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 기자명 권상집 칼럼니스트
  • 칼럼
  • 입력 2014.08.05 07:48

[권상집 칼럼] 혼탁한 시대상과 작품성이 결합된 수작, 영화 ‘명량’

명량의 인기에 반영된 우리 시대, 우리들이 바라는 리더상

[스타데일리뉴스=권상집 칼럼니스트] 올 여름, 우리 역사 또는 바다를 무대로 한 네 개의 작품이 개봉되기 전, 수많은 영화 누리꾼 및 평론가들 사이에선 어떤 작품이 가장 많은 관객의 관심과 호평을 받을지 갑론을박 중이었다. 그러나 ‘군도’와 ‘명량’, ‘해적’과 ‘해무’ 사이에서 현재까지 가장 돋보이는 작품은 이순신 장군의 명량 대첩을 그린 영화 ‘명량’이다. ‘명량’은 지금도 국내 영화의 모든 초기 흥행 스코어를 갈아치우며 전망상 1,000만 관객까지 가볍게 돌파할 것으로 영화계에선 입을 모으고 있다.

사실, ‘명량’의 대략적인 줄거리나 흐름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이미 80년대 ‘조선왕조 500년’이라는 당시 MBC 대하사극을 통해 성웅 이순신 장군의 숭고한 이야기가 시청자들에게 전해진바 있으며, 가깝게는 지난 2005년 KBS가 야심 차게 내세운 ‘불멸의 이순신’이라는 작품을 통해 이순신 장군의 일대기가 그려진바 있다. 당시 KBS는 이 작품을 위해 캐스팅 단계에서부터 수많은 스타 및 연기력을 갖춘 중견 연기자를 검토했으며 그 결과 김명민이라는 최고의 연기력을 갖춘 배우를 탄생시키며 ‘불멸의 이순신’은 많은 시청자의 사랑을 받고 종영하였다.

▲ 명량 ⓒCJ엔터테인먼트

9년 후, 다시 한번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가 그려질 것으로 본 ‘명량’을 걱정하는 눈빛으로 바라본 사람들도 물론 있었다. 이미 요즘 젊은이 및 시청자들에겐 ‘이순신 = 김명민’이라는 등식이 어느 정도 성립한데다가 (당시, 김명민의 이순신 장군 연기는 지금도 회자될 정도로 일품이었다.) 내용 자체가 영화 관객의 호기심을 이끌만한 부분이 별로 없기에 (영화계는 지금도 영화 흐름상 반전이 있는 장면 및 내용을 강박관념처럼 흥행의 필수요소로 인식하고 있다.) 작품 제작 자체에 회의적인 시각을 가진 일부 사람들도 존재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뚜껑을 연 결과 ‘명량’은 최단기간 모든 흥행 스코어를 바꾸며 한국 영화계의 역사를 바꿔 쓰고 있다. 500만 돌파는 이미 예전에 했고, 영화계에서는 1,000만을 넘어 조심스럽게 국내 개봉사상 최대 흥행기록을 세운 ‘아바타’의 1,330만 기록까지 넘어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렇다면 시사회 때 비교적 괜찮은 평가를 받았던 ‘명량’이 시사회 및 제작진의 기대를 훨씬 뛰어넘어 이렇게 광속도로 높은 흥행을 유지하고 많은 사람들의 호평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명량’이 우수한 작품성을 가진 건 이미 수많은 관객이 입증했기에 굳이 여기에 다시 부연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물론, 항간에는 현재 한국에 존재하는 전체 스크린 수 2,584개 가운데 ‘명량’이 1,586개 스크린에서 개봉하고 있어 대기업의 스크린 독과점을 통한 흥행 몰이라고 비판적인 시각을 보내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평일에도 좌석 점유율이 70%에 달하는 ‘명량’의 인기를 단순히 특정 대기업의 스크린 독과점으로 인한 흥행으로 폄하할 일은 결코 아니다. 특히, 이전에도 국내 상당수 대작이 스크린 독점을 통해 개봉을 했지만 현재 ‘명량’과 같이 지속적인 열풍을 몰고 온 영화는 많지 않았다.

오히려, 상당수 평론가들이 바라본 바와 같이 국내 우울한 시대상이 ‘명량’의 인기를 가속화한다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할 것이다. 국내 정치에 과거 안철수 의원이 정치 입문 전 신드롬까지 불러 일으킨 건, 대한민국 국민들 마음 속엔 언제나 기존의 낡고 부패한 리더와는 다른 진정성을 갖춘, 그리고 국민만을 위한 리더의 모습을 바라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지금도 국민들의 마음엔 부패와는 거리가 먼, 그리고 용기와 신념을 잃지 않는 리더를 경험해보고 또 갖고 싶어한다. 안타깝게도 현재 정치, 경제, 사회 모든 곳을 둘러봐도 우리가 원하는 리더가 없기에 이런 위대한 리더에 대한 열망이 ‘명량’의 인기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지금도 국내 많은 리더들은 입만 열면 ‘상식’, ‘정의’, ‘신념’을 외치고 있다. 최근에 끝난 재보선에서도 후보들은 ‘국민만을 위한~~’ , ‘국민의 편에 선~’이라는 슬로건을 부르짖었다. 모두가 구호로만 그치고 당선된 후 국민은커녕 해당 지역구 주민들도 거들떠 보지 않는 상당수 정치인들에 대한 실망 및 분노, 그들에 대한 경고가 영화 ‘명량’에 투영되어 있음을 요즘의 정치, 경제 및 공직의 리더들은 잊어서는 안 된다.

다만, 필자가 한가지 걱정하는 건 영화 ‘명량’의 신드롬이 단순히 신드롬으로 그치진 않을까 하는 점이다. 과거 KBS 대하사극 ‘불멸의 이순신’이 호평을 받았을 때도 어리석은 국내 리더들의 모습에 경종을 울리며 ‘이순신 리더십’이 회자되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대한민국 사상 최초의 4강 신화를 이룬 히딩크 감독 역시 ‘히딩크 리더십’ 열풍을 불러 일으키며 국내 기업 교육 및 현장에 이상적 리더십에 대한 성찰을 다시 한번 불러 일으켰다. (당시 히딩크 감독의 4강 신화는 국내 인사관련 학회 저널에도 게재되기도 했다.)

‘명량’이 1,000만을 넘어 영화업계 기대와 같이 1,500만을 넘어선다고 해도 영화가 단순히 영화로만 그친다면 아무 의미가 없을 것이다. 이 영화는 분명 단순히 조선의 잊혀진 역사를 돌아보기 위한 것도 아니고 이순신 장군의 멋진 활약상을 조명한 건 더더욱 아니다. 국민을 위해서 자신이 갖고 있는 신념을 토대로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벼랑 끝에 나선 리더의 모습을 그린 영화라는 점을 오히려 필자는 주목하고 싶다. 그런 면에서 필자는 국내 수많은 부패하고 타락한 리더, 하루아침에 자신의 신념을 던져버린 나약한 리더들에게 이 영화를 권하고 싶다. 

- 권상집 카이스트 기술경영전문대학원 박사

(한국개발연구원(KDI) `미래 한국 아이디어 공모전' 논문 대상자)

모바일에서 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