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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1.08.02 09:37

TOP밴드 "게이트플라워즈와 악어떼"

TOP밴드 첫 스타밴드의 탄생을 예감하며...

 

개인적으로 오디션이란 캐릭터 싸움이라 여기는 편이다. 아니 대중음악 자체가 그러할 것이다. 음악만이 아닌 음악인 자신으로써도 대중에 어필한다. 음악과 음악인 자신이 하나가 되어 대중들에 다가가고 소비된다. 그래서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스타일은 물론 이미지, 심지어 일상마저도 디자인하고 관리하며 대중들에 보여지는 모습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일 게다. 하물며 아직 전혀 대중에 알려지지 않은 신인이고 아마추어들이 대중에 다가가려면 더욱 그러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처음 1차예선에서 게이트플라워즈의 연주를 듣고 충격을 받은 이후로 내내 마음 한 구석에서 그래도 한계가 있지 않겠는가 스스로 지레 아쉬워했던 것이 바로 그런 이유에서였다. 일단 비주얼에서 보컬 박근홍의 경우 일반 대중이 선호하는 그런 모습과 상당히 거리가 멀었었다. 더구나 목소리마저 가사가 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일그러진 것이 자칫 비호감으로 들리기 쉬웠다. 2차예선에서 봄여름가을겨울의 전태관씨가 비호감으로 들릴 수 있음을 우려한 것이 괜한 것이 아니었다. 설사 본선에 진출하더라도 결국 대중의 선호도에서 크게 밀리지 않을까.

게이트플라워즈의 음악에 충격을 받은 것이 비단 필자만은 아닌 듯 곳곳에서, 심지어 밴드음악이며 록에는 전혀 관심도 없다던 사람들마저 그들의 음악에 열광할 때도 역시 한결같이 가지고 있던 우려였다. 분명 일부의 마니아들은 열광할 수 있겠지만 더 많는 일반의 대중들이 쉽게 다가갈 수 없는 비주얼과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 점차 <TOP밴드>라는 프로그램의 저변이 넓어지며 보다 라이트한 대중이 프로그램에 관심을 가지게 될 경우 한계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런데 웬 걸? 지난 7월 30일 방송분을 보면서 어쩌면 <TOP밴드>에 출전하고 있는 밴드들 가운데 가장 대중친화적인 캐릭터를 갖게 되는 것은 게이트플라워즈가 아닐까 하는 기대마저 가지게 되었다. 연습실에서 한가하게 앉아 있으며 핸드폰으로 장기게임을 하는 모습도 상당히 친근하게 느껴졌거니와 이어 신대철 버스가 나타났을 때 버스 앞에 붙어 있던 신대철 사진을 보고 찰싹 달라붙어 애정을 표현하는 박근홍의 모습은 귀여움 그 자체였다. 아니 무엇보다 지금도 화제가 되고 있는 초등학교에서의 '악어떼' 연주. 아이들이 귀를 막고 무서워하는 모습과 대조적으로 자켓을 뒤집어쓰고 특유의 그로울링으로 동요를 불러주는 모습은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아, 사랑스럽다.

실제 조별경연을 보러 가서도 느낀 것이었다. 외모와는 달리 참 수줍은 사람이다. 그리고 순수한 사람이다. 더불어 유머도 있고 재치도 있다. 한 마디로 흔히 말하는 예능감이 있다. 블루니어마더의 한준희씨와 거의 필적할 수준이다. 그에 비하면 약간은 신경질적인 느낌의 시크한 이미지의 염승식씨는 깔끔한 외모로 적절히 대조군을 이루고 있고. 한 마디로 그냥 보컬 박근홍과 기타리스트 염승식만 서 있어도 그림이 나온다. 베이스의 유재인이나 드럼의 양종은에게도 캐릭터가 만들어진다면 그야말로 완벽 그 자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야말로 신의 한 수였다. 초등학교 공연은. 결국 가장 많은 표를 받은 것은 리카밴드였지만 그를 통해 더욱 대중에 각인된 것은 게이트플라워즈였다. 비록 뒤늦게 프로그램을 보게 되는 사람들이 있어도 초기 방송분을 챙겨보게 된다면 알게 되리라. 이 팀이 이렇게 귀여운 팀이라는 것을. 이 팀의 어쩌면 무섭게 생긴 보컬이 이렇게 귀엽고 사랑스러운 사람이라는 것을. 개인적으로 어려서 보았던 만화 도라에몽의 주인공 도라에몽을 닮았다고 생각하는데. 하지만 조별경연 당시 아마 같은 회사 사람들로 여겨지는 이들이 펼쳐 보인 플랭카드 "우유빛깔 박근홍"이 별명이 되어 버린 듯하다.

처음 필자가 <TOP밴드>에서 가장 유력하다고 보았던 팀이 POE와 TOXIC, 그리고 AXIZ였다. 셋 다 젊고 특히  POE와 TOXIC은 캐릭터가 확고하다. 물렁곈의 존재감은 현재 <TOP밴드>출연밴드 가운데 가히 최고라 할 만하고, TXOIC은 잘생긴 청년 둘이서 각각 기타와 드럼을 맡는 단촐한 구성과 개성강한 연주로 이미 대중에 강한 인상을 심어주고 있었다. 다만 AXIZ의 경우는 1차예선에서 보여준 이상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한계로 작용하고 있다. 기대만큼 치고 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상당히 아쉽다.

그래서 이 두 팀에 아내와의 관계를 걱정하는 중년남성의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준 블루니어마더의 한준희씨나, 남궁연에 의해 프로팀에도 지지 않을 동네축구라는 확실한 이미지를 얻게 된 S1, 놀라운 보컬로 벌써부터 패자부활전을 기대하게 만드는 번아웃하우스,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보컬로 사람들을 놀라게 한 WMA, 역시 벌써부터 패자부활전을 기대하게 만드는 야누스적인 목소리의 보컬 리카 백지연의 리카밴드 등이 대중들에 확실하게 자기 캐릭터를 각인한 팀들일 것이다. 확실히 이들 팀들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와 더불어 무대에 대한 기대가 생긴다. 실력을 넘어서 어쩐지 들어보고 싶다는 충동이 일게 만든다. 탈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미련을 놓지 않게 하는 이유다.

그런데 여기에 이미 실력에서부터 마치 동네축구대회에 출전한 프로팀처럼 압도적인 존재감을 자랑하던 게이트플라워즈까지. 사실 출발점은 브로큰발렌타인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게이트플라워즈가 2011년 한국대중음악상을 받았다면 브로큰발렌타인은 2009년 아시안비트 그랜드파이널에서 대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었다. 연주력에서도, 무대장악력에서도, 음악적 수준에 있어서도 두 팀은 진정 라이벌이 될만한 <TOP밴드>의 확실한 두 기둥이었다. 그러나 지금에 이르러 두 팀에 대한 대중의 인지도나 인기는 상당한 차이를 벌리고 있으니 역시 캐릭터의 힘일 것이다. 압도적인 실력에 더구나 대중친화적인 캐릭터까지.

필자가 게이트플라워즈를 주목하는 이유일 것이다. <TOP밴드>가 조금 더 시청율이 높고 대중에 화제가 되었으면 좋았겠지만. 하지만 그렇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TOP밴드>를 보았고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이미 마치 <TOP밴드>라고 하는 프로그램을 상징하는 팀처럼 되어 버렸다. 보다 게이트플라워즈가 전면에 나서서 <TOP밴드>를 견인할 수 있었으면. 더 나아가 <TOP밴드>라는 프로그램을 발판으로 더욱 대중에 자신을 알리고 밴드음악을 알릴 수 있었으면. 마치 신대철조의 조별경연 당시 다름 아닌 게이트플라워즈를 보려 잘 보지도 않던 밴드의 공연을 보기 위해 찾은 수많은 대중들처럼. 게이트플라워즈라는 이름으로도 그 많은 대중을 흥분시킬 수 있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음악일 것이다. 게이트플라워즈가 대중의 관심을 받게 되었다고 자신들의 음악을 소홀히하게 되리라고는 전혀 생각지 않는다. 다만 조금 더 바빠졌으면 하는 것이다. 여기저기 공중파 프로그램에도 얼굴을 비추고, 라디오프로그램에서도 목소리를 들려주고. 역시 걸림돌은 <TOP밴드>의 시청율. 하기는 그것이 한국이라는 사회에서 밴드음악이 갖는 현실일 테니까. 그렇더라도 <TOP밴드>가 처음 목표했던 대중에 알릴 수 있는 스타밴드로서의 자격은 갖추지 않았을까. 그들의 이름이 대중을 불러세운다. 관심을 돌려세운다.

아무튼 다시 보면서도 내내 웃고 있다. 많은 <TOP밴드>의 팬들처럼 필자 역시 초등학교에서 부른 게이트플라워즈의 '악어떼' 무편집풀버전을 듣고 싶어진다. 게이트플라워즈만의 개성으로 재해석된 '악어떼'는 어떤 음악일까? 마치 진짜 악어떼가 나타난 듯 아이들을 놀라게 하고 두려움에 떨게 만든 그 음악들을. 그리고 보컬 박근홍의 귀여운 모습도 조금 더 지켜보고 싶다. 과연 귀엽다는 말이 어울리는가 모르겠다만. 아이돌도 남자는 키우지 않는데. 설레고 기대하게 된다.

기대해 본다. <TOP밴드>의 아이돌. 현재 가장 주목하는 세 팀 가운데 하나다. 실력만이 아닌 캐릭터까지 포함한 가장 유력한 후보 세 팀 가운데서도 가장 유력한 한 팀일 것이다. 게이트플라워즈를 보기 위해서라도 <TOP밴드>를 보게 되고, 게이트플라워즈 때문에라도 밴드음악을 찾아든게 된다. 조금 더 유명해져도 좋은 팀이라 생각하지만. <TOP밴드> 최대의 성과라 할 것이다. 물론 다른 팀들도 모두 훌륭하다. 건투를 빈다. 모두가 그들의 이름을 아는 그날까지. 부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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