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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4.07.08 08:13

[김윤석의 드라마톡] 트로트의 연인 5회 "재능과 현실, 최춘희가 보여주려는 낭만과 꿈"

한 발 늦은 장준현, 조근우가 최춘의 곁을 지키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예술에는 서열이 없다. 언제 데뷔했고, 얼마나 많은 연습을 했고, 얼마나 대단한 곳에서 대단한 것들을 배웠고, 누구의 아래에 있고, 그래서 더 잔인한 세계인지도 모른다. 언제 나타났는지도 모를 신인에 밀려 당대 최고의 스타마저 한순간에 잊혀지고 만다. 연습생 생활도 거의 하지 않았는데 어느새 사장의 눈에 들어 방송출연의 기회를 잡는다.

하기는 그래서 반대편에 또다른 잔인한 현실을 준비해 놓고 있는 것일 게다. 다른 신인들을 모두 제치고 연습생으로 계약한지도 얼마 안되는 생초짜 최춘희(정은지 분)가 방송출연의 기회를 잡을 수 있었던 것도 결국 그녀의 소속사가 샤인스타였기 때문이었다. 샤인스타라는 굴지의 연예기획사에, 박수인(이세영 분)이라는 확실한 신인이 있었기에 최춘희에게도 기회가 돌아왔던 것이었다. 그런 박수인이 최춘희의 반대편에 있다.

결국 연예인으로서 성공한다는 것은 전적으로 자신이 가진 재능과 실력에 달려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누구의 자식이든, 뒤에 누가 있든, 어디 출신이고, 언제 데뷔했고, 데뷔까지 어떤 과정들을 거쳤고, 어떤 노력과 준비들을 해왔고, 주위사람들의 평가는 어떠하고, 그런 것들보다 얼마나 대중을 설득하고 만족시킬 수 있는 충분한 매력과 능력을 갖추고 있는냐가 더 중요할 것이다. 먼저 연습생으로 계약해서 더 오랜 시간동안 준비를 하며 회사를 위해 많은 것들 했어도 결국 데뷔를 결정하는 것은 대중을 움직일 수 있는 그 무엇인 것이다.

▲ KBS 제공

하지만 한 편으로 연예계 또한 사람 사는 곳이기에 다른 곳과 크게 다르지 않은 권력관계라는 것도 존재한다. 권력이란 수단이다. 연예인에게 수단이란 곧 대중에 자신을 알리기 위한 수단이다. 연예인으로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대중에 자신을 알려야 하고, 대중에 자신을 알리기 위해서는 미디어의 힘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래서 연예인과 미디어 관계자와의 사이에 구설수가 그동안 끊이지 않아왔다. 연예기획사의 힘은 그같은 미디어의 위력을 이용할 수 있다는 데서 나온다. 든든한 자본력과 영업능력을 갖춘 우수한 연예기획사를 등에 업고 미디어의 지원까지 받게 된다면 어쩌면 더 유리한 조건에서 성공을 향한 꿈을 꿀 수 있을지 모른다.

최춘희에게 주어진 것이 전자의 재능이라면, 박수인에게 주어진 것은 후자의 배경일 것이다. 고전적이고 낭만적인 재능이 냉혹한 현실의 배경과 만나게 된다. 그렇다고 실력에서 뒤지는 것도 아니다. 어려서부터 체계적인 훈련을 쌓아 왔고 남다른 재능 또한 갖추고 있었다. 그래서 경연프로그램인 '서바이벌 명곡'의 출연을 앞두고 성대결절에 걸려야 했던 것이다. 나름대로 개연성을 위한 밸런스보정인 셈이다. 그리고 그런 박수인을 실력으로 넘어서려는 순간 현실의 벽이 그녀의 앞을 가로막는다. 어차피 방송국의 필요에 의해 결과가 결정되는 예는 비일비재한 것이다. 그것마저도 이기고서 올라서야 한다. 진정한 스타란 그런 것이다.

다른 어떤 누구의 도움도 없이 오로지 자신의 실력만으로 최고의 자리에 올라야 한다. 제대로 홍보조차 못하고 음반도 없이 밤무대를 전전해도 입에서 입으로 노래가 전해지며 어느새 최고의 스타로 우뚝서게 만든다. 좋은 노래라면. 진정 재능과 실력을 갖춘 가수라면.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안다. 그것은 전설일 뿐 지금의 현실이 아니다. 최고의 스타에서 한 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소속사와 등돌리는 순간 장준현(지현우 분)과 같은 최고의 재능과 실력을 지닌 스타조차 한순간에 몰락해서 사라지고 만다. 그래서 더 그같은 전설을 만들어 보여주고 싶은 것인지도 모른다. 오래전 누군지도 모를 옛사람을 떠올리며 최춘희를 도우려는 샤인스타의 전사장 조희문(윤주상 분)을 통해. 자본과 비즈니스에 의해 지배되는 지금의 시대에 오로지 재능과 실력만으로 대중의 선택을 받아 스타가 될 수 있던 낭만의 시대를 꿈꾼다.

역시 그를 위한 최소한의 개연성을 위한 장치인 셈이다. 더불어 로맨스를 위해서라도 조근우(신성록 분)의 캐릭터는 필수다. 기획사 안에서 모두가 의문을 표하는 최춘희의 데뷔를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 기획사 사장 조근우다. 그의 뒤에는 아버지 조희문이 있다. 대형기획사와 미디어가 지배하는 현실을 극복해야 하지만, 정작 최춘희가 있는 곳은 조근우의 옆, 조희문의 뒤다. 그 정도 되어야 최소한 쓸려나가지 않고 어떻게든 버틸 수 있다. 가수를 꿈꾸어 본 적 없는 최춘희가 그나마 꿈을 지켜낼 수 있다. 그런 한 편으로 연예인 엘리트라 할 수 있는 박수인과의 경쟁에 조근우가 하나 더 더해진다. 그러나 과연 최춘희에게나 조근우에게나 서로에 대한 그런 감정이 있는가는 별개의 문제일 것이다.

의외로 냉정하다. 조희문의 말처럼 타고난 사업가다. 다른 불필요한 요소는 철저히 배제한다. 오로지 목적과 효율을 위해서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평소 다른 사람의 물건을 자주 혼동하는 그의 모습은 사소한 것을 우습게 무시하는 그의 냉정함과 무심함을 보여준다. 최춘희에게 보여주는 호의 또한 그녀에게 그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라는 냉정한 사업가적인 판단 때문이었을 것이다. 다만 그럼에도 지금 정도로도 최춘희에게 이끌리기 시작한 장준현이나 조근우를 이미 진심으로 생각하고 있는 박수인 모두를 혼란에 빠뜨리기에는 충분할 것이다. 감정이 보다 선명해진다. 최춘희를 향한 장준현의 마음도, 역시 최춘희를 향하게 되는 박수인의 감정 역시. 마침 최춘희에 대한 분노로 장준현을 빼앗으려던 시도가 좌절된 시점이었다. 역시 드라마라면 로맨스다. 딱 적절하다.

누구나 상상할 수 있는 연예비즈니스의 어두운 구석을 보여준다. 연예인의 사진을 찍어 거래를 시도하는 기자나, 경쟁자를 끌어내리기 위해 그를 이용하는 기획사의 간부와 연습생, 그리고 그 과정에서 헌신짝처럼 버려지는 연습생의 처지 역시. 연예인지망생들의 꿈과 열정을 이용해 그들을 등쳐먹으려는 사기꾼들이 존재하고, 거대연예기획사와 결탁하여 경연의 결과마저 마음대로 바꿔버리는 방송국과 관계자가 있으며, 그런 현실을 너무나 당연하게 여기며 살아가는 군상들이 보인다. 최춘희에게 주어진 시련이다. 자기의 것이었던 승리를 빼앗기고, 박수인과 함께 떠나는 장준현을 보며, 최춘희는 홀로 비맞고 돌아오다 감기에 걸린다. 역시 그때도 최춘희를 구해주는 것은 조근우다. 장준현은 항상 한 발 늦다.

신뢰의 이유였다. 도저히 어울릴 수 없을 것 같은 그들이 비로소 서로를 믿을 수 있게 된 이유였을 것이다. 삶의 가장 밑바닥에서 만났다. 누구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은 가장 비참한 모습을 서로에게 보여주고 말았다. 그것은 자신의 모습이기도 했다. 전소속사 사장의 음모에 의해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진 장준현 자신의 모습이었으며, 잔인한 현실에 의해 난도질당해 너덜너덜해진 최춘희 자신의 모습이기도 했다. 동병상련이다. 남은 것도, 가질 것도, 욕심낼 것도 없는, 아무것도 없는 알몸의 서로를 보고도 믿지 못한다면 세상에 무엇도 믿지 못할 것이다. 아직은 그래도 서로의 선의를 믿고 싶다. 순수한 것이다.

어쩌면 사랑보다 더한 신뢰관계일 것이다. 자신의 곁에는 항상 장준현이 있다. 장준현의 곁에는 또한 최춘희가 있다. 잠시 그것이 어긋났다. 과정이다. 결국 장준현은 최춘희에게로 돌아왔다. 조금 늦었을 뿐이다. 항상 그녀의 곁을 지켜준다. 쉽지는 않다. 지금 당장 최춘희의 곁을 지키고 있는 것은 조근우다. 조근우로부터 그녀의 옆자리를 돌려받아야 한다. 그리고 그 전에 최춘희 역시 장준현이 돌아올 자신의 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자기에 대한 확신, 자신감이다. 자기를 증명한다. 역시 가수로서 자신의 가치와 존재를 인정받아야 한다.

최춘희의 부모와 조근우의 아버지 조희문, 그리고 박수인의 어머니 양주희(김혜리 분)의 과거가 서로 엇갈린다. 부모세대의 빚이다. 그러나 결국 지금을 살아가는 것은 젊은 그들 자신이다. 어차피 서로 상관없이 살아가고 있기도 하다. 다만 최춘희만이 조희문에 의해 휘말려 샤인스타에서 데뷔까지 하고 있다. 어떤 이야기들이 숨어 있을까. 또 어떻게 그들의 세대에서 이야기는 마무리될까. 그리고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살아가게 된다. 그동안 그렇게 고생시켰으니 마지막에는 그래도 행복해야 하지 않을까.

익숙한 것은 익숙한 대로 재미가 있다. 지금의 고난은 앞으로의 예정된 결말을 위한 단지 과정에 불과할 것이다. 더 어렵고 힘든 과정을 거쳐야 예정된 결말 앞에서 더 크게 웃을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최춘희가 넘어야 할 고비들은 이제 겨우 시작이다. 그대로 조근우도 있고 장준현도 있다. 차라리 아무도 없는 박수인이 불쌍하기까지 하다. 변신을 예감한다.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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