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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1.08.05 07:23

넌 내게 반했어 "드라마를 리셋하다!"

차라리 처음부터 이랬으면 좋았을 지 모르겠다.

 
도대체 칭찬도 마음놓고 하지 못하는 드라마일 것이다. 깔끔하게 주변을 정리하고 '100주년 기념 공연'이라는 한 가지에 집중하려는 것처럼 보이더니 이렇게 제대로 막장으로 꼬아 버리는가? 연출가와 배우의 호텔에서의 밀회라고 하는 스캔들 조작도 모자라 아예 그것을 기회로 안정되는가 싶던 기존의 러브라인마저 틀어버리다니.

물론 그런 쪽이 시청율에 더 도움이 되기는 할 것이다. 지금까지 <넌 내게 반했어>가 가지고 있던 가장 큰 문제가 바로 긴장이 부족하다는 점이었으니. 긴장이 없다. 갈등도 없다. 그래서 밋밋하다. 심심하다. 그에 비하면 욕은 먹더라도 상황을 있는대로 꼬고 비틀어 극단으로 향하는 드라마들은 얼마나 시청율에서 선전하는가? 하지만 그렇더라도 10회 넘게 지켜봐 온 시청자들에 대한 예의라는 것도 있는 것일 텐데.

덕분에 캐릭터들마저 죄다 망가져 버리고 말았다. 당장 막장화의 주역 가운데 하나인 한희주(김윤혜 분)만 하더라도 성격은 그리 좋다 할 수 없어도 뮤지컬이라는 자신의 꿈을 위해 항상 최선을 다하던 성실한 노력파였다. 틱틱 기분나빠질만한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기는 하지만 남모를 상처를 가진 속이 여린 아가씨였다. 만일 이규원과의 경쟁에서 졌다면 그만큼 더 악착같이 노력할 타입이지 그런 식으로 음모를 꾸미는 캐리터는 아니었었다. 그런데 뭔가? 거짓말까지 해가며 김석현과 이규원을 궁지로 몰아넣고 아예 학교에서 내몰려 한다. 호의로 다가오는 여준희(강민혁 분)에게는 거짓말까지 강요하고.

순진한 바보 여준희는 또 어찌할 것인가? 그동안은 그 엉뚱한 순진함이 좋았다. 가끔 민폐이기도 하지만 그 악의없는 순수한 선의가 여준희의 매력이었다. 그런데 단지 한희주가 좋다고 한희주가 시키는대로 거짓말을 함으로써 김석현과 이규원을 곤란한 상황으로 내몬다. 그리고 그런 상황에조차 진실을 밝히는 것을 한희주에게 허락받으려다가 결국 저지당하고 완전 바보에 생각없는 공범자로 전락하고 만다. 본의가 아니었고 한희주의 사주와 강요에 의한 것이었다고 하지만 과연 그런 모습에서 이전의 밉지 않은 괴짜의 모습을 보게 될 이가 몇이나 될까?

하기는 그나마 가장 크게 피해를 입은 캐릭터가 다름아닌 남주인공 이신이었다. 그래도 연출가인 김석현이 분명 곤란한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물론 이규원 역시 그다지 괜찮다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그러나 자세한 사정을 들어보려 하지 않고, 더구나 이규원이 김석현을 걱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임을 알면서도 그 앞에서 김석현과 자신 둘 중 한 사람을 선택할 것을 강요한다. 정윤수가 이신을 어린아이 취급한 이유가 있다고나 할까? 자신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다른 사람에 투사하고 강제하려 드는. 그러고 보니 이신의 죽은 아버지가 이신의 어머니 송지영(이일화 분)과의 사이에서 이신을 낳게 되는 과정이 그와 비슷했었다 했었다. 그러면 그 상황에서 이규원더러 어쩌라는 것일까?

다행이라면 정윤수의 캐릭터가 살았다는 점일 게다. 결국 김석현으로부터 거절당하기는 했지만 자신과의 결혼을 통해 김석현 자신이나 이규원 또한 아무렇지 않을 수 있다고 하는 제안은 매우 적절하며 진심이 담긴 것이었다. 김석현을 위해 김석현과 결혼하고 싶다. 하지만 어른이기에 김석현 역시 그러한 정윤수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것은 상대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결국은 정윤수와 김석현은 어떤 식으로든 다시 봉합될 테지만, 이규원과 이신의 커플이 다시 합쳐지기 위해서는 이신의 철모르는 에고이스트로서의 모습을 먼저 버리지 않으면 안 된다는 뜻일 게다. 겨우 두 사람이 이어지는가 싶으니까 이런 식으로 갈라놓다니.

한 마디로 모든 걸 원점으로 되돌린 것이다. 김석현과 정윤수의 관계도. 이신과 이규원의 관계도. 더불어 각자의 캐릭터에 대해서도. 차라리 처음부터 김윤혜가 이런 성격이었다면. 이런 성격이어서 계속 이신과 이규원과의 사이를 훼방놓았다면. 음모를 꾸미고 모략을 꾸며며서 이규원을 곤란케 만들고 김석현을 난처하게 만들었다면 그것만으로도 드라마가 되지 않았을까? 멍청하지만 선량한 하수인 여준희와. 당당하고 적극적인 이규원에 비해 겉모습은 멋지지만 속은 어린아이에 불과한 이신의 캐릭터도 대비가 좋다. 작가가 바뀌었다더니 아예 드라마를 처음부터 다시 쓰려는 모양이다.

뭐 그렇게 오래 갈 거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보도자료에 나온 대로라면 어차피 그다지 오래 끌 수 없는 이야기다. 이대로 끝내기 아쉬우니 막판에 한 바탕 놀래키고 소동을 벌여보자는 계산이랄까? 단순히 김석현과 뮤지컬을 흔드는 것을 넘어서 드라마 전반을 흔드는데에는 그 스케일에 감탄할 뿐이다. 방법은 조금 지저분했지만. 그리고 결과가 과연 좋기만 했을까.

모르겠다. 필자의 경우 이야기의 일관성을 무척 좋아하는 터라. 처음부터 끝까지 수미일관하는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이와 같은 깜짝사건을 통한 드라마의 재구성이 과연 시청자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졌을까? 말하지만 차라리 처음부터 이런 식이었으면 더 좋았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안타깝다. 실망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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