 왜 <남자의 자격>에 필요한 존재인가를 확인하며.

갈수록 기대가 커진다. 그만큼 끝난 이후의 상실감을 두려워하게 된다. 오히려 연예인이 아니기에 다시 뵐 기회가 그다지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더욱 깊이 길들여져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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