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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서문원 기자
  • 영화
  • 입력 2014.07.09 22:28

[리뷰]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 유인원 창세기의 시작

압도적 서사 - 소름끼치는 CG, 원작을 넘어선 최고의 걸작

[스타데일리뉴스=서문원 기자] 10일 한국과 미국에서 동시 개봉하는 '혹성탈출 : 반격의 서막'이 베일을 벗었다. 9일까지 국내 예매율은 36.6%(KOFIC)로 1위다.

'혹성탈출' 리부트 3부작중 2부인 이 영화는 지난 주 미국 언론시사회에서 호평과 찬사가 잇따랐다. 영화를 연출한 멧 리브스는 물론, 주인공 '시저'를 연기한 배우 앤디 서키스는 벌써부터 '오스카 남우주연상 감'이라며 해외 매스컴과 영화 팬들로부터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 영화 '혹성탈출 : 반격의 서막' 포스터 ⓒ 21세기 폭스 코리아

'혹성탈출 : 반격의 서막', 다크나이트 이후 8년 만에 등장한 명작

'혹성탈출 : 반격의 서막'은 컴퓨터그래픽(CG)이 전작 보다 훨씬 세련됐다. 

유인원들의 움직임이 마치 현장에서 보는 것처럼 거의 완벽하다. 진화한 유인원이 말을 하고, 도구를 사용하면 다소 애니메이션처럼 유치해 보일수 있지만, '혹성탈출 : 반격의 서막'은 진지하고 때로는 묵직하다. 런타임 130분 동안 수도없이 드러나는 미장센과 사운드 디자인은 할 말을 잊게 만든다. 

스토리로 봤을 때, 과연 벤허 삼손 같은 대작 영화와 무슨 차이가 날까 싶을 정도다. 영화 '다크나이트'(2007) 이후에 이처럼 압도적인 서사와 대사 그리고 비주얼이 풍부한 영화는 오래간만에 본다. 혹자는 예측 가능한 스토리가 거슬린다고 혹평했지만, 이 영화는 나무랄 데 없이 정교하고 탄탄한 서사를 자랑한다. 

▲ 영화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 스틸컷, 맨 하단 스틸컷은 CG제작사로 유명한 '웨타디지털'이 새로 내놓은 '모션캡처' 촬영장면. 이 기술 때문에 야외촬영이 가능해졌다. ⓒ 21세기폭스코리아

원작은 '유인원 혹성'(La Planète des Singes)이다. 소설 '콰이강의 다리'으로 유명한 프랑스 작가 '피에르 불'(Pierre Boulle)의 3번째 작품이다. 흔히 알려진 '혹성탈출'(1968)이라는 영화 제목은 지난 1969년 일본식 번역을 그대로 사용했다.

당시 배우 찰턴 해스톤과 감독 프랭클린 J. 샤프너가 연출한 '혹성탈출'은 "지구에서 우주탐사를 위해 떠난 우주인들이 오랫동안 떠돌다 이름모를 행성에 불시착했지만, 알고보니 인간은 전쟁으로 사라졌고, 유인원이 지배하는 지구였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유인원 행성의 새벽', 유인원 창세기의 시작

10일 개봉하는 '혹성탈출 : 반격의 서막'은 1970년대 국내 영화계에서 쓰던 제목 '혹성탈출'과 한국식 부제 '반격의 서막'이 첨부됐다. 하지만 막상 영화를 보면 '반격의 서막'도 없고, '혹성을 탈출하는 지구인'도 없다. 영어제목 'Dawn of the Planet of the Apes'는 '유인원 행성의 새벽'이어야 구색이 맞다.

즉, 이 영화는 모든 유인원들이 21세기 인류 문명을 이어받아, 지구의 새로운 지배자로서, 유인원의 리더 '시저'(앤디 서키스)를 그들의 '아브라함'으로 받들어, 유인원의 '창세기'를 만들어냈다. 즉 '유인원 신화 창조'가 시작된 것이다. 

참고로 이 영화 독일어 제목은 '유인원 행성 : 혁명'(Planet der Affen : Revolution)이다.

<브릿지 예고편 영상> 

                       

 

살아남은 소수 인류와 지구 지배를 앞둔 유인원 간의 전쟁

영화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은 1968년 제작된 영화 '혹성탈출'의 프리퀄이다. 영화의 시작은 서구문명이 신약개발에 몰두하다 치명적인 전염병 '시미안 플루'가 발생, 대다수의 인류가 멸종된 뒤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주인공 시저(앤디 서키스)는 전작 '혹성탈출 : 진화의 시작'(2011)에서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에 사용되는 임상실험용 침팬지였다. 그랬던 '시저'가 임상연구소 프로젝트인 '뇌기능 개선 실험'으로 인간처럼 진화하고, 다른 유인원들과 함께 임상실험소를 탈출한다.

한편 공개된 예고 편 '혹성탈출 : 반격의 서막' 동영상 1, 2, 3를 보면 유인원의 리더 '시저'(앤디 서키스)의 10년 후 모습이 펼쳐진다. 유인원 집단의 리더이자, 두 자식의 아비가 된 가장 시저는 그들만의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고, '유인원은 유인원을 해치지 않는다'라는 한 가지 법을 앞세워 유인원 공동체의 기강을 세운다.

이는 마치 성서 창세기처럼 아담과 이브는 조물주가 창조한 에덴동산에서 '선악과를 먹지 않는다'라는 하나의 규율처럼 간단명료하다. 

'시저와 코바', '말콤과 드레이퍼스'가 상징하는 '선악과'

한편 시저와 함께 유인원 집단의 2인자로, 폭력적인 성향을 가진 유인원 '코바'(토비 캠벨)가 시저의 자리를 호시탐탐 노린다. 코바는 시저와 함께 임상실험연구소에서 인간들에 의해 실험용 동물로 잦은 구타를 당하고 몸과 마음에 큰 상처를 입은 존재다. 

그러던 어느날 드레이퍼스(게리 올드만)와 생존 인류의 '공동체'를 만든 말콤 박사(제이슨 클락)와 일행이 전력이 부족한 공동체를 위해 유인원이 사는 숲을 찾아온다. 10년간 방치된 수력 발전 시설로 가는 길목이기 때문이다.

그 뒤부터 영화속 인물들은 둘로 나뉜다.

한쪽은 평화와 공존을, 다른 한쪽은 원한에 사무친 나머지 '전쟁'을 선택한다. 그럼에도 폭력과 전쟁을 원하던 유인원 코바(토비 캠벨)는 한때 뜬금없이 '정한론'을 외치며 전쟁준비를 마친 근대 일본 정치인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인다. 코바는 몇몇 장면에서 애처로운 모습도 느껴진다.

드레이퍼스(게리 올드만)도 공존과 평화를 주장하는 말콤(제이슨 클락)과 달리 분노와 두려움에 떠는 생존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유인원과의 대결을 준비한다. 이처럼 각각의 주인공들은 처한 삶과 선택에 따라 자신들의 선과 악을 구분하기 시작한다.

▲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 스틸컷, 맨위 시저(앤디 서키스), 하단왼쪽 드레이퍼스(게리 올드만), 하단오른쪽 말콤(제이슨 클락) ⓒ 20세기 폭스코리아

앞서 영화 제목 놓고 부연했지만, 이 영화는 '혹성탈출 : 반격의 서막'이 아니다. 

전염병으로 멸망해버린 지구의 생존자들은 탈출할 혹성도 없거니와 떠날 우주선 조차 없다. 그래서 인간도, 유인원도 '진화와 문명'이라는 낡아빠진 신화적 금자탑을 놓고, 피할수없는 대결을 펼치게 된다. 왜? 갈곳도 살곳도 폐허가 된 지구 뿐이기 때문이다. 그럼 '유인원 행성의 새벽'이 더 어울리지 않을런지..

한편 아쉬운 대목도 있다. 16일 개봉하려던 영화가 '왜? 6일이나 앞당겨 7월 10일로 서둘렀냐'는 점이다.

사실, 이 때문에 크고 작은 개봉작들이 피해를 입었다. 굳이 그렇게(조기개봉)까지 안해도 흥행에는 별 무리가 없는 수작인데 혹 7월 말 개봉예정인 한국영화 '명량' 때문이라면 수입배급사의 두려움이 너무 지나친건 아닌지 싶다.

마치 영화속 인물 '드레이퍼스'(게리 올드만)처럼 일어날 가능성도 없는 불길함을 미리 예단한 것 같아 아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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