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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4.07.19 12:25

[김윤석의 드라마톡] 연애 말고 결혼 5회 "버림받는 것이 두려운 이들을 위해"

그들의 선택, 그들이 만나는 이유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버림받는 것이 두려운 사람들이다. 그래서 선택한다. 먼저 버린다. 악착같이 붙잡고 버틴다. 혹은 아예 근처에도 다가가지 않는다. 자기를 속이고 숨긴다. 심지어 먼저 자기를 포기해 버리면 더 이상 버려질 것도 없지 않을까.

하기는 그것이 대부분의 사람들의 모습이기도 하다. 누구나 한 번 쯤은 버려졌다 여겼던 순간이 있을 것이다. 사회적 존재이기에 타인과의 관계에서 인정과 존경을 받고 싶은 것은 인간의 가장 당연한 본능 가운데 하나다. 버려진다는 것은 더이상 자기가 누군가에게 아무런 의미도 가치도 없는 존재가 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그래서 궁리한다. 어떻게 하면 버려지지 않을까. 어떻게 하면 자기의 존엄과 가치를 지킬 수 있을까.

▲ tvN 제공

그래서 먼저 버린다. 포도밭의 여우처럼 자기가 먼저 버리고 나면 더 이상 버려질 일은 없을 것이다. 솔직하면서도 솔직하지 못하다. 주장미(한그루 분)를 믿지 못한다. 과거의 회상에서 그 이유가 드러난다. 가장 믿고 있던 상대로부터 버려지고 말았다. 언젠가 주장미 역시 자신을 버릴 것이다. 자신을 떠날 것이다. 한여름(정진운 분)이 강세아(한선화 분)의 제안을 받아들인 이유였다. 도망칠 준비부터 한다. 별 것 아니라고. 대단할 것 없다고. 자기를 탓하고 그녀를 탓하며. 후회하게 된다. 하필 그 모습을 주장미가 보았다.

역시 어렸을 적 버려졌던 기억이 그녀로 하여금 누군가에게 집착하도록 만들었다. 손에 쥔 것을 놓지 않으려. 겨우 손에 넣은 것을 잃어버리지 않으려. 무모하기까지 하다. 겁먹은 것이다. 버림받는 것에 대해. 그래서 공기태(연우진 분)와의 거짓된 관계에조차 진지하다. 공기태의 가족들과도 쓸데없이 진지해지느라 그것이 단지 연기에 불과하다는 사실마저 잊는다. 한여름에게 빠진 것은 한여름이 먼저 손을 내밀어 주었기에. 공기태에게서 헤어나지 못하는 것은 그가 어느새 그만큼 가까이 다가와 있기에. 그녀는 선택할 수 있을까? 누군가를, 다행히 굳이 버릴 필요 없이 한여름 자신이 허점을 드러내고 말았다. 그래도 그녀는 버리지 못할 것이다.

어차피 자신은 버려졌다고 생각했다. 결국 버려질 것이라 여겨왔다. 그래서 누구에게도 진심이 될 수 없었다. 진심이 되지 않으려 했다. 주장미와 결혼하겠다는 공기태의 말은 분명 진심일 것이다. 주장미에게 이끌리고 있다. 그러나 그런 자신을 도저히 인정할 수 없다. 공기태가 시작된 허튼 연극은 그런 공기태 자신의 복잡한 내면 그 자체일 것이다. 진심이 거짓처럼 들리고 거짓이 진심처럼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어느 순간 공기태 역시 선택해야만 한다. 버려지더라도 결코 포기해서는 안되는 것이 세상에는 존재한다.

아마 이것도 유전일 것이다. 어머니 신봉향(김해숙 분) 역시 오래전에 아버지로부터 버려졌다. 그래서 자기가 자기를 버렸다. 자기를 포기했다. 아버지의 총장선출은 그를 위한 핑계였다. 더 가치있는 일이 있으니까. 더 중요한 일이 있으니까. 그러니까 희생해야지. 그러니까 양보해야지. 그것이 자기의 가치니까. 그것이 자기의 존재일 테니까. 자기의 아들이 아닌 공씨집안의 3대독자다. 자신의 아들로서가 아닌 가문의 후계자로서만 그를 대하려 한다. 공기태가 답답해하는 이유다. 하지만 어머니로서, 여자로서, 인간으로서, 신봉향은 공기태와 마주할 수 없다. 그래서 주장미가 불편하다. 잊고 있던, 아니 잊어야만 했던 자신을 자꾸 일깨우려 한다. 억지로 다독이고 힙겹게 추스르며 여기까지 와 있다.

그나마 강세아(한선화 분)는 등장인물 가운데 가장 정상적인 캐릭터일 것이다. 아마 가장 많은 사람들이 선택하는 방법일 것이다. 마치 아닌 척. 마치 사실이 아닌 척. 전혀 다른 자신이 되어. 그런 자신마저 속여가며. 포기하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용기내어 다가가지도 못한다. 멀어질수도 없으면서 그렇다고 가까이 다가가지도 못한다. 이훈동(허정민 분)은 차라리 버려졌다는 자각조차 없다. 방임은 곧 방치다. 세상에 무엇도 자기것이 아니었다. 자기에게 속한 것이란 없었다. 처음으로 그런 것이 생겼다. 마치 어린아이처럼 집착한다. 주장미가 자기를 버릴 수 있다는 사실조차 애써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성장통이다. 조금은 어른이 되어가는 것일까? 지켜야 할 것과 가지고 싶은 것이 비로소 생겼다.

버릴 때 버리지 못한 유통기한마저 지나버린 감정의 찌꺼기란 결국 배탈의 원인이 될 뿐이다. 이런 저런 간섭들로 인해 배설하지 못한 결과는 차마 말로 표현하지 못할 참혹함을 낳을 뿐이다. 그것을 억지로 주워먹은 것이 주장미 자신이었다. 그것을 알지 못하고 주장미를 붙잡아 세운 것이 한여름이었다. 공기태였다. 억지로 주저앉힌 채 자기의 입장만을 강요한다. 그런 주장미를 가장 먼저 알아준 것은 그래서 신봉향이었을 것이다. 가장 큰 미련을 가슴에 담은 채 그녀 역시 오늘을 힘겹게 견뎌내고 있다. 배설되지 못한 감정이 모두가 눈치챌 정도로 독한 향기를 풍긴다. 주장미는 어떻게든 위기를 넘기고 있었다.

서로의 지나버린 감정들에 대해서. 지나버린 진심들에 대해서도. 그러면서도 여전히 놓치 못하고 있는 미련들이다. 서로를 부여잡고 서로를 얽맨다. 부자유한 이유다. 주장미에게 미련이란 배설을 막아선 한여름이었을까? 아니면 부끄러운 장면을 들키고만 공기태였을까? 자칫 흘려버린 배설로 인해 공기태에게 약점을 잡힌다. 그들의 연극은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사랑도 아니고 정도 아니다. 무엇도 아닌 모호함이다. 미묘한 관계가 흘러간다.

복잡하게 얽히고 섥힌 관계가 문장 하나로 깔끔하게 정리된다. 한 가지를 통해 훌륭하게 정돈된다. 사랑처럼 아름다운 이야기는 아니다. 정겹거나 따뜻한 우화 역시 아닐 것이다. 그래서 더 흥미롭다. 그들은 서로 만날 수밖에 없었다.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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