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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4.07.24 11:35

[김윤석의 드라마톡] 괜찮아 사랑이야 1회 "정신과와 일상, 그들이 사랑하는 이유"

아픔 속에서도 그러나 사람은 어떻게든 살아간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돌이 생긴 모습이 곧 그동안 돌에 새겨진 상처들일 것이다. 가장 아름다운 수석도, 높은 산의 우람한 바위도, 길에 아무렇게나 채이는 자갈도, 그리고 오래된 건물에 화려하게 장식된 조각품조차. 바람에 패이고, 물에 씻기고, 나무뿌리에 벌어지고, 사람의 손길에 쪼이고, 그렇게 하나의 돌이 된다. 그래서 세상에 같은 모양의 돌은 존재하지 않는다.

교육이라는 것도 결국 아이의 본질에 상처를 입히는 행위다. 적절한 채찍과 당근으로 필요한 만큼 깎고 다시 더하며 바라는 모양으로 자라나도록 유도하고 강제한다. 타고난 본성이 다르고, 살아가며 겪는 것들이 다 다르며, 그로부터 회복하는 과정이나 방법 역시 모두가 다르다. 그래서 모든 사람은 각기 다른 모습을 갖는다. 사회가 고도화되고 개인과 개인의 거리가 좁아질수록 상처는 다양해지고 더 깊어진다. 개인 역시 더 다양한 모습을 가지게 된다.

▲ 지티엔터테인먼트, CJ E&M 제공

지금의 모습만 바로 알 수 있다면 과거의 일들까지 모두 재현해낼 수 있다. 심리학에 대해 가지는 판타지다. 심리학 전문가라면 한 번에 그 사람의 모든 것을 투시하듯 낱낱이 꿰뚫어 볼 수 있다. 물론 드라마는 그같은 통속적인 판타지에 기대는 것을 철저히 거부하고 있다. 유능한 정신과 의사지만 지해수(공효진 분)는 소설가 장재열(조인성 분)에 대해 아직 아무것도 알지 못하고 있다. 아마 지해수 자신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자신만만한 진단과는 상관없이 아직 모르는 부분이 남아있기에 드라마는 성립할 수 있다. 장재열만이 아닌 지해수 자신 역시 이해와 분석의 대상인 것이다. 정신과적 치료가 아닌 두 남녀의 사랑을 다룬 로맨틱코미디다. 어느 한쪽만을 이해하려 해서는 로맨스는 성립하지 않는다.

과거의 기억들이 지금의 행동들을 정의한다. 지금의 행동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기억들에 대해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개인에 대한 접근은 곧 과거의 기억에 대한 접근이다. 굳이 심리학을 소재로 삼지 않더라도 이제는 전형이 되어 버린 보편적인 이야기의 구성방식이다. 캐릭터의 설정이란 캐릭터 자신이 거쳐온 과거의 기억들이며, 캐릭터간의 관계란 캐릭터가 가지는 과거의 기억들의 만남이다. 다만 정신과의사를 주인공으로 정신과적 분석을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드라마는 다른 드라마들과는 차별된 내용과 구성을 가지게 된다. 가장 기대되는 부분일 것이다. 그만큼 등장인물들 역시 극단적이라 할 만큼 강한 개성을 보인다. 어떻게 그들은 서로를, 자신을 이해하고 사랑해가게 될까.

인물의 설정이나 구성이 노골적이고 직설적이다. 정신과의사는 거짓말을 파헤치는 사람들이다. 의도된, 혹은 의도되지 않은 거짓말들을 통해 자신조차 알지 못하는 진심과 진실에 접근해가는 이들이다. 반면 소설가는 거짓말쟁이들이다. 의식된 것이든, 아니면 무의식에 의한 것이든, 의도된 거짓말로 모두를 속이는 직업이 바로 소설가다. 작중 주인공의 소설을 통해 주인공의 잠재된 무의식을 노골적으로 암시한다. 어찌보면 뻔하다고 할 수 있는 설정인데, 역시 어떻게 풀어나가느냐가 관건일 것이다. 작가의 이름이 그래서 신뢰를 더해준다. 정신과 의사인 자신조차 미처 알지 못하던 진실과 답을 거짓말장이인 소설가가 찾아내고 일깨워준다. 다시 말하지만 드라마의 장르는 로맨틱 코미디다. 일방적인 관계가 아니다.

장재열의 상처를 돌보느라 자기의 상처는 안중에도 없다. 자기가 상처입은 것도 모르고 장재열은 지해수를 돕는다. 어쩌면 지해수는 자신의 상처에 대해 알고 있다. 자기가 하고 있는 거짓말에 대해서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무시한다. 환자를 위해서? 혹은 다른 누군가를 위해서. 장재열은 자신의 상처에 대해 알지 못한다. 그렇게 서로의 상처에만 신경쓰다 두 사람은 차례로 쓰러지고 만다. 알고 있으면서도. 혹은 전혀 알지 못한 채. 암시였을까? 지해수가 추격하던 정신분열증 환자가 경찰과 병원관계자들에 의해 제압당하는 모습을 장재열은 미묘한 표정으로 지켜본다.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려는 순간이다.

사실 결코 쉽지 않은 작업일 것이다. 심리학이란 현대의 대중들에게 매우 익숙하면서 한 편으로 낯설다. 단지 정신과적인 특수한 증세들에 대한 호기심에만 의지하는 것이 아닌, 진지하게 심리학을 드라마에 녹여내는 과정이란 그래서 쉬우면서도 어려울 수밖에 없다. 차라리 정신과 의사를 주인공으로 정신과적 치료를 하는 내용만을 다루려 한다면 그게 더 나을 수 있다. 일상에서 서로의 상처를 끌어안은 채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며 살아가는 일상의 이야기를 하려면 더 많은 인간과 인간의 심리에 대한 이해를 필요로 할 수밖에 없다.

결국 많은 상처를 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현대인들이기에. 정신과적 질환이란 현대인에게 있어 감기만큼이나 일상화되어 있을 것이다. 아직까지도 정신과란 사람들에게 너무나 멀기만 하다. 어쩌면 그런 군상들일 것이다. 아픈 상처를 끌어안고, 그 상처들이 덧나며, 그럼에도 어떻게든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이다. 어떻게 그려낼 것인가. 기대하며 지켜본다.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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