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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4.07.10 09:04

[김윤석의 드라마톡] 조선총잡이 5회 "허술한 액션이 드라마의 발목을 잡다"

재미있을만한 다양한 요소를 가진, 그러나 재미없은 이유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소재 자체는 무척 흥미롭다. 구한말의 격동기를 배경으로 한양의 한복판에서 총격전이 벌어진다. 나라를 새롭게 바꾸고자 하는 국왕 고종(이민우 분)의 고민과 기득권을 지키려 그를 좌절시키려 하는 수구세력의 대결은 현실과 맞물려 선악의 구분을 보다 단순화시킨다. 권선징악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해 온 가장 오래된 주제 가운데 하나다.

플롯 자체는 전혀 새로울 것 없는 복수물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을 것이다. 죽음과 부활, 그리고 복수. 아버지가 억울하게 죽임을 당하고, 가족은 역적이 되어 뿔뿔이 흩어졌으며, 주인공 다신은 죽을 고비를 넘기고 겨우 일본으로 밀항했다가 한조라는 이름의 일본인이 되어 다시 한양으로 돌아오게 된다. 한조가 된 박윤강(이준기 분)의 손에는 아버지를 죽게 만든 총잡이들의 서양식 총이 들려 있다. 여전히 고종과 수구세력의 결사체인 수호계가 서로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박윤상의 복수가 조용히 시작된다. 필연처럼 복수의 과정에서 사랑했던 연인 정수인(남상미 분)과 만나고 운명처럼 다시 얽히게 된다. 정수인의 곁에는 어느새 김호경(한주완 분)이 그림자처럼 맴돌고 있다. 굳이 장르를 특정할 것 없이 너무나 익숙한 여러 작품에서 흔히 보아온 구도이고 구성일 것이다. 처절한 사랑과 비련의 사랑의 이야기다.

▲ KBS 제공
그래서일 것이다. 뻔하고 흔한 구성이고 구도이기에 그만큼 사람들의 흥미를 잡아끌 만한 새로운 요소가 필요하다. 아니 어쩌면 거꾸로 구한말의 한양에서 벌어지는 총싸움이라는 흔치 않은 소재가 안심할 수 있는 익숙한 구성과 구도를 필요로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 만큼 총싸움이 멋있어야 한다. 더불어 총싸움을 벌이는 배우들의 모습 또한 멋있어야 한다. 최첨단의 신식총으로 무장한 총잡이들을 오로지 시대에 뒤떨어진 활 하나에 의지해 뒤쫓는 박윤강의 아버지 박진한(최재성 분)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던 이유일 것이다. 오히려 압도하고 있었다. 과학문명으로 무장한 제국주의 열강에 맞서 자신의 소중한 가치를 지키고자 했던 많은 이들의 모습이 그 한 장면에 담겨있는 듯했다. 과연 박진한은 신식총으로 무장한 총잡이들을 활로써 이겨낼 수 있을까.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아무래도 제작여건의 문제인지 비슷한 배경이 너무 자주 쓰이고 있었다. 한 번은 흥미로워도 두 번 너머 세 번이 되면 지겹다. 액션 역시 비슷한데다 더구나 서툴기까지 하다. 차라리 장식 없이 오로지 진지함과 치열함만으로 승부를 보는 것이 나았을 뻔했다. 총으로 보여줄 수 있는 액션이란 것이 한계가 있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총기액션에 익숙하지 않다 보니 곳곳에서 헛점이 노출된다. 고증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드라마 시작에 역사적 사건이나 실제 인물과는 상관없다는 말이 면죄부가 된다. 역사드라마가 아니다. 단지 역사를 소재로 한 판타지 드라마다. 다만 그 판타지가 너무 미약하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배우가 아닌 배역 자체의 매력이 드라마를 끌어가는 것도 아니다. 흔한 복수물의 주인공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새롭지도 특별하지도 신선하지도 않다.

총체적인 문제일 것이다. 하지만 퓨전이라는 것이 말처럼 쉽지만은 않은 이유일 것이다. 맞지 않는 어색함을 자연스러움으로 녹여낸다. 아니면 아예 전혀 새로운 느낌으로 새롭게 만들어낸다. 총격전이라는 요소를 구한말이라는 시대에 맞추거나, 아니면 구한말이라는 시대를 총격전에 맞춰 재구성한다. 이도저도 아니다 보니 결국 파탄이 일어난다. 시대와 액션과 캐릭터가 서로 따로놀며 화합하지 않는다. 정수인의 캐릭터에서 어떤 매력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시대를 앞서가는 상당히 매력적인 여성상이어야 하건만 역시 배경이 된 시대에 갇혀 버렸다. 어쩌면 퓨전치고는 파격이 부족한 것이 한계를 그었을 것이다.

여러 재미있을만한 요소들이 보이고 있음에도 결국 드라마에 집중하지 못하게 되는 이유일 것이다. 재미있을만한 요소들이 있는 것이지 드라마가 재미있는 것이 아니다. 새로울 것 없는 뻔한 이야기가 단지 소재들과 함께 나열되고 있을 뿐이다. 역시 액션이 문제였을 것이다. 액션만 훌륭했다면 절반은 살아났다. 욕심이 지나쳤다. 아쉬운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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