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이슈뉴스
  • 입력 2014.06.25 07:37

[김윤석의 드라마톡] 트로트의 연인 2회 "마치 트로트처럼, 질박한 일상의 이야기"

일상에서 비일상으로, 신성록의 조근우가 드라마의 키를 쥐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그것은 어쩌면 한국인의 유전자에 새겨진 원초의 감성일 것이다. 아주 오랜 옛날부터, 일제강점기 엔카의 영향을 받아 '가요'라는 이름으로 트로트가 처음 이 땅에서 불려졌을 때, 그 안에는 식민지백성의 고달픈 삶과 애환이 그대로 녹아들어 있었다. 마치 판소리처럼, 창을 하듯, 어느새 아무렇지 않은 필부필부들이 부르던 일상의 가락들이 '가요'라는 이름으로 대체되고 있었다.

해방이 되고 나서 스탠다드가 들어오고, 탱고니 차차차니 새로운 음악의 양식들이 소개되었을 때도 그 형식은 어디까지나 '가요'의 그것을 빌고 있었다. 아니 포크든 록이든 힙합이든 그 안에 면면히 이어지고 있는 것은 흔히 '뽕끼'라 부르는 바로 그 무엇이었다. 자칫 마음놓고 부르다 보면 세련된 발라드의 멜로디가 마치 트로트처럼 들린다. 그만큼 가깝다. 시작은 일본의 엔카지만 이 땅에서 이 땅의 사람들에 의해 불려지는 사이 이 땅에 어울리는 고유한 정서를 담아내는 그 무엇이 되어 있었다. 단지 그것을 언제부터인가 다른 장르와 비교해 '트로트'라 부르게 되었을 뿐.

▲ KBS 제공

무언가 기쁘고 즐거운 일이 있어 흥을 돋울 때도, 혹은 슬프고 괴로운 일이 있어서 위로받고 싶을 때조차, 그래서 아마 그것을 신명이라 부르는 것일 게다. 원래 나의 것이 아니다. 누군가 주인이 따로 있을 것이다. 그래서 돌려주려 한다. 하늘이든 땅이든 사람에게든 크게 외쳐 다시 원래의 주인에게 돌려주고자 한다. 기쁘면 기쁜대로 흥을 담아서, 슬프면 슬픈대로 슬픔을 담아 떠나보내며. 흥에 겨우니 어깨춤이 나오고, 슬픔을 떠나보냈으니 다시 춤사위가 나오게 된다. 실종된 아버지와 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앞에 그리며 최춘희(정은지 분)가 오히려 더 신나게 노래할 수 있는 이유다. 그렇게 사람은 절망하고 좌절하면서도 힘을 내어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오히려 삶이 고단하기에 저도 모르게 노래를 흥얼거린다. 괴롭고 힘들기에 더욱 노래에 의지한다. 그리고 하필 그 노래가 트로트다. 장준현(지현우 분)의 말처럼 트로트는 촌스럽다. 꾸밈새가 적다. 멜로디도 사운드도 가사도 거창하게 무언가 대단한 것을 담아내려 하지 않는다. 은유적이지만 직설적이고 쉬운 언어로 되어 있어 간결하다. 보통사람들이 따라부르기 힘든 고도의 기교같은 건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그래서 오히려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과 정서를 담아낼 수 있다. 아무렇지 않게 일하면서, 혹은 운동하면서, 혼자 쓸쓸해하면서, 분위기를 띄우면서. 아직 젊은, 아니 어리다고 할 만한 세대에서도 그래서 트로트는 여전히 가깝기만 하다. 아직 노래방에서 가장 많이 불려지는 것도 어쩌면 트로트가 아닐까.

어떻게 보면 상당히 진부하고 통속적인 설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어울린다. 가수가 되겠다는 꿈조차 꾸어 본 적 없는 어느 평범한 여성이 우연치 않은 기회로 가수의 꿈을 가지게 된다. 전문적인 훈련을 받아 본 적도 없고, 음악적으로도 대단한 기술이나 지식을 가진 것도 아니다. 심지어 음악을 한다고 하는 자각조차 아직은 없다. 단지 빚을 갚기 위해서. 빚을 갚지 않으면 안되니까. 고단한 삶에서 오는 절박함이 일상에서 위로받던 노래와 어우러진다. 최춘희 자신이 위로받던 노래가 모두에게 위로가 되어준다. 본질이 아니었을까.

그다지 배우지 못하고, 당연히 상식이나 교양과는 담을 쌓고 있고, 그런 사채업자들마저 최춘희의 노래에는 반응을 보인다. 오디션 참가자들의 노래에 그다지 반응을 보이지 않던 관객들마저 최춘희의 노래에 호응하고 있다. 그 신명이 나오는 곳, 아버지는 생사를 모르고, 어머니는 오래전에 세상을 떠나고, 어린 동생과 오래된 삼각김밥을 볶아 먹으며 앞날이 보이지 않는 일상을 견뎌내고 있다. 그래도 웃는다. 그래도 힘을 낸다. 최적의 캐스팅이다. 화려함보다는 수수함이, 수수함보다는 끈질김이 느껴지는 정은지의 외모와 연기는 그를 위해 존재한다. 아니면 정은지를 위해서 시나리오를 썼거나. 아이돌 오디션에 등장한 트로트라는 아이러니는 그 이미지를 극대화한다.

어렵고 세련된 음악은 이제 다른 장르들에 맡긴다. 대단히 멋스럽고 기교적인 가사와 멜로디는 다른 장르들이 소화한다. 더 유치해진다. 더 단순해진다. 더 촌스러워진다. 하지만 그래서 여전히 일상에 깊숙이 뿌리내리고 있다. 자연스럽게 불리고 의식하지 않은 사이 몸에 익는다. 장준현의 역할이 궁금하다. 그의 음악에 대한 재능이 진짜라면 트로트와의 만남 역시 매우 흥미롭게 그려질 수 있을 것이다. 약간의 허세가 묻어나던 모습에서 흙투성이의 질박함을 찾아낸다.

흥미로운 시도다. 상당히 무모해 보이기도 한다. 트로트만큼이나 촌스럽다. 투박하고 유치하다. 그런 만큼 간결하고 직설적이다. 꾸미지 않는다. 아예 시청률을 의식하지 않는 듯 보이기도 한다. 장준현과 최춘희 사이의 뻔한 로맨틱코미디는 식상하다. 보다 본질적인 진지한 시도와 노력들이 드라마의 성패를 결정한다. 아직은 괜찮다. 과연 앞으로도 괜찮을까. 약간은 불안하기도 하다.

과연 신성록의 연기력은 조근우라고 하는 난해한 캐릭터마저 마치 맞춘 것처럼 소화해내고 있다. 평면적인 캐릭터 가운데 유일하게 개성이 두드러진다. 상업드라마로서 드라마의 구심점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일상적인 이야기들이 조근우와 만나며 그를 중심으로 변주되기 시작한다. 오히려 주인공들보다 더 강한 인상을 주고 있었을 정도였다. 그에게 달렸다. 흥미롭다.

모바일에서 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