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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1.07.31 07:56

TOP밴드 "밴드음악의 원점, 그리고 밴드의 근본"

백기를 들고 항복하거나, 장렬하게 산화하거나...

 
"지금 장난합니까? 이런 곡도 블루스라고 하나요?"
"지금 저를 무시하는 겁니까?"

신대철이 자신이 코치를 맡은 조에게 첫미션으로 블루스를 준비해오라 시켰을 때 떠오른 이야기가 있었다. 시나위 4집 시절 시나위에서 베이스를 치던 서태지(당시 이름 정현철)가 시나위를 뛰쳐나오게 된 이유와 관련한 이야기다.

당시 기타의 전설이라고까지 일컬어지던 이중산으로부터 그가 데리고 있던 서태지의 가능성을 보고 데리고 와서 신대철은 그렇게 서태지에게 록과 블루스의 고전에 대해 들으라 권해주고 했었다고 한다. 기초가 튼튼해야 오래 좋은 음악을 할 수 있다고. 그러나 서태지는 최신사조의 음악을 받아들이는데만 열심이었고 결국 그것이 두 사람의 사이가 결정적으로 틀어지는 이유가 되고 말았었다. 농담처럼 전하는 말로 신대철이 담배심부름 시켰더니만 그 길로 돌아오지 않았다.

신대철의 기타의 매력은 다름아닌 록의 대부이면서 블루스의 거장이기도 했던 아버지 신중현으로부터 어려서부터 체화한 블루스에 대한 튼튼한 기초일 것이다. 그가 치는 기타는 분명 다른 기타리스트들과 달랐다. 3대 기타리스트라던 김도균이나 김태원과도 달랐다. 시나위 5집으로 다시 돌아왔을 때 - 아니 그전 프로젝트앨범 '자유'에서 얼터너티브에 경도된 모습을 보았을 때 어쩌면 신대철은 비로소 자기에 어울리는 옷을 찾은 듯했었다. 변화무쌍한 기타톤과 그러면서도 넓고 깊은 기타연주. 얼터너티브에 경도된 당시 많은 밴드들 가운데서도 시나위는 그래서 보다 그런지하고 보다 블루지하며 사이키델릭한 사운드를 선보이고 있었다. 게이트플라워즈가 그래서 그와 가장 가까울 것이다.

신대철이 게이트플라워즈가 준비해 온 블루스 연주를 듣고 기대보다 더 잘했다면서도 더 나은 다른 연주를 요구한 것도 그래서일 것이다. 게이트플라워즈의 음악이야 말로 블루스에 맞닿아 있었으니까. 아니 록이란 자체가 블루스에서 파생되어 나온 장르다. 말해서 백인의 블루스다.

초창기 로큰롤이라는 장르를 정립한 척 베리부터가 원래 블루스를 연주하던 흑인 음악인이었다. 흑인의 내재된 한과 슬픔을 노래하던 블루스가 시카고라는 거대한 도시에서 일렉트릭 기타를 만나며 보다 빠르고 흥겨운 리듬에 실어 새로운 시대에 어울리는 희망을 노래하기 시작했고, 그러한 리듬 앤 블루스가 백인의 컨트리 음악을 만나며 척베리와 리틀 리차드 등의 흑인음악인들에 의해 로큰롤이라는 장르로 정립되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당시의 리듬 앤 블루스는 이후 로큰롤이라는 장르로 완전히 흡수되어 요즘 흔히 말하는 소몰이의 R&B와는 전혀 다른 장르였다.

엘비스 프레슬리야 말할 것도 없고, 영국인 밴드였던 비틀스와 레드 제플린 역시 이들의 영향을 받으며 자신들의 음악을 정립하고 있었다. 아니 단지 영향을 받는 정도가 아니라 이들의 초기 음악의 상당수가 30년대 40년대 블루스 음악인들의 음악으로부터 빚을 지며 만들어지고 있었다. 블루스가 없었다면 록이라는 장르도 만들어지지 않았다.

아니 록만이 아니었다. 재즈 역시 블루스와 깊은 연관이 있다. 둘 다 흑인노예들이 부르던 영가에 그 기원을 두고 있고, 블루스가 먼저 성립된 되 백인음악의 영향을 받아 재즈가 나타났다. 각각 미시시피와 뉴올리언즈를 대표하던 이 두 장르는 이후 서로 교류하며 발전하는데, 그래서 심지어 블루스를 재즈의 하위장르로 간주하는 경우마저 있을 정도로 두 장르의 유사성은 강하다. 말하자면 현대의 밴드음악이란 유럽의 기악적 전통 위에 흑인의 영가가 얹혀지며 블루스와 재즈를 통해 완성된 형태라 할 수 있다. 블루스를 모르고서는 록도, 재즈도, 그 어떤 밴드음악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물론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그것은 보다 깊이 들어 가려 할 경우에나 그런 것이고, 사실 유명한 음악인 가운데서도 그런 전통과는 무관하게 자신의 음악세계를 쌓아가는 경우가 더 많기도 하다. 다만 대가의 입장에서 기왕에 코치로써 지도하는 것 원점에서 근본부터 가르치고 싶은 것은 당연하다 할 것이다. 더구나 하필 미션이 신중현곡의 재해석이다.

말했듯 신중현은 록의 대부이면서 또한 블루스의 거장이다. 그러면서도 한국의 전통음악의 현대화에 앞장선 민족음악인이기도 하다. 신중현의 음악은 따라서 록과 블루스, 그리고 한국의 전통을 모두 이해하지 않으면 제대로 구현해내기 힘들다. 흑인의 한과 슬픔이 어떻게 한국에 와서 한국인의 한과 슬픔이 되었는가. 그 대표적인 음악이 바로 리카밴드가 연주한 '님의 먼곳에'이고, 게이트플라워즈가 연주한 '꽃잎'이었을 것이다. 신중현만의 세계의 어떤 음악인에게서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사이키델릭함은 여기에서 그 뿌리를 찾을 수 있다.

신대철이 게이트플라워즈의 블루스에 큰 기대를 가지고, 필자 역시 게이트플라워즈의 블루스연주에 고개를 끄덕이는 이유도 어쩌면 그래서일 것이다. 게이트플라워즈의 음악은 90년대 시애틀 그런지와도 닿아 있지만 그보다는 보다 오래전 초창기 아메리칸 하드록과에도 크게 걸치고 있다. 지미 핸드릭스의 'Purple Haze'를 그렇게 제대로 소화해낼 수 있는 밴드란 그리 드물다. 그 특유의 사이키델릭함은 분명 록의 원점에 닿아 있다.

흥미로운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역시 같이 코치를 맡아 가르치면서 남궁연과 신대철이 취한 스타일이 각각 다르다. 남궁연은 역시 전설적인 밴드 사랑과 평화의 '얘기 할 수 없어요'라는 단일곡으로 각각의 밴드의 개성과 장단점을 알아보고자 했었고, 신대철은 블루스라는 장르를 통해 각 밴드의 개성과 장단점을 역시 알아보고자 했었다. 아무래도 밴드음악의 원점에서 각 밴드의 현재를 알아보고자 하는 의도에서가 아니었을까. 다르지만 같다. 하긴 사랑과 평화의 '얘기할 수 없어요'역시 70년대 특유의 한국형 올드록의 명곡이었으니 상당히 어울렸을 것이다.

어쨌거나 그렇게 한 편에서는 신대철의 입을 빌어 밴드음악의 원점을 되짚고, 그런 다른 한 편에서는 코치 남궁연과 신대철, 그리고 출연한 모든 밴드들을 통해 밴드라고 하는 그 본질을 건드리고...

"제일 잘 할 수 있는 음악을 해야 여러분들이 행복하다니까..."

필자가 항상 하는 이야기일 것이다. 밴드음악이란 자기완결적이다. 누구 남이 들으라 하는 음악이 아니다. 남들에 들려주고 인정받고자 하는 음악이 아니다. 자기가 좋아서 하는 음악이다. 자기가 좋기에 자기가 만족하고자 하는 음악이다. 대중이 듣는 것은 그 다음이다.

"노래 좋은 것 들어서 기분이 좋아요."
"일단 공연은 경쟁이고 뭐고 그런 게 어디 있어요, 공연인데."
"괜찮아, 그래도 우리는 우리 색깔을 잘 살리면 되겠지?"
"만족스러운 공연이었고, 틀리기도 많이 틀렸는데 하면서 굉장히 벅차오르는 감정? 행복했습니다."

오히려 두려운 것은 얼마나 대중의 관심을 받고 인기를 누리고 하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자기가 만족할 수 있었는가다. POE가 무서운 것이 그런 점일 것이다. 물론 게이트플라워즈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단 한 번도 자신의 무대를 만족스러워하지 않는다. 항상 부족하다 생각하고, 아쉬워하고 부끄러워한다. 더 잘 할 수 있을 거라 그 가능성만을 생각한다. 현재에 반족하지 않는 그 탐욕스러움.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의 함성조차도 어쩌면 그 다음일 것이다.

더불어 과연 밴드란 무엇인가? 블랙홀의 리더 주상균이 말한 바 있다.

"밴드를 만드는 건 하루면 되지만 밴드를 완성하는 데는 10년이 걸린다."

직장인밴드 S1과 게이트플라워즈를 보면서 불현듯 떠오른 말이었다. 그 짧은 시간에 그렇게 완벽한 앙상블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는 것. 밴드음악에서 편곡이란 다른 게 아니다. 멤버간의 호흡이다. 누구 한 사람이 주도하는 것이 아닌 멤버 서로가 서로의 의도를 이해하고 그에 맞춰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는 것이다. S1의 놀라운 편곡의 힘은 아마 거기에서 나올 것이다. 서로의 아이디어를 이해하고 그것을 충실히 구현해낼 수 있는 호흡일 것이다.

백두산이 2008년 무려 20년만에 다시 뭉쳤을 때도 리더 유현상은 인터뷰에서 말한 바 있었다. 굳이 서로 맞춰보거나 하지 않아도 단지 눈빛만으로도 무엇을 하려는가 바로 알 수 있다. 물론 그것은 이미 백두산으로 데뷔하기 전부터도 10년 이상을 클럽무대에서 활동하며 쌓아 온 경험과 연륜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오래하거나. 아니면 남다른 스페셜리스트이거나. S1은 오래도록 함께 있으면서 서로가 한 몸인 듯 소통하는 힘을 느꼈다. 게이트플라워즈도, 아니 브로큰발렌타인 역시도 실력도 실력이려니와 지금의 멤버들과 수년간 함께 연습도 하고 무대도 서 왔던 동료들인 것이다. 말 그대로 완성된 밴드다.

아마도 BIS의 음악이 아직까지도 정해진 것 없이 흔들리고 있는 것은 이제 겨우 만들어진지 2개월밖에 안 된 신생밴드라는 것이 상당히 작용하고 있을 것이다. 개개의 멤버들은 나름대로 훌륭한데, 그러나 정작 서로의 소리를 맞추려 하면 그것이 그다지 쉽지 않다. 블루스 미션에서도 BIS의 음악은 각자 따로 놀고 있었다. 그야말로 훌륭한 대조군이라고나 할까?

자기가 하고 싶어서, 그래서 서로가 하고 싶은 음악을 찾아서,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모여서 밴드를 만들고 연습을 한다. 설사 무명이고 경제적으로도 그다지 도움이 안 되어도, 심지어 설 수 있는 무대조차 그다지 없어 매일 기약없이 연습만 해야 하는 처지에서도 해체되지 않고 버틸 수 있는 힘일 것이다. 직장인밴드는 직장일이 바쁠 테고. 결혼을 해서는 가정도 챙겨야 할 테고. 그럼에도 꿋꿋이 모여 연습도 하고 공연도 하는 것은 그곳에 자기가 하고 싶은, 추구하는 무엇이 있을 테니까.

사람들이 TOP밴드에 매료되는 것이 바로 그런 부분 때문일 것이다. 그러한 순수함. 재지도 따지지도 않는, 계산도 궁리도 없는 그런 순수한 열정이 좋은 것이다.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그런 올곧은 순수와 열정이 사람들로 하여금 빠져들게 하고 마는 것이다. 누구나 순수를 동경하고 열정을 꿈꾼다. 그들의 무대를 찾아 굳이 무거운 발걸음을 하던 나이 지긋한 노부부며 아직 어린 관객들처럼. 록이 무언지 몰라도 밴드가 들려주는 그 순수와 열정만은 누구든 설레지 않고는 못 배긴다.

"백기를 들고 투항할 것이냐, 아니면 장렬하게 산화할 것이냐, 두 가지 선택이에요."

아무튼 어떤 상황에서든 게이트플라워즈만의 음악을 고집하며 차라리 장렬히 산화할 것이냐? 아니면 아예 들어주는 대중을 생각하고 그에 맞춰 오로지 그것을 즐거움으로 삼을 것이냐? 상업적인 밴드가 나쁜 것은 아니다. 그것을 진심으로 자신들이 음악하는 이유로써 여긴다면. 관객이 기뻐하고 즐거워하는 것으로 음악하는 목적으로 삼는다. 아니면 돈을 번다. 인기를 얻는다. 그래서 보다 많은 대중을 기쁘게 해 줄 수 있다면 그 또한 하나의 순수이며 열정일 것이다. 그러나 이도저도 아니게 대중도 아니고 음악도 아니고. 어중간한 것이다. 추하다.

아마 그런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을 것이다. 만화영화주제가를 부름으로써 아이들에게 다가가려 했던 BIS나, 아이들에게 보다 친화적으로 대하고 있던 하비누아즈, 그리고 아예 자신들의 음악으로 아이들에게 호감을 사려 했던 리카밴드. 그에 비하면 게이트플라워즈는 이도저도 아니었다. 물론 그것이 필자로서는 무척 귀여웠다. 이제 하는 마이지만 게이트플라워즈의 보컬 박근홍씨를 보면 어렸을 때 보았던 만화 도라에몽이 생각난다. 우리나라 이름으로는 동짜몽. 어쨌거나 덕분에 괜히 퀄리티만 높아진 '악어떼'였다. 진짜 악어가 나타나는 듯 무섭기까지 하다.

아이들이 게이트플라워즈의 음악을 이해할 수 있으려면 마음에 그늘이 생기는 사춘기 이후일 것이다. 맑고 투명한 하비누아즈와 유쾌한 리카밴드, 그리고 파퓰러한 BIS, 그에 비하면 게이트플라워즈에는 블루스 특유의 원초적 감성이 있다. 마음속의 어둠을 직설적으로 뿜어내는 그런 음울함이 있다. 그래서 록은 아이의 음악이 될 수 없다. 블루스가 젊은이의 음악이 되기 힘든 이유다. 조금 더 나이를 먹으면. 그래도 음악을 이해해주는 아이들이 넷이나 되지 않던가.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이었을 것이다. 하필 초등학교에서의 공연. 그러나 아이들은 역시 재지도 따지지도 않고 음악을 듣는다. 밴드를 하는 사람들이 계산이나 궁리 없이 올곧게 음악을 한다면, 아이들도 오로지 순수하게 자기 감정에 충실하여 음악을 듣는다. 장르를 따지고 그런 것 없다. 하비누아즈의 오산이다. 아이들은 그래서 복잡한 멜로디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아이들에게 어울리는 것은 오히려 리카밴드가 들려주는 단순하면서도 흥겨운 비트와 액션들이다. 아이들이 리카밴드의 음악에 맞춰 어깨를 들썩이는 것 보이지 않는가.

아마 리카밴드로서는 조별경연의 결과가 많이 아쉬웠을 것이다. 사실 리카밴드의 경우는 그다지 연주력으로 승부를 거는 밴드가 아니다. 물론 연주도 훌륭하다. 하지만 리카밴드의 매력은 아이들로 하여금 어깨를 들썩이게 만드는 그 흥겨움에 있다. 본능을 자극하는 그 흥겨움이 리카밴드의 힘이다. 하필 미션곡이 신중현곡이었다는 게 문제였고, 그것을 또 어울리지 않게 정적으로 해석하고 연주한 것이 문제였다. 이어 보여줬던 자작곡의 공연처럼 에너지 넘치는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다면. 더구나 신중현의 '님의 먼곳에'는 리카의 목소리가 감당하기에는 두께와 깊이가 부족하다. 연주와 목소리 사이에 공간이 너무 많이 보인다. 그것을 채우는 것이 바로 역동적인 퍼포먼스였을 터다.

하비누아즈의 공연을 보고서는 솔직히 많이 놀랐었다. 최종경연이나 조선정공연에서도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던 터라. 무언가 많이 부족해 보였다. 심심하고 어설퍼 보이기까지 했었다. 그런데 정작 경연 당일 경연장인 한강공원에 바람을 불러오는 공연이라니. 마치 바람이 하비누아즈가 불러 불어오는 것 같았다. 하비누아즈의 음악이 바람을 불러오는 것 같았다. 그야말로 한여름밤의 서늘한 바람과 같은 음악. 그리고 목소리. 어쿠스틱기타와 피아노의 조화가 놀라웠다. 그리고 간간이 어쿠스틱기타로는 표현이 안 되는 일렉트릭의 영역을 넘보는 베이스까지. 드럼은 단단했다.

POE의 경우도 역시 일렉트릭기타의 리듬까지 커버하는 베이스의 연주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일렉트릭기타 없이 키보드로 대체하는 독특한 밴드구성 때문일까? 키보드로는 해결 안 되는 일렉트리기타의 영역을 베이스가 함께 커버한다. 드럼은 남궁연이 말한 그대로 충실히 음악을 떠받치고. 보컬 겸 키보디스트 물렁곈의 노래는 마치 사람을 다른 세상으로 보내버리는 듯하다. 그만큼 몽환적인 매력이 있다. 음악과 자신의 캐릭터가 가장 완벽하게 일치하는 현재 생각하는 가장 유력한 우승후보 가운데 한 팀이나. 이런 서바이벌 오디션에서는 캐릭터가 무척 중요하다.

S1과 엑시즈에 대해서는, 솔직히 방송분만 보았을 때는 확실히 필자가 보기에도 S1이 더 나아 보였다. 하지만 포털사이트 다음(http://tvpot.daum.net/brand/Top.do?ownerid=4.aO5UXwuuk0)에 올려진 풀버전 공연 동영상을 보았을 때는 안타깝게도 S1이 떨어질만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마디로 방송에서 보여진 그것이 전부였다고나 할까? 아주 미묘하게 약간이 모자랐다. 그에 비하면 엑시즈의 경우는 김현식의 '비처럼 음악처럼'을 충분히 이해하고 연주할 만한 경혐도 연륜도 없었지만 그런 만큼 나이에 어울리게 풋풋하게 정직하게 소화해내고 있었다. 원곡과 비할 바는 아니지만 나이대를 생각한다면 더없이 어울리는 편곡이었다.

"저희는 그 이상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코드는 다가갈 수 없다고 판단했어요."

적절한 판단이었다. 역시 앞서의 말과도 이어지는 부분이다. 10대의 나이에는 10대의 나이에 어울리는 음악을 하면 된다. 지금 그것이 그들이 보여줄 수 있는 최선이라면 그것으로 좋은 것이다. 그리고 필자 역시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엑시즈에 대해 남궁연과 마찬가지로 감탄은 줄 수 있어도 감동은 줄 수 없다고 판단했지만 그러나 감탄으로도 충분하지 않은가 생각하게 되었다. 올라갈 만해서 엑시즈도 올라갈 수 있었다.

업댓브라운은 많이 아쉬웠다. 자신의 장점을 전혀 살리지 못하고 오히려 산만하게 흐트러지고 있었다. 미션이라든가 서바이벌 오디션이라는 사실에 짓눌린 것일까? 과도한 부담과 긴장 때문인지 예선에서 보여주었던 그 놀라운 앙상블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그다지 개성도 찾아볼 수 없었다. BIS 역시 말했던 이제 2개월된 신생밴드라는 약점이 발목을 잡았다. 게이트플라워즈에 대해서는 이런 팀에게서조차 단점을 찾아내고 마는 신대철이라는 괴물에 감탄할 뿐. 판단이 불필요한 그저 들으며 감탄하고 감동하고 마는 밴드다. 솔직히 이런 밴드가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온다는 자체가 사기다. 남궁연의 말마따나 <스케치북>같은 프로그램이 어울린다.

정말이지 이렇게까지 가는 시간이 안타까워지는 프로그램은 처음이었던 것 같다. 고작 70분 남짓한 시간. 그 짧은 시간에 여덟 개 팀의 공연과 그 코칭과정까지 모두 보여주지 않으면 안 된다. 남궁연조가 팀당 두 곡씩, 신대철조가 팀당 세 곡씩을 각각 조별경연에서 불렀을 텐데, 그 절반도 보여주지 못했다. 그나마 방송된 한 곡씩의 음악들조차 편집되느라 제대로 다 보여진 것이 아니었다. 제대로 음악을 듣고 평가하자면 포털사이트를 통혀 무편집 영상을 보지 않으면 안 된다. 이래서야 오디션을 보는 재미가 반의 반 이하로 줄어들 뿐이다.

지금도 이렇게 재미있는데. 지금도 이렇게 보다 깊이 있는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점차 발전해가는 밴드들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역시 코치로 출연중인 전설적인 음악인들의 모습도 덩달아 보면서, 더구나 각 밴드가 들려주는 개성넘치는 훌륭한 음악들을 들을 수 있는 것만으로 재미있어 죽을 지경인데 이보다 시간을 더 늘리고 더 많은 것들을 보여주게 되면 어떻게 될까? 설마 시청자의 건강을 생각해서 시간을 이렇게 짧게 편성한 것일까?

내내 든 생각이었다. 10분만 더. 10분만 더. KBS 편성국에 아무런 영향력도 행사하지 못하는 자신의 무력함만 절감할 뿐이었다. 편집하고 남은 영상들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끝내 대중들에 보여지지 못한 그 수많은 이야기와 장면과 음악들은? 소중한 보물이 사라지는 듯한 상실감마저 느끼며.

바라는 것이다. 부디 다음주는 10분만이라도 더. 10분만이라도 더 밴드들과 음악인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기를. 한 곡이라도 더, 아니 단 한 곡 뿐일지라도 전곡을 그대로 방송을 통해 볼 수 있으면. 공연을 매번 찾아가 직접 볼 수 있으면 좋겠는데 그러지 못하는 사정이라는 것도 있다.

여전히 좋았고 훌륭했다. 그저 감사할 뿐. 진심으로 감사하게 여기며 보는 프로그램일 것이다. 다만 1%라도 시청율이 올라가기를. 방송국 관계자가 아닌데도 시청율에 목을 매어 보기도 처음일 것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기를 바란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행복할 수 있기를. 최고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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