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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4.07.27 08:18

[김윤석의 드라마톡] 연애 말고 결혼 8회 "사랑과 결혼, 주장미 도망치다!"

어느새 현실로 다가온 결혼 앞에 선택을 강요당하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주장미(한그루 분)가 하고 싶은 것은 그냥 결혼이 아니다. 사랑의 끝에 그 결실로서 하게 되는 결혼이다. 결혼과 함께 사랑도 꿈꾼다. 거짓으로 공기태(연우진 분)의 결혼상대를 연기하면서 어쩌면 그녀는 또다른 사랑을 꿈꾸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공기태가 단지 연기였듯 한여름도 단지 꿈에 불과한 것은 아니었을까. 한여름(정진운 분)과의 약속은 그래서 항상 가장 나중순위로 밀린다.

마침내 결혼이 현실로 다가온다. 주장미가 꿈꾸던 낭만적인 결혼이 아닌 벌써부터 시어머니(김해숙 분)에게 있는대로 휘둘리고 있는 결혼이다. 사랑하는 사람만이 아닌 그 가족과의 길고 긴 갈등과 다툼이 시작된다. 자기를 굽히고, 자기를 꺾고, 자기를 죽이고, 그렇게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그 가족과도 맞추며 살아가야 한다. 다른 혼수를 장만하는 동안에는 실감이 나지 않더니 웨딩드레스까지 차려입고 장차 시어머니와 친정어머니가 될 어른들 앞에서 이런저런 간섭을 받고 있으려니 서러움이 밀려든다. 이대로 결혼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 tvN 제공

그래서 공기태가 아닌 한여름에게로 달려간 것이다. 물론 신봉향의 의도된 괴롭힘이 부담스럽기도 했을 것이다.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한계에 이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굳이 도망칠 것이라면 공기태여도 상관없었을 것이다. 한여름과 떠나기 전 그랬던 것처럼 공기태와 함께 그에 의지해 도망치는 것도 가능했을 것이다. 그녀가 도망치고 싶었던 것은 신봉향이 아닌 결혼 그 자체였다. 결혼을 앞두고 오히려 결혼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어하는 수많은 미혼남녀들과 닮아 있을 것이다. 예고편에 나온 대사 그대로 결혼식 도중 도망친 신부였다.

하기는 공기태에게 전혀 아무런 감정도 없었다면 그렇게까지 그의 가족들에 대해 진심이 될 수 있었을까. 자기주장이 강한 그녀가 매번 신봉향 앞에서는 꺾이고 굽히는 모습을 보이고 만다. 공기태와의 거짓연기가 밝혀질 것이 두려워서 그런다지만 그렇더라도 너무 약한 모습들만 보이고 있다. 더구나 한여름을 사랑한다면서 정작 한여름을 버려둔 채 공기태와 그 가족들과의 약속만을 우선하고 있다. 한여름을 곁에 두고서 공기태에 대한 연민으로 결혼할 사이를 연기하기 위해 입을 맞추고 있었다. 어쩌면 주장미도 강세아(한선화 분)와 크게 다르지 않은지 모른다. 어차피 누구의 사람도 되지 않을 것을 알기에 차라리 미리 포기해 버린다. 불가능한 사랑 대신 차라리 거짓된 사랑을 꿈꾼다. 거짓된 결혼처럼.

공기태를 따라나선 뒤 한여름과의 키스여부를 묻는 공기태에게 키스했다며 대답하는 주장미의 표정이 미묘하다. 어색함? 껄끄러움? 한그루의 연기에 실수나 오류가 없었다면 사랑하는 사람과의 키스를 고백하는 표정과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다. 이제는 주장미의 차례다. 한여름과 서로 기대어 잠든 주장미를 보며 괜찮지 않은 자신을 깨닫게 된 공기태처럼, 주장미 역시 공기태 아닌 다른 사람과 함께 하는 시간들을 경험하게 된다. 공기태를 거부하고 공기태를 벗어나 한여름과 함께한다. 드라마란 이래서 안타깝다. 설마 여기에서 주장미가 한여름에게로 가버린다면 드라마가 과연 재미있을까? 대하드라마가 아니다.

결혼은 연기다. 연애는 꿈이다. 결혼은 거짓이다. 연애는 기만이다. 하지만 한 가지를 선택하라면 역시 결혼이다. 결혼은 운명이다. 스스로 아무리 멈추려 해도 어느새 자신도 모르는 사이 돌이킬 수 없는 지경까지 떠밀려오고 만다. 공기태만 아니었다면 충분히 한여름과도 사랑하는 연인사이가 될 수 있었으련만. 이훈동(허동민 분)마저 친구를 위해 기꺼이 주장미를 포기한다. 언제부터 주장미가 공기태를 마음에 두기 시작했는가 묻는 것은 의미없을 것이다. 이제는 당연히 결혼해야 할 것 같은 사람으로 바로 그녀의 곁을 맴돌고 있다.

특이한 드라마다. 공기태의 진심은 보인다. 공기태가 주장미를 사랑하는 것은 바보같을 정도로 적나라하게 보여지고 있다. 그러나 주장미의 진심은 보이지 않는다. 함정에 빠뜨린다. 한여름이 덫이 된다. 그러나 결국 공기태와의 결혼을 위해 신봉향과 함께 웨딩드레스를 맞춘다. 미루어 짐작할 뿐 확신할 수는 없다. 사랑없는 결혼도 가능한가. 아니면 결혼했기에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되는 것일까? 복잡미묘한 감정들을 표정과 행동으로 보여주는 한그루의 연기가 더욱 흥미를 자극한다. 그녀의 진심은 과연 무엇일까?

신봉향의 반격이 시작된다. 거짓으로 결혼을 연기하려는 공기태와 주장미에게 결혼이라는 적나라한 현실을 보여준다. 그럴 각오가 없다면 이쯤에서 포기하라. 계기가 되어준다. 어느새 부쩍 현실로 다가온 결혼 앞에 결심을 재촉당한다. 자꾸만 미루려는 두 사람을 신봉향이 등떠밀어 결혼의 문턱까지 이르게 만든다. 어떻게 할 것인가? 여전히 공기태의 결심은 흐릿하기만 하고 주장미는 그런 공기태를 믿지 못한다. 영영 공기태를 떠나거나. 아니면 사랑이라는 환상을 통해 다시 결혼이라는 현실로 돌아오거나. 한 편의 우화처럼. 그들이 바라는 결혼이 구체화되었을 때 신봉향에 맞설 수 있는 수단을 가지게 된다. 그들의 결혼이다.

한여름의 연기가 아쉽기만 하다. 강세아로부터 돈을 받을 때까지는 그래도 제법 어울렸다. 다른 의도를 가지고 주장미에게 접근하여 그녀를 속이고 있다. 진심이 느껴지지 않았었다. 그러나 서로 진심을 고백하고 연인이 되고 나서는 그것이 오히려 거슬리고 있었다. 연기미숙일 것이다. 경험까지 한참 부족하다. 역량을 넘어섰다. 혼자서 겉돌고 있다.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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