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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이슈뉴스
  • 입력 2014.07.14 08:36

[김윤석의 드라마톡] 연애 말고 결혼 4회 "인간과 관계, 진심이 사실 아닌 진실을 만든다"

진심이 아니면서 진심인 척, 그렇게는 전 못하겠거든요!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사람이 사회적 존재로 거듭나는 것은 거짓말을 하기 시작하면서부터라 할 수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이해하고, 자기가 지금 그 가운데 어디쯤 위치해 있는가를 알게 되며, 궁극적으로 자기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하는가를 궁리하기 시작한다. 불리한 상황을 회피하거나 유리한 결과를 유도하기 위해 때로 아무 거리낌없이 아이들은 거짓말을 한다.

사람은 누구나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 아버지라는 가면, 어머니라는 가면, 아들이라는 가면, 딸이라는 가면, 혹은 대학교수이기도 하고, 기업의 경영자이기도 하며, 잘나가는 의사이기도 하다. 그리고 가면에 어울리는 자신을 연기하기 위해 적절한 태도나 행동들을 학습하기도 한다. 아버지답게. 어머니답게. 아들이라면. 딸이라면. 대학교수라면. 기업의 경영자라면. 의사라면. 그에 가장 어울리는 모습을 하고 있을 때 '훌륭하다'라는 찬사가 따라붙는다. 훌륭한 사회인이며 훌륭한 인간이다. 사람들로부터 존경받는 삶이란 인간이 가지는 가장 고차원적인 욕구 가운데 하나다. 그래서 더 열심히 자신을 연기하려는 것인지도 모른다.

▲ tvN 제공

훌륭한 가정이어야 했다. 훌륭한 아내이고 훌륭한 어머니이며 훌륭한 며느리여야만 했다. 그것 말고는 더이상 신봉향(김해숙 분) 자신에게 아무것도 남은 것이 없었다. 가치없는 삶이 되어 버린다. 의미없는 존재가 되어 버린다. 그래서 더욱 집착한다. 훌륭한 아내, 훌륭한, 어머니, 훌륭한 며느리, 훌륭한 가정. 그러나 너무나 노골적인 그녀의 노력은 정작 가족들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한다. 그것은 단지 진짜가 아닌 연기에 불과하다.

공기태(연우진 분)가 결혼을 거부하는 이유일 것이다. 인간의 진심을 믿지 못한다. 가장 가까운 부부조차 결국 가식이고 기만일 뿐이다. 어쩌면 순수하기 때문일 것이다. 순수하기 때문에 조금의 거짓도 용납하지 못한다. 거짓은 단지 거짓일 뿐이다. 그러나 그런 거짓에조차 진지해지는 사람이 있었다. 의도한 기만임에도 진심이 되어 버리고 마는 사람이 있었다. 주장미(한그루 분)가 가족 누구도 알지 못하던 신봉향의 진심을 누구보다 먼저 이해할 수 있었던 이유였다. 설사 그것이 거짓에 불과할지라도 그 순간 얼마나 진심이었는가가 더 중요하다. 주장미 자신이 그랬으니까.

항상 진심이다. 공기태와의 거짓된 관계에조차 어느새 진심이 되어 버리고 만다. 공기태의 가족과의 기만적인 관계조차 벌써 진지해져 버리고 만다. 공기태의 사주로 '깽판'을 놓으려 찾아가서는 누구보다 열심히 전을 부치며 제사준비를 돕고 있었다. 그래서 이해가 가지 않는다. 훌륭한 아내를 연기하려 했다면 끝까지 철저했어야 했다. 어째서 훌륭한 아내를 연기하려 하면서 남편의 부정에는 눈을 감고 있는가. 훌륭한 아내라면 그래서는 안되는 것이다. 그녀의 아내연기에는 정작 남편이 배제되어 있었다. 어쩌면 어머니로서도, 며느리로서도, 그녀는 철저히 단절되고 고립된 자신만을 위해 가식된 연기를 이어오고 있었을 것이다.

어느새 공기태와의 계약에 의해 시작된 거짓된 관계에 도취되어 남의 중요한 기제사의 분위기마저 망쳐버리고 만 주장미였다. 사람들이 기분나빠할 것을 알면서도 정작 자신들은 외면하고 있던 이야기를 서슴없이 끄집어내었던 것이 바로 주장미 자신이었다. 하려면 철저히 하라. 아내로 남고 싶으면, 어머니로 남고 싶으면, 며느리로 남고 싶으면, 훌륭한 가족으로 여겨지고 싶으면, 그러면 더 철저히 연기하라. 가식없이 온갖 추한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며 정면으로 부딪히는 부모를 보고 자랐다. 공포와도 같던 어린시절 고독의 기억은 그녀로 하여금 더욱 철저히 자신을 연기하도록 만들었는지 모른다. 사랑할 필요가 있기에 진심으로 사랑하는 자신을 연기한다. 행복해지기 위해 행복해지려는 자신을 연기한다.

이훈동(허정미 분)이 한때 주장미를 거부하려 한 이유였다. 그리고 지금 다시 주장미에게 이끌리고 마는 이유였다. 공기태도 주장미에게 이끌린다. 거짓으로 시작된 관계이기에 더욱 그녀의 바보같은 진심이 직접 공기태 자신에게 와 닿는다. 그것은 신뢰다. 어떤 순간에도 그녀는 진심일 것이라는. 어떤 상황에서도 그녀는 진심으로 자신을 대해 줄 것이라는. 그리고 구원이기도 하다. 그를 그동안 짓누르고 있던 어떤 트라우마에 대한 답이기도 하다. 그것이 굳이 사실일 필요는 없다. 사실과 진실은 전혀 다른 것이다. 진심이 진실을 만든다. 주장미는 공기태를 걱정한다. 마치 어린아이처럼 혼자서 떨고 있었다.

한여름(정진운 분)의 캐릭터가 독특하다. 그는 누구보다 진심이다. 누구보다 솔직하다. 그래서 돌아가는 법도 안다. 때로 속이고 감출 필요가 있다는 것도 안다. 공기태와 주장미의 관계가 어떠하든, 공기태와 주장미의 서로에 대한 감정이 어떠하든, 그리고 강세아(백선화 분)의 제안을 받아들이며 돈을 받는 자신의 모습이 어떻게 비치든, 과연 그는 어떤 삶을 살았던 것일까? 그가 살아온 환경이란 과연 어떤 것이었을까? 가면이 필요없을 정도로 메말라 있다. 연기가 필요없을 정도로 텅 비어 있다. 때로 한여름이 악역같이 느껴지는 이유일 것이다. 진심인데 전혀 진심같지 않다. 어쩌면 정진운 자신의 연기력의 문제일지도 모른다.

공기태와 주장미의 거짓에 의해 시작된 관계가 드라마의 열쇠가 되어 준다. 그럼에도 어느새 진심이 되어 버린 주장미의 모습과 그같은 거짓된 관계에 의지하는 공기태의 모습이 제목의 뜻을 말해주는 듯하다. 연애란 사실이다. 결혼은 진실이다. 연애란 개인과 개인이 한다. 결혼은 관계와 관계의 결합이다. 연애는 사랑으로 하고 결혼은 의리로 한다던가. 책임이고 의무다. 성실함이고 진실함이다. 사랑이 아니어도 진심만 있다면 결혼도 가능하다. 물론 그렇다기에는 공기태는 벌써 주장미에게 마음을 주고 있는 것 같지만.

묘하게 생각하게 만드는 드라마일 것이다. 로맨틱코미디의 전형을 보여주는 듯하면서 순간순간 드라마를 보며 생각에 잠기게 만든다. 사람에 대해서. 사랑에 대해서. 그리고 결혼과 가족에 대해서도. 가식없는 진심도, 진심이 사라진 가식도, 결국 인간이란 관계 속에 존재하는 것이기에. 주장미의 엉뚱함이 예사롭지 않은 이유다. 유쾌하면서 가볍지 않다.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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