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 기자명 권상집 칼럼니스트
  • 이슈뉴스
  • 입력 2014.07.13 10:02

[권상집 칼럼] 홍명보 감독 사퇴 기자회견이 내내 불쾌한 이유

리더십의 기본도 모르는 부적절한 언행을 보여준 씁쓸한 뒷마무리

[스타데일리뉴스=권상집 칼럼니스트] 끝까지 스타일 구기고 떠난 이가 있다. 불과 두 달 전까지만 해도 국가적 비극이었던 ‘세월호 참사’를 조금은 잊게 해줄 것이라고 국민들이 기대했던 홍명보 A대표팀 감독. 그러나 그는 국민들의 기대와 달리 매우 저조한 성적과 함께 기타 불필요한 사생활까지 도마 위에 오르며, 대표팀 감독의 자격 시비를 불러일으키며 불명예 퇴진하고 말았다. 현재 홍명보 감독이 입은 상처는 단순한 대표팀 성적 부진이 아니라 그의 인성, 리더십, 부적절한 언행까지 겹쳐진 논란으로 더 커진 것이기에 향후 그가 다시 국민 앞에 모습을 드러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필자는 그간의 칼럼에서 홍명보 감독에게 불과 1년의 기간을 맡긴 후 그에게 과도한 성적을 기대하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르기에 지금 그에게 과도한 비난을 하는 건 조금은 자제해야 한다고 강조했었다. 그러나, 홍명보 감독의 대표팀 감독 사임 인터뷰를 보고 그는 대표팀 감독의 자리에 적절하지 않다는 점을 확신할 수 있었다. 그가 단순히 대표팀 감독 자리에 있는 동안 CF를 찍었기에, 그리고 부동산 투자에 관심을 보였기에 하는 말이 아니다. 그 동안 많은 스포츠 스타들이 CF와 운동을 병행했기에 이런 식의 광고 수입을 올리는 그의 행동이 부적절하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 홍명보 감독 (출처 대한축구협회)

그러나 최소한 그는 대표팀 감독으로서 하지 말아야 할 언행을 보여주며 더 큰 실망을 팬과 국민들에게 안기고 씁쓸하게 퇴장했다. 필자가 리더십의 기본을 홍명보 감독이 모른다고 생각한 첫 번째 이유는 바로 그가 언급한 ‘B급’ 평가와 관련된 발언이다. 물론, 본지 박병준 기자가 언급한 것과 같이 B급 발언이 틀린 말은 아니다. 그리고 실제로 K리그 각 팀을 맡고 있는 감독이나 K리그에서 뛰는 선수들도 자신들의 역량이나 리그 수준이 해외 리그보다 떨어지는 점은 모두가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속으로 인정하는 것과 그것을 겉으로 발언하여 전체 모든 국내 선수들을 수준 이하로 공개적으로 평가하는 건 완전히 다른 얘기다. 특히 그런 발언을 대한민국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감독이 했다면 그는 앞으로도 대한민국 국가대표팀과 관련된 그 어떤 역할도 맡아서는 곤란하다.

리더십의 기본 항목 중 하나는 ‘칭찬은 공개적으로, 비판이나 지적은 사적으로 해야 한다’라는 말이 있다. 즉, 칭찬은 반드시 객관적인 성과를 토대로 해야 하고 누구나 그 성과를 알고 동기 부여될 수 있도록 공개적으로 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비판이나 지적은 자칫 공개적으로 할 경우 해당 구성원의 동기부여나 자신감, 자아존중감 등이 모두 약해질 수 있기에 부족한 부분은 리더라면 반드시 조용히 사적으로 언급하여 그 사람 이외 누구도 해당 구성원이 부족한 사실을 알면 안되게 코칭해야 한다. 과거 안철수 국회의원이 교수 시절 그토록 학생들에게 강조한 것도 바로 ‘칭찬은 공개적으로, 비판은 사적으로’ 하는 것이 리더십의 기본이라는 점이었다.

공교롭게도 홍명보 감독이 사퇴 발표를 하던 날, K리그에서 뛰던 김승규 골키퍼는 ‘다시 한번 열심히 하여 아시안컵 우승을 통해 감독님의 명예도 되찾아드리고 싶다’는 소망을 드러낸 바 있다. 하물며 구성원들이 이러한 열망과 의지를 갖고 있는데, 조용히 개인적으로 지적해주어야 할 선수들의 부족한 점을 모두 B급으로 평가한 홍명보 감독의 발언은 리더십의 기본도 그가 아예 모르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증거이다. 더 정확히 말해, 국내 A급 선수들도 해외 리그 가면 B급 선수로 떨어진다는 표현을 하였기에 K리그 선수들을 B급보다 더 이하로 그는 본 것이다.

박병준 기자의 말과 같이 ‘부족한 실력을 갈고 닦아 해외에서 통하는 실력을 갖춰 그에게 복수하면 된다.’ 그러나 여기서도 드러나는 바와 같이 공개적으로 국내 선수들의 역량을 B급이다, B급보다 더 이하로 판단하면 애초에 팀 선수들과 감독의 완벽한 융화, 리더에 대한 존경은 이내 사라지고 만다. 필자가 대학에서 강의할 때도, 그리고 기업에서 특강할 때도 리더십이 무엇이냐고 묻는 사람들의 질문에 ‘리더는 칭찬은 객관적 성과를 토대로 공개적으로 하되,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반드시 해당 당사자만 그 점을 알고 보완할 수 있도록 사적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홍명보 감독은 대회 기간 내내 객관적 성과가 아닌 ‘의리’선발이라는 말이 화두가 될 만큼 공개적 편애를 보였고, 선수들의 부족한 점을 퇴임할 때 모두에게 B급 이하라는 말로 표현하며 모든 선수들의 의욕을 저하시켰다.

더 나아가 그의 사퇴 기자 회견에서의 가벼운 옷차림은 적어도 필자에겐 최대의 실망스러움을 안겨주었다. 여름이고 무더운 날씨에 가벼운 옷차림을 보이는 건 결코 나쁜 것이 아니다. 그러나 그는 지난해 무더위 속에서도 선수들에게 ‘예의’를 강조하며 정장 옷차림을 통해서 국민들에게 올바른 정신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표팀 소집 첫날, 선수들이 무더위 속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정장을 입고 걸어온 모습을 모든 국민은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그때 홍명보 감독이 ‘정장 옷차림으로 신중한 태도와 예의, 올바른 모습을 보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언급하여 모든 사람들의 기대를 불러 일으킨 점을 대한민국 국민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마지막 대표팀 감독 사퇴 기자회견 때 그의 모습은 어떤가. 사퇴할 때는 올바른 정신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인가? 적어도 축구 감독으로서 보여주는 그의 마지막 모습이라면 그가 말 한대로 좀 더 신중한 태도와 예의를 보여주어야 하지 않았을까? 그가 그토록 선수들에게 강조한 점 아니었는가? 그가 이렇게 자신이 강조한 하나의 정신을 구현하는 데 있어서도 마지막 모습에서 솔선수범을 보여주지 못하니 월드컵 대표팀이 좋은 성과를 거둔다는 점이 애초에 불가능했을지 모른다.

필자가 이번 대표팀 감독으로서 그에게 실망한 점은 객관적 성과가 아닌 주관적인 특정 선수에 대한 노골적인 편애, 그리고 선수들의 의욕과 동기를 저하시키는 역량 부족에 대한 공개적인 평가, 그리고 자신이 강조한 ‘올바른 정신’에 필요한 행동에서조차 그는 약속을 저버린 점 등이다. 이제 그에게 국민이 향후 기대하거나 또는 우리들이 그를 기다려야 할 이유는 없는 것 같다.

- 권상집 카이스트 기술경영전문대학원 박사

(한국개발연구원(KDI) `미래 한국 아이디어 공모전' 논문 대상자)

모바일에서 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