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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 칼럼] 영화 명량의 흥행과 졸작 논란에 대하여
1000만 관객 동원 기록과 작품성에 관한 논란을 살펴보다
2014년 08월 11일 (월) 20: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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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 칼럼니스트 messiah21th@gmail.com

[스타데일리뉴스=권상집 칼럼니스트] 1999년 영화 쉬리가 한국 영화 산업 전반을 확장했을 때 나왔던 얘기 중 하나는 “통일이 되지 않는 한 쉬리의 관객 동원 기록을 깨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점이었다. 당시 인터뷰에서도 강제규 감독 조차 쉬리의 흥행기록을 넘어서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공공연히 피력하던 시기였다. 15년 전, 한국 영화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미국 할리우드 영화보다도 낮았고 영화 관람객 자체가 지금과 같던 추세를 보이지 않던 시절이기에 당시 평론가 및 영화산업 전문가들도 쉬리의 흥행기록을 기념비적인 역사로 간주했었다.

그후, 2000년 박찬욱 감독의 ‘공동경비구역 JSA’가 쉬리의 기록에 육박하는 성적을 거두고, 2001년 곽경택 감독의 영화 ‘친구’가 800만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기 시작하자 한국 영화는 그야말로 1000만 관객 시대에 조금 더 현실적으로 접근하게 되었다. 이후, 2004년 영화 ‘실미도’와 ‘태극기 휘날리며’를 시작으로 지금은 거의 매년 1000만 영화가 1편 이상 창출되는 르네상스 시기를 한국영화계는 맞고 있다.

   
▲ '명량' 포스터 및 스틸컷 ⓒCJ E&M

현재 영화 ‘명량’ 역시 그 연장선상에서 또 하나의 1000만 영화라는 금자탑을 세웠다. 개봉 12일만에 세운 기록이기에 산술적으로 계산해봐도 하루 평균 100만명에 육박하는 관객이 영화 ‘명량’을 관람한 셈이다. 현재 영화계에서는 ‘아바타’의 흥행기록을 넘어서는 것은 물론 지금의 추세가 여전히 식지 않고 지속적인 점을 감안, 1500만을 넘어 국내 영화 전체 관객 시장이라고 일컫던 2000만 관객도 가능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필자 역시 영화 ‘명량’이 단순히 영화에 그치지 않고 국내 정치, 경제, 사회적인 신드롬까지 불러 일으키고 있는 점을 볼 때 이 추세가 이달 말까지 이어진다면 2000만에 육박하는 기록을 세울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물론 1000만을 넘어 1500만, 그리고 불가능의 숫자라고 여겨지던 2000만 관객을 돌파한다고 해서 무조건 수작은 아니다. 일부는 여전히 개연성 없는 스토리와 빈약한 캐릭터 설정, 인물간의 관계가 약한 점, 61분 동안 이어지는 해상 전투신의 매끄럽지 못한 편집으로 인해 스토리가 툭툭 끊기는 점을 들어 졸작이라고 명량을 폄하하기도 한다. 영화 자체만의 작품성으로는 훌륭하지 못하다는 얘기가 바로 일부 평론가들의 이야기다.

그러나 영화 ‘명량’의 작품성을 평가하기 위해 관객들이 이 영화에 신드롬적인 현상을 보내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12척의 배가 어떻게 330척에 가까운 왜군의 배를 격파했는지 영화를 보고 여전히 알 수 없었다거나 실제로 왜적과 백병전을 치르지 않았는데 허구의 이야기를 동반했다는 식의 평론가의 비판적 논조는 해당 영화에 대한 단견일 수 밖에 없다. 명량은 이순신 장군이 왜군을 어떻게 이겼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전술 묘사나 역사적 사실에 기반을 둔 탄탄한 다큐멘터리를 보여주기 위한 데 초점을 두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영화 ‘명량’은 이순신 장군의 전략, 전술에 대한 소개나 정확한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 스토리가 핵심이 아니다. 김한민 감독이 밝힌 대로 이순신 장군이 왜 이 전투에 나설 수 밖에 없는지에 대한 깊은 고민과 진정 나라를 위하는 리더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찰이 감독이 자주 강조하는 이 영화의 본질이다. 사실 이어져 나오는 해상 전투신 역시 전투의 사실적인 묘사보다 이순신 장군의 결단력,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나서는 솔선수범을 더 깊이 있게 그리고 있다.

그렇기에 영화에 대한 깊이 있는 관찰 없이 얄팍하게 쌓은 영화적 평론 기술로 영화 ‘명량’의 작품성을 재단하는 건 유치한 일이다. 인물간의 관계 묘사가 약하다거나 애국심을 강조한 마케팅, 대기업에 의한 독과점으로 1000만 관객을 동원했다는 식의 비판 역시 이 영화에 공감하기 위해 몰려든 관객의 심리나 기대사항을 정확히 꿰뚫지 못한 지적이다. 영화 ‘명량’이 성공할 수 밖에 없었던 요소는 영화적 줄거리나 구성의 탄탄함보다 이 시대 대중은 진짜 리더는 어떤 생각과 고민을 갖고 행동하는지 더 보고 싶은 욕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명량이 일부 평론가 및 네티즌들의 질타에도 불구하고 기하급속도의 관객 동원을 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영화를 영화로만 볼 때 명량은 분명 일부 요소 및 연결고리가 약하게 형성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부분은 굳이 영화평론가라는 사람들의 입을 빌리지 않고서라도 이 영화를 본 관객들이 공통적으로 확인하고 지적하는 사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지금도 하루에 100만명 가까운 관객을 동원하는 건 영화가 보여주는 ‘리더의 진면목’에 있다. 김한민 감독이 언급한 바와 같이 영화는 세부적인 역사적 사실, 해전의 치열함보다 그 안에서 보인 이순신 장군의 무거운 고민과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성찰과 심사숙고를 보다 진중히 그려내고 있다.

영화 ‘명량’은 분명 1500만 관객을 넘어 그 이후부터는 한국 영화 흥행의 신기원을 그려나갈 것이다. 물론, 필자 역시 영화가 흥행한다고 무조건 흥행하는 영화를 비판하거나 지적해서는 곤란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영화의 본질이 무엇을 표현하고 있는지, 그리고 영화가 내세우는 주제가 무엇인지에 보다 깊이 포커스하여 해당 영화를 평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그러므로 지금의 졸작 논란, 디테일의 부족은 잠시 접어두어도 좋다. 영화 ‘명량’은 영화계 꼰대와 같은 일부 평론가들이 일컫는 수작은 아닐지언정 졸작 역시 절대로 아니기 때문이다. 

- 권상집 카이스트 기술경영전문대학원 박사

(한국개발연구원(KDI) `미래 한국 아이디어 공모전' 논문 대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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