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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권상집 칼럼니스트
  • 이슈뉴스
  • 입력 2014.06.28 09:40

[권상집 칼럼] 홍명보 감독에 대한 비판과 비난, 신중한 판단이 필요한 이유

홍명보 감독에 대한 비난의 화살을 다시 생각해 본다.

[스타데일리뉴스=권상집 칼럼니스트] 과거 그리고 오늘날까지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비난과 비판을 받았던 또는 받는 자리는 역설적이게도 대통령이다. 그만큼 대한민국의 최고 리더인 대통령이라는 포지션은 모든 비난을 감내해야 하는 어려운 자리이다. 이에 못지 않게 최근 네티즌 및 여론으로부터 가장 많은 비난의 화살을 받고 있는 사람이 또 한 명 있다.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최악의 성적을 거둠과 동시에 리더십과 지도능력 부재라는 거센 비판을 받고 있는 홍명보 대한민국 월드컵 대표팀 감독이다.

홍명보 감독. 말이 필요 없는 대한민국 최고의 축구 선수였다. 2002년 한일월드컵 때 아시아 최초로 브론즈볼을 수상하기도 했고, 그가 지금까지 걸어온 지도자로서의 경력도 훌륭했다. 2009년 FIFA 주관 20세 이하 청소년 월드컵에서 대한민국을 8강에 올렸으며, 지난 2012년 런던올림픽에선 개최국 잉글랜드를 8강에서 누르고 올림픽 축구 역사상 3위에 오르는 기록을 만들기도 했다. 참고로, 2012 런던 올림픽은 대한민국 축구가 해외 메이저 대회에서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한 대회이기도 하다. (1983년 청소년 월드컵과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대한민국은 참고로 4위를 기록했다.) 당시, 2012년 8월 모 언론에 제시된 홍명보 감독의 리더십을 높이 평가한 기사의 일부를 소개한다.

▲ 대한축구협회 제공

“런던올림픽에서 한국 축구는 한일 월드컵 이후 국제 무대에서 가장 인상적인 경기력을 펼쳤다. 그러나 진짜 주목 받아야 하는 것은 감독 홍명보의 능력이다. 홍명보 감독은 개인주의를 철저히 배제한다. 과거 몇몇 선수의 개인기에 의존하던 한국 축구에서 탈출하기 위해 그는 대한민국 축구 팀 조직력의 극대화를 강조한다. 홍명보호에 ‘에이스’라는 표현이 거의 사용되지 않는 것은 선수 개인이 아닌 팀 전체가 에이스이기 때문이다. 그는 팀 정신(Team Spirit), 상호 존중, 실력 본위의 선수 선발을 언제나 강조한다.”

불과 2년 전, 한국 축구의 구세주로 불리던 홍명보 감독이 갑자기 2년 만에 나락으로 떨어지고 리더십과 지도능력까지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을 우리는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물론, 23세 이하 선수들이 주로 출전하는 올림픽과 성인 국가대표가 국가의 명예를 걸고 최선을 다하는 월드컵은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 홍명보 감독이 청소년 월드컵, 올림픽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었다는 이유만으로 체계적인 준비 없이 곧바로 월드컵 대표팀 감독으로 그를 부임시킨 건 대한민국 축구협회의 매우 성급한 결정임엔 틀림없다.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원정 16강에 성공한 후, 허정무 감독의 뒤를 이어 조광래 감독, 최강희 감독 등이 불명예 퇴진하고 1년 만에 급하게 이른바 구원투수로 부임한 홍명보 감독에게 우리는 너무 과도한 기대와 요구를 한 건 아닌지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 물론, 월드컵 현장에서 홍명보 감독의 지휘나 지시는 매우 불만족스러웠던 것이 사실이다. 일부 선수에 대한 지나친 의존, 극단적인 수비 위주의 경기력, 상황을 반전시킬 만한 다변화된 전술 부재 등은 모두 홍명보 감독이 비판을 피할 수 없는 부분이긴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비난과 그에 대한 책임을 홍명보 감독에게 요구하는 것도 지나친 부분일 수 있다.

2년 전 홍명보 감독을 영웅으로 추앙하던 언론이 어느새 등을 돌리고 국가 최대의 역적으로 그를 내모는 건 우리에게 낯선 풍경은 아니다. 1997년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대한민국의 승리를 주도했던 차범근 감독의 리더십 역시 당시 열풍을 불러일으켰고 이를 통해 CF까지 차범근 감독은 촬영했지만 1년도 못 가 월드컵에서 그는 불명예 퇴진하며 수많은 네티즌들로부터 역적으로 몰리기도 했다. 지금도 다르지 않다. 언제는 박주영을 의리로 선발하고 출전시켰다며 비난을 퍼붓던 언론은 이제는 급박한 순간에서도 벨기에와의 시합에 박주영을 끝내 투입시키지 않았다며 다시 비난을 퍼붓고 있다. 언론이 균형 잡힌 비판을 하지 못하고 비난으로 선동하니 경기를 지켜보던 수많은 팬들 역시 이에 동조될 수 밖에 없다.

물론, 모든 이유와 핑계를 뒤로 하고 이번 월드컵 부진에 있어서 가장 많은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이 감독 자신이라는 건, 홍명보 감독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 또한, 지금 다 끝난 경기를 돌아보며 부족한 점을 반성하고 또 개선해야 될 부분을 깊이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최소한 비판은 이런 점들을 토대로 그가 어떤 점에서 부족했고 어떤 점을 향후 보완해야 하는지를 반영해서 건설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지금과 같이 모든 국민을 선동하고 건설적 비판이 아닌 비난의 화살을 홍명보 감독에게만 부풀리는 건, 향후 대한민국 축구 감독들이 될 예비 리더들에게도 결코 좋은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다.

월드컵 대표팀 감독의 자리는 굉장히 어려운 자리이다. 일본의 경우, 사상 최강의 전력을 자랑하며, 월드컵 4강을 부르짖었지만 이번에도 조 최하위 성적으로 예선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비교적 탄탄한 전력으로 월드컵에 진출했다고 자부하던 일본도 지난 4년간 자케로니 감독에게 전권을 부임하며 믿고 맡겼다. 그러나 우리는 홍명보 감독에게 단 1년의 시간을 부여해준 후 마법과 같은 성과를 요구한 건 아닌지 다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가 1년 동안 축구 국가대표팀을 잘못 운영한 건 비판 받아 마땅하나 대책과 대안 없이 일종의 화풀이성 비난은 자제해야 한다. 상황이 이러할진대 흔한 말로 누가 ‘독이 든 성배’라고 표현되는 대한민국 월드컵 대표팀 감독을 맡겠는가? 신중한 비판은 반드시 필요하나 대안 없는 비난으로 현재 일관하는 건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

- 권상집 카이스트 기술경영전문대학원 박사

(한국개발연구원(KDI) `미래 한국 아이디어 공모전' 논문 대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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