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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1.07.29 08:33

넌 내게 반했어 "차라리 지금의 장점을 살리는 것도 좋겠다!"

이미 새로운 변화를 꾀하기에는 늦었다.

 
처음부터 이렇게 시작했어야 했다. 그야말로 평범한 어느 여학생에 대한 학교 최고의 킹카의 짝사랑. 더구나 단 한 번도 또래에 대해 짝사랑이라는 걸 해 본 적이 없기에 모든 것이 서툴고 어색하다. 요즘 초득항생도 그렇게는 하지 않을 것이다. 어떤가? 벌써부터 흥미가 생기지 않는가?

당연한 것이다. 뭐든 드라마란 반전이 있어야 한다. 반전이란 충격이다. 재미란 바로 이 충격량에 비례한다. 학교 제일의 킹카를 짝사랑하는 평범한 여학생과 그야말로 평범한 여학생을 짝사랑하는 킹카 가운데 어느 쪽의 충격량이 더 크겠는가. 더구나 킹카인데 자신의 감정을 전하는 방법을 몰라 여동생에게 바보취급까지 당할 정도다. 확실히 마냥 바라만 보는 가련한 여주인공보다는 사람들의 흥미를 잡아끌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였다. 간만이 정말 집중해서 볼 수 있었다. 물론 이규원(박신혜 분)은 한 번 이신(정용화 분)에게 차인 적이 있다. 그조차도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아 감정이 아직 다 정리가 된 상태가 아니다. 그런 상황에 이신이 자기를 좋아한다 하면 결과는 뻔하다. 하지만 그 과정이 재미있으니까. 이신의 마치 초등학생과 같은 서툴고 어색한 - 유치하기까지 한 모습이 그 자체로 재미있는 것이다. 저런 식으로 하다가는 오히려 오해만 사고 사이만 멀어질텐데? 여기에서 이규원의 이신에 대한 마음만 알지 못한 채였다면 훨씬 더 재미있을 수 있었겠지.

더구나 지금은 라이벌조차 없다. 이규원이든 이신이든 마음을 흔들고 다급하게 만들 존재가 있어야 사랑이야기도 재미있는 것이다. 라이벌 없는 멜로나 로맨스를 본 적이 있는가? 어떻게든 서둘러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안달하는 과정에서 드라마도 만들어지는 것이다. 만일 여기에 김석현(송창의 분)라는 남자가 나타나서 이규원을 스타로 만들어주겠다 접근하고 있었다면 이신 역시 더욱 다급해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거기에서 사건이 만들어지고 재미가 생긴다. 정석이다.

그런데 이 드라마에는 그런 게 없었다. 반전도. 놀람도. 그렇다고 라이벌과 같은 존재도. 이규원이 이신을 짝사랑할 때도 정윤수(소이현 분)는 이규원의 라이벌이 아니었다. 그저 지레 단정하고 물러서고 있었다. 이규원의 짝사랑이 전혀 아무런 드라마도 만들지 못한 이유다. 이규원 자신도 전혀 급할 것이 없고 아쉬울 것이 없었으니. 지금의 이신의 짝사랑도 전혀 라이벌 없이 이미 이규원이 한 번 이신을 좋아했던 적이 있는 상태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터라.

솔직히 지금 와서 무엇을 더 할 수 있을까 의문이다. 절반이나 지난 지금에 새롭게 무언가를 바꾸어 본다는 것이 과연 가능하기는 할까? 결국 이신의 짝사랑이라는 것도 여러 새롭고 신선한 요소들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틀 자체를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 결국은 끝까지 이대로 이 드라마만의 장점을 사랑하는 소수의 시청자를 위해 밀고 가야 하지 않겠는가.

물처럼 담담한. 자극없는 편안함. 오후 10시 시간대의 격전지에 그다지 어울리는 요소는 아니지만 그래도 그런 것들을 좋아하여 지켜보는 시청자도 있다는 것이다. 더 욕심내면 좋겠지만 그랬다가는 이나마도 망쳐버리게 된다. 바꾸려면 오래전에 바꾸었어야 했다. 지금 할 수 있는 건 비록 시청률은 낮았지만 기존의 시청자들로부터 만족했다는 말을 들을 수 있는 것. 시청율은 낮았지만 드라마를 지켜본 시청자 입장에서는 무척 만족스런 완성도 있는 드라마였다.

그나마 김석현에 대해 준비하고 있는 임태준(이정헌 분)의 카드가 그래도 드라마 안에 커다란 사건을 만들 것 같지만. 너무 키우는 것도 안 좋다. 그것은 이제까지의 구도를 깨뜨리게 된다. 차라리 아니한만 못한 최악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공연팀을 쪼개는 것을 없었던 것으로 원점으로 돌린 것처럼 이것도 그냥저냥하게 크게 무리없는 수준에서 끝내는 것이 낫지 않을까.

물처럼 좋아하고, 물처럼 사귀고, 물처럼 관계를 맺고, 물처럼 노력하고, 그리하여 마지막 공연에 터뜨린다. 그런데 연습장면을 보더라도 확실한 임팩트는 보이지 않아서. 역시 담담한 것으로 밀고 가는 것이 좋을 듯하다. 자극적인 드라마의 홍수에 순수의 시대의 향수를 보여준다. 지금으로서는 이 드라마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일 것이다. 그렇지 않고 김석현의 일을 너무 크게 키운다면 괜히 분위기만 흐트리고 다시 돌아오는데 적잖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아무튼 흥미로웠다. 문득 이규원의 할아버지 이동진(신구 분)의 과거이야기 하는 장면에서 우라사와 나오키의 만화 <야와라>에 나오는 야와라의 할아버지 이노쿠마 지고로를 떠올리고 마는 것은 어째서일까? 무한히 반복되는 과거 이야기에서. 하필 지고로가 야와라를 대하는 것과 이동진이 이규원이 대하는 것이 크게 다르지 않다. 이동진과 이규원의 아버지 이선기(선우재덕 분)의 관계 역시. 참고한 것일까? 물론 부분적인 것이라 크게 문제는 되지 않는다. 드라마 전체에 비하면 아주 작은 것이다. 단지 떠오르기에. 그것이 재미를 해치고 있었다.

어찌 보면 시대를 역행하는 드라마일 것이다. 자극적인 이야기가 난무하는데 자극성을 뺀 담담한 순수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그것이 장점이기도 하겠지만 다만 지금으로서는 단점으로 작용하는 부분이 많다. 그렇다고 바꾸기에는 늦었으니 이대로 가야 할 테고.

아마 해외로 수출되고 나면 조금은 달라질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이같은 청춘드라마의 수요가 많이 사라졌지만 일본이나 대만, 중국만 해도 또 사정은 다른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기존의 시청자들만 만족시킬 수 있어도. 수미일관하는 마무리를 기대한다. 욕심은 부리지 말기를.

마음을 비우고 보면 재미있다. 확실하다. 물처럼 담담한 드라마를 즐겨 보던 시절을 돌이키면 그렇게 나쁘지는 않다. 항상 하는 말이다. 못 만든 드라마는 아니다. 때와 시간대를 잘못 만났다. 아쉬움은 뒤로 하고 일단 하는 것만 충실하기를 바란다. 확실한 하나의 장점을 살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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