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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박병준 기자
  • 이슈뉴스
  • 입력 2014.06.30 10:47

‘너땜에졌어’가 말하는 ‘너’의 주체는 누구인가

[스타데일리뉴스=박병준 기자] 30일 새벽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축구 국가대표팀이 한 인터넷 카페 회원들로부터 ‘엿투척’을 당했다.

대한민국 축구국가대표팀이 30일 오전 4시50분께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이 자리에 나타난 다음 ‘너땜에졌어’ 카페 회원들은 ‘한국 축구는 죽었다’고 쓰인 현수막을 들고 대표팀 선수단과 스태프들을 향해 ‘호박엿’을 마구 투척했다.

▲ 다음카페 '너땜에졌어' (해당 사이트 캡처)

이번 일에 대해 네티즌들의 의견은 ‘자업자득이다’ vs ‘그래도 심했다’로 갈라져 양분됐다.

그렇지 않은 선수도 있겠지만 대표팀 대부분의 선수들이 경기에 있어 열심히 뛰었지만 결과가 안 좋다보니 국민들이 실망하는 것이야 당연한 일. 하지만 엿을 투척하는 행위 자체가 잘 한 일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특히 ‘너’라는 주체가 모든 책임을 떠맡아야 할 홍명보 감독을 향했다면 몰라도 선수단과 스태프들 전체에게 해당한다면 국제적인 망신이 될 수도 있는 상황.

이미 영국을 비롯한 해외축구에서는 팀 성적이 안 좋을 때 팬들이 ‘대놓고’ 감독을 비난하거나 ‘경질’ 등을 거론하는 경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물론 경기력이 형편없는 선수 한 사람을 집중 비난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월드컵이라는 큰 경기를 치루고 이제 막 귀국한 선수들에게 도를 넘는 비난을 행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기자 개인적으로는 정말 총만 안 들었지 94년 콜롬비아의 대표팀 선수 안드레스 에스코바르를 총을 쏜 괴한의 행위와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 육체적인 살인이 아니라 정신적인 살인, 정말 열심히 뛰었지만 결과가 안 좋은 선수가 고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얼마나 많은 생각을 했겠는가. 고개를 들 수 없는 상황에 귀국하자마자 이런 봉변을 당하니 아직 어린 선수들이기에 큰 충격으로 다가와 앞으로 소속팀에서의 경기력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건 단 몇 사람의 행위가 전 세계 축구팬들에게 피해를 입히는 일이 되는 것이다.

이에 주기적으로 문제가 제기되는 뒤떨어지는 응원문화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 또한 높아지고 있다. 지금까지 ‘일본 대지진 축하’, ‘관중석 난입 난투극’ 등으로 응원문화가 성숙하지 못하다는 지적을 받아 온 축구팬들이 한 번 더 이런 사건을 일으켰으니 대한축구협회나 각 구단들이 팬들의 말에 귀 기울이려는 노력을 하기보다는 그들과 마찰을 일으키지 않으려 노력하는 방향으로 ‘소통’의 방향을 전환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해당 카페 ‘너땜에졌어’는 카페 메인화면에 “형이 너 미워서 그러는거 아니야 다 잘 되라고 그러는 거야”라고 공지해놓긴 했지만 이번에 그들이 보여준 행위가 과연 ‘잘 되라고 그러는 것’이라는 의도에는 이해할 수 없다.

최소한의 이성적 판단과 인간적인 감정을 공조시킬 수 있는 선에서의 비판과 지적은 감내해야하지만 그 선을 넘어선 비난과 평가절하를 홍명보 감독과 대표팀이 들을 필요나 있는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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