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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4.07.12 11:37

[김윤석의 드라마톡] 연애 말고 결혼 3회 "주장미, 망가진 문을 열고 공기태를 구하다"

외로운 그들이 사랑하는 이유, 사랑하려는 이유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소품을 제대로 활용한다. 이런 메타포적 구성을 좋아한다. 라면을 두고 공기태(연우진 분)와 주장미(한그루 분)가 서로 다툰다. 레시피대로 끓이려 집중하는 공기태와 일단 맛있으면 그만인 주장미, 라면냄비의 아래에는 공기태가 주장미에게 건낸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라는 책이 깔려 있다. 어차피 그런 책따위 신경도 쓰지 않는 것이 주장미다.

라면이 앞에 있으면 주장미는 그릇도 쓰지 않고 머리까지 들이밀어가며 바로 냄비에서 면을 건져먹는다. 그런 주장미의 머리를 밀어내며 공기태는 각자의 그릇에 덜어먹을 것을 요구한다.

"니 감정은 니 감정, 내 감정은 내 감정!"

이보다 더 적확하게 두 사람의 성격을 비교해 보여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다. 상대의 감정따위 아랑곳 없이 온통 자신의 감정으로 휘저어 버리는 주장미의 저돌성과 그런 순간에조차 서로의 감정을 분리해서 보려 하는 공기태의 냉정함이 그를 통해 명확히 드러난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공기태는 주장미에게 집을 침범당하고 있는대로 휘어어진 채 라면까지 한 냄비에 섞어 먹은 뒤였다. 주장미로 인해 공기태의 집 화장실 문이 고장난다.

▲ tvN 제공
고독은 아무리 익숙해져도 결국 고독에 불과하다. 아무도 없을 때는 고독하다는 사실조차 자각하지 못한다. 그러다 비로소 혼자라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불현듯 외로움이 밀려든다. 주장미가 망가뜨린 화장실에서 공기태는 혼자가 되어 갇힌다. 하필 화장실에 갇힌 것이 주장미를 내보내고 비로소 혼자가 되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난 뒤였다. 혹시 누군가 와줄까. 누군가 자신을 구해줄까. 그러나 오지 못할 이유들만 계속해서 떠오른다. 주장미에게까지 생각이 미치지만 그녀를 오지 못하도록 한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이었다.

그렇게 공기태가 고장난 화장실에서 혼자서 쓸쓸히 말라가고 있을 때 운명처럼 두 여자가 그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원래 공기태에게는 그런 버릇이 있었다. 혼자 있고 싶을 때는 혼자 있도록 내버려두는 것이 배려하는 것이다. 그러나 마치 예감처럼 강세라(한선화 분)는 주장미의 말을 떠올리며 공기태의 집으로 차를 돌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보다 한 발 앞서 주장미가 어렸을 적 기억을 떠올리며 공기태의 집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마침내 공기태의 집 문을 열고 화장실에 갇혀 있던 공기태를 구해낸 것은 다름아닌 주장미였다. 상징적이다. 공기태의 집 현관 비밀번호는 공기태의 생일이었다. 그의 자폐적 에고를 드러낸다.

어째서 공기태는 혼자이기를 바라는가. 어째서 주장미는 그토록 사랑을 꿈꾸는가. 어릴적 기억이 교차한다. 두 사람이 만나게 된 이유다. 두 사람 모두 외로웠다. 어두운 집에 어린 두 사람 모두 혼자 뿐이었다. 그러나 주장미는 무서웠고 공기태는 편안했다. 주장미에게 외로움이란 공포였고 공기태에게 외로움이란 해방이었다. 부부싸움을 하는 수단이 소통의 단절이다. 그것이 서로에게 얼마나 큰 고통인가를 아는 때문이다. 공기태 부모의 사이에는 아예 단절조차도 존재하지 않는다. 무의미한 대화와 무의미한 몸짓 뿐. 사랑조차 아닌 집착은 구속일 뿐이다. 상대의 감정에 휘말리고 싶어하고, 상대의 감정에 휩쓸리는 것을 꺼려한다. 하지만 결국 주장미에게 외로움이란 단지 공포이고 고통일 뿐이었다. 단지 참아왔던 것 뿐이다.

모두가 거짓의 가면을 쓴다. 외롭기 때문이다. 무섭기 때문이다. 어째서 후배 남현희(윤소희 분)는 거짓말까지 해가며 이훈동(허정민 분)을 만나는가. 이훈동은 자기에게 그런 문자를 보내고 후배인 남현희와 만나고 있는가. 한여름은 전혀 알지 못하는 여자와 데이트를 하고 있었다. 한여름이 자신을 향해 보여준 진심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갑작스럽게 밀려든 고독이 그녀를 공기태에게로 이끈다. 공기태야 말로 가장 지독한 거짓말장이일 터다. 그토록 크고 넓은 집에서 온갖 것들을 갖추고도 혼자서 갇힌 채 살아가고 있다. 모든 것이 진심이고 진실인 주장미에게 온통 이해할 수 없는 것들 투성이다. 무서워진다. 혼자 남겨진 듯하다. 공기태의 너무나 익숙해져버린 고독이 외로운 주장미를 불러들인 것일까?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이유, 사람이 사람을 거부하는 이유, 그럼에도 사람이 다시 사람을 만날 수밖에 없는 이유들에 대해서. 복수마저 오히려 그녀가 복수를 포기한 순간에 이루어진다. 거짓의 가면을 벗어던지고 솔직한 자신으로 돌아가 이훈동에게 작별을 고했을 때 그토록 바랐음에도 그녀에게로 향하지 않던 이훈동의 마음이 움직이고 만다. 어쩌면 그동안 이훈동과 나눴던 모든 사랑의 말보다 그 순간의 이별을 말하는 한 마디에 더 진실한 마음이 담겨 있던 것은 아니었을까. 그 순간에야 비로소 이훈동 역시 그동안 주장미가 자신에게 했던 사랑의 말들이 진심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지독한 역설이다. 그러나 그것이 사랑하는 이유다.

거짓으로 시작된 관계다. 거짓으로 유지되는 관계다. 그래서 더 공허하다. 서로의 진심이 서로에게 닿지 않고 있다. 자신의 감정조차 알지 못한다. 한여름이 자신이 직접 만든 요리를 주장미에게 맛보이던 순간 주장미는 오히려 공기태의 어머니가 담근 김치를 한그루에게 맛보이고 있었다. 바로 직전 공기태의 집에서 공기태에게서 받아온 김치였다. 한여름과의 관계 역시 처음 공기태의 조언으로 시작되고 있었다. 공기태의 어머니가 한여름과의 관계를 훼방놓는다. 과연 부모님께 공기태와의 관계를 솔직하게 말하지 못한 것이 두 사람 사이가 그로 인해 좋아졌다는 이유 하나 때문인가. 공기태가 느끼는 불편함은 주장미에 대한 불쾌함인가.

외로운 두 사람이다. 외로움이라는 천형이 아직도 두 사람의 일상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다. 아니 오히려 외롭지 않은 사람을 찾아보기가 더 힘들 것이다. 강세라도, 이훈동도, 어쩌면 한여름도, 남현희도, 그들의 부모들 역시도. 그래서 더 사랑하려 하고, 그렇기 때문에 더 도망치려 한다. 그래도 사랑할 수밖에 없다. 사랑하는 이유다. 드라마의 이유다. 누구도 아주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다. 그래서 언젠가는 누군가를 사랑한다.

사람을 믿는다. 사랑을 믿는다. 일단 머리부터 들이밀고 본다. 진심부터 되고 본다. 공기태의 집으로 향하는 걸음도 빨랐고, 그 전에 할머니와 함께 공기태의 집 비밀번호를 알아내는 과정은 무모했다. 그러나 자신이 망가뜨렸기에 자신이 문도 열 수 있다. 너무 다가갔지만 그랬기에 강세라보다 먼저 공기태도 구할 수 있었다. 주장미의 승리다. 위기에 이은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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