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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1.07.28 06:55

시티헌터 "김영주 검사의 죽음과 세 명의 아버지"

막아 두었던 이야기가 끝을 향해 거세게 흐르기 시작하다.

 

아무래도 김영주(이준혁 분)의 역할은 원작에서 시티헌터 사에바 료의 파트너이자 여주인공 마키무라 카오리의 오빠인 마키무라 히데유키였던 모양이다. 하기는 마키무라 카오리 김나나(박민영 분)의 키다리 아저씨였으니까. 그렇다면 진세희(황성희 분)는 노가미 사에코일까?

조금은 의외였다. 오히려 김영주는 어둠의 세계에서 활약하는 시티헌터 이윤성(이민호 분)에게 있어 빛의 세계에 존재하는 마치 분신과 같은 파트너이기를 바랬었는데. 검사로써 법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이윤성을 쫓지만 그러나 정의를 위해서는 협력한다. 하기는 김영주가 이윤성을 보고도 보내준 장면에서 이미 예고된 장면이기도 했다. 범법자인 이윤성을 놓아보내는 순간 법과 질서를 지키는 검사로써의 자신의 존재의미를 잃게 된다.

하긴 어쩌면 김영주는 죽기 위해 혼자서 폐차장으로 찾아갔는지도 모른다. 다른 누구의 지원 없이. 가까운 아무의 동행도 도움도 없이. 분명 천재만(최정우 분)과 그의 하수인들이 지키고 있고, 결코 그를 무사히 돌려보내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야말로 죽어러 가는 사람처럼. 진세희와 헤어져 병원을 나서는 장면에서는 마치 살아서의 모든 것을 정리하려는 사람처럼 보였다.

그토록 믿고 있던 법의 정의를 부정당했다. 아버지는 파렴치한 범죄자였다. 교통사고를 일으켜 사람을 죽이고 식물인간으로 만들고서도 돈과 힘을 이용해 오히려 피해자를 가해자로 만들고 살아남았다. 재단이사장으로써 학생들은 비싼 등록금으로 고통스러워하는데 수천억의 비자금을 만들고 유용하고 있었다. 더구나 그가 법의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몸담은 경찰은 오히려 범죄자인 천재만과 손을 잡고 그를 내몰려 하고 있다. 아니 이미 모든 혐의가 명백해진 상황에서도 천재만을 비호하고 심지어 이미 잡아 놓은 천재만을 풀어주기까지 한다. 나라를 위해 충성한 댓가로 오히려 목숨까지 잃고 그 존재마저 지워진 스무명의 희생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는 무엇을 생각하고 있었을까?

"검사로서 자존심이 상해. 자꾸 인정하게 되잖아? 나보다 그 자식 방식이 옳다고 생각하게 되잖아! 분하고 화나는데 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 법이 졌어, 그 자식한테!"

아직 확실하게 죽었다고 나온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살아있다고 하기에는 마지막 일격은 너무나 확실하게 마무리짓고 있지 않던가. 천재만이 하고 싶은 말이 무어냐 물었을 때 천재만을 법의 이름으로 체포하여 처벌하고자 하는 그의 모습도 너무 처절했었다. 마치 죽으려는 사람처럼. 만일 이러고도 살아난다면 그것은 부활에 더 가까울 것이다. 이제까지의 김영주와는 전혀 다른 존재로써.

아무튼 이제까지의 거대서사를 포기하고 나니 확실히 드라마가 재미있어진다. 설명조의 대사도 줄어들고 기어바퀴가 맞아돌아가듯 등장인물과 배경, 상황 안에서 맞물리듯 이야기가 풀려간다. 그렇게 이윤성 역시 극중에서 가장 나중에서야 자기 친아버지의 존재를 알게 되고. 대통령 최응찬(천호진 분)이 자기를 낳은 친아버지라는 사실을 비로소 이윤성도 알게 된다. 천재만 하수인의 자백과 어머니 이경희(김미숙 분)과 함께 일했다던 여자와 무엇보다 김나나로부터 들은 최응찬의 손수건에서. 어머니의 손수건을 가진 남자가 어머니에게 큰 마음의 빚을 지고 있다고 한다. 더구나 어머니에게서 들은 콩을 골라내는 습관마저 똑같다. 다만 너무 급하다. 마치 몰아서 끝내려는 듯.

몰아서 끝내야겠지. 이제 겨우 한 회 남았다. 한 주 분 2회에서 한 회가 끝났으니 겨우 한 회 남았을 뿐이다. 그 한 회 안에 모든 것을 마무리하자면 서둘러야 한다. 그래서 무리수가 있었다. 낳아준 아버지 최응찬과 길러준 아버지 이진표(김상중 분), 그리고 그 사이에 자신의 태어남을 기뻐해준 또 다른 아버지 박무열(박상민 분). 기꺼이 자신의 존재를 인정하고 받아들이기로 하고 어머니와 결혼해 준 남자 아닌가. 아버지로써 아들인 자신의 태어남을 축하해 주었다. 그러나 어머니 이경희마저 지금 순간에는 박무열은 안중에 없는 것 같다.

아마도 이런 것이 이진표로 하여금 이윤성을 납치해 복수의 도구로 기르게 된 이유였을 것이다. 피도 이어지지 않고, 그렇다고 태어나서 직접 얼굴을 마주하고 대화를 나누어 본 것도 아닌데 과연 이윤성은 박무열의 아들일 수 있겠는가. 이윤성이 박무열의 아들이기 위해서라도 그는 박무열의 복수를 해야 한다. 박무열의 아들이기 때문에 더욱 최응찬에게 복수를 해야 한다. 그리고 이 순간 그동안 길러온 시간들이 이윤성을 이진표의 아들이게 한다. 그런데도 이윤성은 진실을 알고 최응찬의 아들인 자신을 다른 사람의 아들로 만들었다며, 인생을 뒤틀어놨다며 복수를 다짐한다. 이진표의 서글픈 표정은 자신을 위한 것이었을까? 아니면 박무열을 위한 것이었을까?

세심하게 접근했어야 하는 부분이었다. 쉽게 결론내릴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 물론 그럴 것이다. 아직 한 회가 남았고 이윤성 역시 아직 최응찬을 완전히 자신의 아버지로 받아들이고 있지 않다. 어차피 낳아준 아버지나 명목상의 아버지나 멀게 느껴지기는 마찬가지다. 그보다는 배신감이었을 것이다. 그동안 믿었고 애정을 주었던 아버지 이진표에 대한. 과연 오늘 마지막회에서 이윤성은 이러한 복잡한 관계에 대해 어떤 결론을 내리게 될까?

이진표를 말처럼 응징하기에는 그 또한 길러준 아버지에 대한 패륜일 것이고, 최응찬에게 죄를 묻는다는 것은 또한 낳아준 아버지에 대한 패륜일 것이고, 가장 쉬운 것이 얼굴도 한 번 보지 못한 박무열을 묻어버리는 것인데 그 또한 명분상의 아버지에 대한 패륜이다. 어느 쪽을 선택하든. 사실 길은 하나일 것이다.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는 오늘의 마지막회에 달려 있을 것이다.

그동안 산만하게 늘어지던 것에 비해 급박하게 흐르던 한 회였다. 원래는 천재만을 일찍 끝내고 대통령이기도 한 최응찬과 조금 더 시간을 끌기를 기대했었건만. 시티헌터 이윤성이 얼굴을 들키는 장면에서 폐차장에서 김영주가 천재만에 의해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지기까지 몇 회 분량이 한 회에 모두 흘러나온 것 같다. 덕분에 오랜만에 긴장감 있게 드라마를 볼 수 있었다. 대미를 짓기를.

하여튼 흥미로운 부분일 것이다. 워낙에 원작을 좋아하는 탓에. 과연 원작은 어떻게 조각조각 해체되어 드라마로써 재구성되었겠는가. 원작의 캐릭터와 드라마의 캐릭터와 자꾸 비교하게 된다. 의도한 것일까? 단지 원작을 좋아하기에 느끼는 착각일 것일까? 전자이기를 바라지만.

이제 드디어 마지막. 그러나 개인적으로 이것이 끝은 아니기를 바란다. 시티헌터는 도시의 해결사 시티헌터로써 이후로도 계속 존재할 수 있기를. <시티헌터>라고 하는 제목의 이유이기도 할 터다. 역시 제작진의 의도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기대를 가지고 지켜본다. 과연 어떤 마지막이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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