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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4.07.16 07:54

[김윤석의 드라마톡] 트로트의 연인 8회 "떠나는 장준현,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돌아올 것을 아는 이별은 이별이 아니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고전적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스스로 물러서주는 순정이란. 대개는 자격지심이다. 자기는 그 사람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자기가 있음으로 해서 오히려 그 사람에게 피해만 줄 것이다. 대중의 무서움을 안다. 스캔들이 얼마나 치명적인가도 안다. 자기가 그렇게 당했으니까.

"네가 여기까지 올라오는데는 8년이 걸렸어도 내려가는 데는 하루도 안 걸려!"

양주희(김혜리 분)가 말한 그대로다. 언제 모습을 감췄는지 모르게 사라져버린 스타들이 한둘이던가. 한때 영원할 것만 같았던 인기마저 아예 그런 사실조차 없었던 것처럼 흔적도 없이 거품처럼 꺼져버리고 만다. 잊혀졌다는 사실마저 잊혀진다. 과연 지금에 와서 장준현(지현우 분)이 추잡한 스캔들로 인해 한순간에 몰락한 사실을 기억하고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장준현이 새로운 음반을 내놓더라도 그것을 대중조차 더이상 남아있지 않다.

신인여가수다. 이제 겨우 대중들에 자신의 이름과 얼굴을 알리고 있는 중이다. 신인치고 벌써 많이 왔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최춘희(정은지 분)의 아버지를 만났다. 아버지를 생각하는 애틋한 마음이야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래서 방송을 펑크내면서까지 최춘희와 함께 아버지를 찾으러 나서기도 했었다. 더 크게 성공해서 아버지와 함께 살고 싶다는 최춘희의 바람을 이루어주고 싶다.

▲ KBS 제공

어쩌면 한 남자로서가 아닌 최춘희의 매니저로서였을 것이다. 그래도 최춘희의 곁에 남고 싶다. 최춘희와 가장 가까운 곳에서 그녀의 남자가 되고 그녀를 자신의 여자로 만들고 싶다. 하다못해 최춘희가 가수로 성공하지 못하면 자기가 먹여살리면 되는 것 아닌가. 사랑이란 원래 이기적인 것이다. 하지만 그의 이기는 최춘희의 성공을 위해 자신이 물러서는 것이었다. 자기의 연예인에게서 자신의 만족과 보람을 찾는다. 최춘희가 가수로서 성공하는 것이야 말로 자신의 행복이며 가치인 것이다. 딱 어울린다. 의도한 것이었을까. 이제는 한물간 고전적인 사랑이 매니저와 가수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제 자리를 찾아간다.

가수로서의 성공이 너무 빠르다. 아직 대스타라 하기에는 이르지만 음반도 적잖이 팔리고 CF에 인터뷰마저 끊이지 않는다. 드라마란 다른 말로 우여곡절이다. 이런저런 사정과 사연들이 곧 드라마라 할 수 있다. 순조롭다면 다시 드라마를 만들면 된다. 최춘희를 사이에 두고 사자인 조근우(신성록 분)와 이사 양주희가 정면으로 부딪힌다. 라이벌이라기에는 너무 무력하게 최춘희에게 모든 것을 내어주고 있는 박수인(이세영 분)이 양주희의 딸이다. 박수인은 조근우를 사랑하고 있다. 최춘희를 목표로 한 양주희의 계획이 엉뚱하게 장준현에게로 튀며 그로 하여금 최춘희를 떠날 결심을 하게 만든다. 너무 가까워서 의식하지 않던 장준현이 한순간에 사라져 보이지 않게 된다. 최춘희의 선택은 무엇일까? 당장은 조근우가 유리한 위치에 선 듯 보이지만 그러나 기대는 단지 기대일 뿐이라는 것이 드라마가 가지는 매력이다.

의외로 그늘이 없다. 악역은 있지만 그로 인해 음침하거나 궁상맞은 느낌은 그다지 없다. 오히려 밝다. 마치 트로트같이. 우울해도 살 만하다. 힘들고 괴로워도 그래도 아직은 살 만하다. 좋은 일만 계속된다. 어떤 슬프고 아픈 일들이 있어도 내일은 기쁨과 즐거움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조금은 아쉽게 느껴지기도 한다. 악역이라기에는 양주희나 박수인의 악의가 최춘희에게 결정적으로 안좋게 작용한 것은 거의 없었다. 어떻게든 해결이 되었다. 그리고 문제없이 지금까지 왔다. 어쩌면 장준현도 그렇게 끝나지 않을까. 그리 오래지 않게.

하기는 그러고 보면 사랑노래도 불러야 할 텐데 트로트가수로서 아직 사랑이란 걸 해보지 않았다고 했었다. 사랑의 감정을 아직 최춘희 자신이 전혀 알지 못하고 있다. 트로트의 '연인'이지만 '트로트'의 연인이기도 하다. 어쩌면 단순한 구조의 드라마가 이토록 흥미를 잡아끄는 이유일 것이다. 예상보다 빠른 성장이지만 가수로서 최춘희에게는 아직 중요한 숙제가 남아 있다. 사랑노래를 부르기 위해서는 먼저 사랑의 감정을 알아야 한다. 가수로서의 외적 성장을 어느정도 이루고 다시 내면의 성장을 이룬다. 비로소 사랑을 시작하는 이유다. 한 남자가 떠나고 한 남자가 다가온다. 다른 여자와 경쟁한다. 그 끝은 가수로서, 여자로서, 인간으로서의 또 한 번의 성장일 것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주위사람들 역시 조금씩 성장하게 될 것이다.

장준현이 떠나는 모습이 들인 공에 비해 그다지 슬프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일 것이다. 다시 돌아올 것을 아는 이별은 더이상 이별이 아니다. 그에게는 매니저 이외에도 다른 맡은 역할이 있다. 최춘희를 사랑하는 남자이고, 또한 한 때 최고라 불렸던 음악인이었다. 최춘희가 성장하는 만큼 장준현 역시 성장할 필요가 있다. 더 크게. 더 높이. 그에게도 지금의 이별의 경험은 음악인으로서 좋은 자양분이 되어 줄 것이다. 극적인 추락 만큼이나 극적인, 그러나 쉽지 않은 비상이 있을 것이다. 최춘희에게 어울리는 남자가 되어 돌아온다. 명색이 주인공이다.

떠날 때가 되었으니 떠난다. 떠나보낼 때가 되었으니 떠나보낸다. 다시 만나기 위한 잠시의 이별이다. 더 성장하고 더 성숙해져서 다시 돌아온다. 아직은 미숙했다. 가수로서도 여자로서도. 혹은 남자로서도. 매니저로서 떠난다. 어떤 모습이 되어 다시 돌아올까?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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