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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1.03.03 05:35

로열 패밀리 vs 가시나무새, 첫 스타트 짚어보기

새로운 수목드라마 전쟁이 시작되었다.

▲ 사진 = 로열패밀리 vs 가시나무새
드라마든 영화든 만화든 소설이든 초반 5분이 가장 중요하다. 그 5분에 얼마나 시청자를 끌어들이는가? 흥미와 호기심을 유발시키고 이후의 내용을 기대하게 해야 한다. 낚시에서 물고기를 낚는 미끼와 같은 것이다. 초반 5분을 통해 시청자를 사로잡고 끝까지 지켜보게끔 만든다.

그런 점에서 3월 2일 수요일 MBC와 KBS가 각각 첫회를 시작한 새 수목드라마<로얄 패밀리>와 <가시나무새> 상당히 비교가 된다. 내내 눈을 떼지 못하다가 어느새 다음회를 기대하게 되어 버린 <로열 패밀리>에 비해 도대체 이 드라마가 보여주고자 하는 바가 뭔지 끝날 때까지 전혀 감을 잡지 못하고 있던 <가시나무새>. 그러고 보면 <가시나무새> 제작진은 회가 계속될수록 한 꺼풀씩 벗겨 보여준다 했었다.

문제는 바로 그것이다. 과연 <로열패밀리>라고 당장 첫회 보여준 것이 전부였을까? 앞으로 이야기가 진행 되어감에 따라 전혀 새로운 이야기가 없을까? 그렇다면 단막극이었을 것이다. 모든 이야기에는 기승전결이 있고, 점차 이야기가 진행되어감에 따라 새로운 갈등과 사건이 전개되고 긴장이 고조되며 더욱 시청자를 집중케 한다. 중요한 것은 그때까지 어떻게 시청자를 잡아두는가 하는 것이다. 그래서 시작 5분, 연속극이라면 첫회가 중요하다 하는 것이다.

더구나 그렇다고 <가시나무새>가 시청율을 의식하지 않고 묵묵히 뚜벅뚜벅 자기 길을 가려는 작가주의 드라마인가 하면 그런 것도 아니다. 왜 하필 거기서 한유경(아역 윤정은 분)은 불량배들에게 쫓겨야 했고, 그로 인해 여자로서 치명적일 수 있는 소문의 주인공이 되었어야 했을까? 서정은(아역 김소현 분)과의 사이가 멀어지는 계기로써 필요했다면 굳이 그런 자극적인 소재가 아니어도 좋았을 것이다. 정작 불량배들과의 사이에서는 아무 일이 없었다 치더라도 그 소문이 퍼지고 주위에서 반응하는 모습들은 어쩌면 미성년자인 등장인물들에 대해 성적인 관음의 대상으로써 이용하려드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갖게 되는 장면이었다. 꼭 필요한 장면이었으며 적절한 묘사였는가?

하긴 그러고 보면 <가시나무새>를 보고 나서 기억에 남는 것은 소리지르고, 주먹질하고, 피가 튀고, 그리고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장면 뿐이다. 흔하디 흔한 어려운 성장배경에, 꼬이고 비틀린 출생의 비밀, 여기에 쌓여가는 오해까지. 나름대로 흥미를 끌만한 요소들이 있기는 하지만 너무나 평이한 연출과 전개가 고조된 감정마저 생뚱맞게 느끼게 만든다. 막장조차 되지 못하는 것은 그 감정들이 지극히 평면적이고 안이하게 그려지고 있다는 것이다. 무언가 힘을 주어 말하려 하는 것 같은데 아역연기자들의 서툰 연기처럼 그 안에서 헛돌고 있을 뿐이다.

무엇보다 과연 필요했는가? 이후의 이야기의 전개상 과연 가장 중요한 첫 회의 대부분을 할애하며 보여줄만한 그런 비중과 가치가 있는가? 그러나 어떻게 해도 기껏해야 배경설명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런 정도라면 극이 전개되는 과정에서 등장인물의 대사나 간단한 회상신으로도 얼마든지 간단히 넘어 갈 수 있는 부분이다. 시청자를 사로잡아야 하는데 쓸데없는 서론이 너무 길다. 서론이 긴데 그것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사려 하니 무리수가 생겨난다. 차라리 시청자를 의식하지 않고 담담하게 그렸다면 그것이 오히려 나았으련만.

그에 비하면 <로열 패밀리>의 시작은 산뜻하기만 하다. 물론 처음에는 <로열 패밀리> 역시 <가시나무새>와 마찬가지로 뻔한 재벌가 이야기가 아닌가 하는 식상함을 느끼게 하고 있었다. 집안도 학벌도 재산도 무엇 하나 갖춘 것 없이 재벌가의 며느리가 되어 정신적으로 궁지에 몰려 있는 김인숙(염정아 분)과 그런 그녀를 이름도 아닌 K라 이니셜로만 부르며 증오하고 경멸하는 JK그룹 회장 공순호(김영애 분), 그리고 그녀를 중심으로 한 JK패밀리들. 김은숙의 아들 조병준(동호 분)의 말마따나 오로지 물질에 충실하여 연대하고 있는 가족 아닌 가족의 모습들을 통해서 무언가 또 하던 이야기가 반복되겠구나 하는 불안감마저 있었다.

하지만 전혀 뜬금없던 한지훈(지성 분)의 등장과 한지훈과 김인숙의 관계, 김인숙의 남편 조동호(김영필 분)의 죽음 - 사실 조동호의 죽음은 어느 정도 예상하기는 했었다. 조동호가 헬리콥터를 타는 취미를 가지고 있다는 설정에서, 그리고 조동호가 김인숙과 더불어 한국을 떠나고자 계획하고 있다는 부분에서, 여기서 조동호가 퇴장해야 김인숙과 공순호, 그리고 JK패밀리와의 갈등이 증폭될 수 있겠다. 그리고 조동호의 죽음을 계기로 한지훈이 김인숙의 처지를 알게 되면서 이야기는 전혀 예상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미리 시놉시스를 읽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김인숙과 한지훈의 관계는 물론 그것이 JK패밀리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게 되 것인가에 대한 호기심을 감추지 못할 것이다.

마지막 장면, 친구 강충기(기태영 분)가 조사한 JK그룹의 비자금에 대한 수사자료를 공호순에게 넘기면서 김인숙을 원한다고 말했을 때는, 그것이 과연 사랑인가? 아니면 보은인가? 그도 아니면 다른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의 흐름을 예고하는가? 더구나 이대로 김인숙이 한지훈과 JK를 떠나게 되면 더 이상 드라마의 제목은 <로열 패밀리>가 아니게 된다. 공호순의 손자 조병준에 대한 집착과 조병준 자신의 입으로 포기하라는 말을 들어야 했던 김인숙, 그리고 조병준을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공호순에게서 제목이 <로열 패밀리>이기 위한 전개가 준비되어 있지 않을까?

그만큼 기대가 크다. 시놉시스를 읽어 보면 <로열 패밀리>에서 마침내 김인숙이 JK의 총수 자리에 오르는 것으로 되어 있다. 출발이 이런데? 시작이 이런데? 이렇게 꼬인 상황에서 어떻게 김인숙은 공호순이 차지하고 앉아 있는 JK의 총수 자리에까지 이르게 되었을까? 한지훈과의 관계는 어떤 식으로 발전하며 그것이 이후에 끼치는 영향은 무엇일까? 어서 빨리 본편 이야기로 들어갈 것을 요구하게 되던 <가시나무새>와 결정적으로 차이가 나는 부분이다.

물론 시작이 좋다고 반드시 끝도 쫗은가면 그런 것은 결코 아니다. 시작은 훌륭한데 용두사미로 흐지부지되는 경우도 있고, 시작은 그다지지만 점차 탄력을 받아 마지막에는 그야말로 대미를 장식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결국은 이후의 내용들이 어떻게 전개되는가에 달려 있다 할 수 있겠지만, 그러나 출발선에 선 지금 상태에서 누가 나은가면 확실히 <로열 패밀리>라 할 것이다. 같은 1회를 보았음에도 2회가 전혀 궁금하지 않은 <가시나무새>에 비해 <로열 패밀리>의 경우 2회까지의 하루라는 시간이 그렇게 길게 느껴졌으니까.

아무튼 일단 오늘까지는 보고 판단을 내려도 내려야 하겠다. 일본이나 미국과는 달리 한국에서는 1주일에 2회가 정량이 되어 있으니까. 오늘까지 보고 나면 비로소 구체적으로 비교하여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가시나무새>의 분발을 기대해 본다. 수준높은 경쟁에서 얻을 게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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