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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1.07.26 17:00

나는 가수다 vs TOP밴드, 메이저와 인디의 차이...

나는 가수다보다 TOP밴드에 더 끌리는 이유...

아마 <나는 가수다>라고 하는 프로그램을 처음 만들겠다 했을 때부터 시작된 논란이었을 것이다. 실제 <나는 가수다>를 보면서 느끼는 불편함의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너무 긴장하고 있다. 그래도 프로이고 베테랑들일 텐데도 무대에서 너무 힘이 들어가 있다.

하기는 청중평가단이 어떻게 보았느냐에 따라 다음주에 다시 무대에 서고 서지 못하고가 결정될 것이다. 청중평가단에게 좋게 보여 높은 등수를 얻어야 다시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 것이고 보다 자신을 대중에 선보이고 음악을 들려줄 수 있으리라.

물론 <TOP밴드> 역시 사정은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무대를 앞두고 <TOP밴드>에 출전중인 밴드의 경우도 그렇게 긴장하고 떨려 한다. 다만 차이라면 <TOP밴드>에서는 어떤 경우에도 자기 음악을 한다는 것이다. 자기가 할 수 있는 음악을 할 수 있는 만큼 즐기면서 선보이고 단지 심사위원의 평가만을 기다린다.

그에 비하면 <나는 가수다>의 경우는 심사위원이라 할 수 있는 청중평가단의 판단을 기다리기 전에 먼저 능동적으로 청중평가단에게 통할 수 있는 편곡으로써 승부를 건다. 어떤 음악을 좋아할까? 어떤 음악이 경연에서 먹힐까? 때로는 그를 위해 자신의 음악스타일을 바꾸고. 심지어 청중이 가수에게 음악스타일을 바꿀 것을 요구하기도 한다. 이기기 위해서. 보다 높은 순위에 올라 다음 무대에서도 살아남기 위해서.

결국은 메이저와 인디의 차이가 아니겠는가? 메이저는 아무래도 대량생산과 대량소비의 산업화된 시스템 그 자체일 것이다. 어차피 선곡부터 자기가 온전히 다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나마 <나는 가수다>에 출연하는 가수들 레벨 쯤 되면 어느 정도 선곡에서도 자기의 주장과 의견을 상당부분 반영할 수 있겠지만 아직 그런 정도에 이르지 못하면 소속사의 영향을 아주 무시하지는 못한다. 뜰 만한 노래. 대중에게 먹힐 만한 노래. 대중이 요구하는 장르와 스타일. 그만큼 많이 팔려야 산업이라는 자체가 유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가수다>에서는 가수가 부를 노래를 가수 자신이 직접 모두 선택해 부르지 못한다. 한 주는 대중이 추천하는 노래 가운데 아무 노래나 추첨으로 골라 그것을 편곡해 불러야 한다. 자기가 부르고 싶은 노래가 아니라 대중이 듣고 싶은 노래다. 편곡 역시 말했듯 대중(청중평가단)을 의식해 그들이 좋아할 수 있는 방향을 쫓는다. 중간평가를 통해 다른 가수들이 하는 것을 보고 그나마 처음 의도한 바를 크게 바꾸어 선보이기도 한다. 대중을 의식하고 다른 가수와의 경쟁을 의식하고 그리고 순위를 의식한다.

어쩌면 최종경연보다 중간평가가 더 좋게 들리는 것은 그래서인지도 모르겠다. 순수하게 이 노래는 이렇게 부르면 좋겠다. 이 노래는 이렇게 부르면 대중들이 더 좋아하겠다. 그러나 중간평가를 거치면서 다른 가수들의 노래를 듣고 조금씩 변하게 된다. 이기기 위한 노래로써. 다른 가수들보다 더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한 노래로써.

필자가 <나는 가수다>를 보면서 가끔 무척 부대껴하는 이유일 것이다. 프로그램 내내 끊임없이 들려오는 순위에 대한 걱정. 생존에 대한 절실함. 그래서 심지어 무대에서 노래 한 곡을 부르고 기운이 빠져 쓰러지기도 한다. 열창이라 존경을 보낼 수도 있지만 그것도 너무 심하면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가수 자신이 노래를 즐겨야 듣는 입장에서도 즐거울 수 있다. 너무 관객을 의식하고 부르면 관객의 입장에서도 부담스럽다.

하지만 그것이야 말로 산업화된 주류무대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방식 그 자체일 테니까. 대중이 좋아하고 듣는 것이 대중음악이다. 대중을 위한 음악을 들려주는 것이 대중음악인이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음악과 대중이 듣고 싶은 음악 가운데 절충하여 그러면서도 최대한 자기가 즐기면서 대중이 즐거워할 수 있도록 한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음악만으로는 어느새 도태되어 버릴 수 있기에 적당히 타협도 하면서 그 안에서 또다른 가능성과 즐거움과 추구를 찾아간다.

그 대표적인 존재가 바로 <나는 가수다>의 아이돌 김범수일 것이다. 가장 변화의 폭이 크고 그래서 때로 과연 그것이 김범수라는 음악인이 진정 하고 싶은 음악인가 하는 의문이 드는 경우마저 있다. 그러나 이제는 김범수 자신도 그같은 변신을 즐긴다. 새로운 장르를. 새로운 스타일을. 새로운 시도를. 자기가 이제껏 한 번도 하지 않았던 것들에 대해. 그것을 좋아하는 대중의 반응 자체를 그 자신도 내면화하여 즐기고 있는 것이다.

대중음악은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다. 대중과 함께 해 나가는 것이다. <나는 가수다>에 출연중인 가수들이 바로 그런 접점을 찾는데 성공한 가수들이기도 한 것이다. 자기가 하고 싶은 자기만의 음악세계와 대중이 듣고 싶은 대중성 사이에서 접점을 찾는데 성공했기에 그들은 가수로 불리고 있는 것이다. 바로 대중가수다.

그에 반해 <TOP밴드>의 경우는 심지어 심사위원으로부터 비호감이라는 소리를 들은 밴드마저 있었다. 아마 그런 말까지 듣고서 대중이 보다 좋아하도록 보컬의 톤이나 스타일을 바꿔보지 않겠느냐 물어본다면 대번이 고개부터 젓고 말 것이다. 나중은 모르지만 지금은 그것이 그들이 추구하는 음악의 색깔이므로. 아무리 대중에 어필하기 위해서는 보컬이 필요하다 할지라도 연주밴드에게 보컬이란 어울리지 않는 것이다.

어차피 <TOP밴드>에 출전중인 밴드 상당수가 그야말로 비주류음악을 한다. 그다지 대중이 보편적으로 좋아하지 않는 장르, 스타일의 음악을 하고 있는 것이다. 만일 대중이 듣기 좋은 음악을 하려 했다면 굳이 그런 장르와 스타일을 고집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더구나 한국의 대중음악시장이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밴드라는 형식을 취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단지 좋으니까. 그것이 좋아서 한다. 좋으니까 그 장르 그 스타일의 음악을 하는 것이다. 돈이 되지 않는 것을 알면서도. 오히려 음악으로 돈을 벌기보다는 음악을 하기 위해 돈을 벌고 있으면서도. 아무리 오디션이고 심사위원이 앞에 있다고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그같은 음악을 포기해야 할까? 오디션과 조선정을 위한 공연에서 다른 색깔의 음악을 들려주었던 'BIS'조차 단지 밴드가 만들어진지 얼마 되지 않아 혼란이 있었던 것이지 그것이 자기 음악을 버리고 심사위원의 취향에 맞추려 했던 것은 아니었다.

어찌보면 밴드음악에 대해 가해지는 일반의 비판이 여기서도 드러나고 있다 할 것이다. 대중은 외면한 채 자기들만의 음악을 한다. 대중들의 요구나 취향은 무시하고 자기들만의 음악을 고집한다. 그래서 인디 아니겠는가? 자본으로부터 독립되고 미디어로부터 독립되고 대중으로부터도 독립된다. 단지 내가 하고 싶어서 음악을 할 뿐이고 그 가운데 대중이 좋아하면 찾아 듣는 것이다. 설사 미디어와 타협하여 <TOP밴드>에 출연하고 있는 가운데서도 그렇다고 <TOP밴드>를 위해 시청율에 도움이 될만한 음악을 할 생각은 없다. 그럼에도 가장 비주류에 가까운 게이트플라워즈가 가장 대중의 호응을 받고 있다는 것이 아이러니라 할 것이다.

끊임없이 자본과 미디어, 대중을 신경쓸 수밖에 없는 산업화된 주류음악과, 여전히 음악인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을 고집하며 대중이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인디문화. 음악이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이며 단지 대중은 그것을 선택할 뿐이라는 원점에서,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대중이 선택할 수 있도록 능동적으로 다가가자는 메이저의 치열함에 대해서도. 어쩌면 현실은 밴드쪽이 더 어려워도 그같은 수많은 다양한 주체들 속에서 싸우며 자신과 음악을 지켜가야 하는 메이저의 음악인들이 정신적으로는 더 피곤하고 힘든 것인지도 모른다. 무대에서 손을 덜덜 떨고, 심지어 노래가 끝나고 끝내 주저앉고 마는 <나는 가수다>의 가수들처럼. <TOP밴드>는 오디션임에도 그런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자기 연주에 취해 눈물을 흘리는 경우는 있었다. 최고의 연주를 해낸 자신에 감탄하고 만족하여.

7월 23일 <TOP밴드> 방송분에서도 그것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단지 자신을 선택해 주어 감사한다 했었다. 무대에 감사하고, 프로그램에 감사하고, 주위의 사람들에 감사하고, 관객들에 감사하며, 오로지 무대를 즐기려는 모습들만이 있었다. 무대에 주눅들기보다는 그 기회를 감사하며 누리려 하는. 그렇다고 굳이 관객이나 심사위원을 의식하며 무대에 오르는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무대에서 선보이는 것은 그들 자신의 음악이다. 그들 자신이 추구하는 너무나도 선명한. 다만 주어진 무대에 최선을 다하려는 모습은 <나는 가수다>나 <TOP밴드>나 모두 다르지 않은 부분이라 하겠다. 서로의 음악을 진심으로 즐기고 격려하는 부분에서도. 음악이라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리라. 무대란 그들이 살아가는 전장이다.

필자가 <나는 가수다>보다 <TOP밴드>에 최근 더 끌려 하는 이유일 것이다. 그러한 메이저의 치열함도 좋지만 그보다는 인디문화의 솔직함과 순수함이 보다 필자에게 와닿는 까닭이다. 그저 좋아서. 단지 좋기 때문에. 다른 수식이 필요한가? 심사위원을 앞에 두고도 나를 선택해 달라 오히려 선곡으로 강요할 수 있는 정신이. 음악으로 보더라도 한참 선배인 심사위원이 무어라 하더라도 자기 음악을 지킬 수 있는 고집이. 거칠고 투박하지만 그들의 음악에서 느껴지는 그런 진심들이. 어쩌면 진정이라는 단어가 사라져가고 있기 때문에 더 소중한 것인지도. 도대체 어떤 서바이벌이 자기를 떨어뜨린 심사위원에 오히려 떨어진 사람이 먼저 다가가 위로하고 하겠는가. 최선을 다했으니 괜찮다며.

필자가 음악을 듣기 시작한 것이 그 무렵인 때문일 것이다. 아니 그런 시절의 음악들을 좋아했었다. 내가 하고 싶어서 한다는 오만함. 나는 이런 음악을 한다고 하는 고집과 당당함. 아티스트에 대한 존경과 동경이 있었다. 아티스트를 쫓아 때로 자기의 음악적 취향까지 바꾸는 그런 시절이었다. 대중음악은 대중이 듣고 좋아하기에 대중음악이 아니라 대중이 듣고 좋아할 수밖에 없기에 대중음악이다. 아무래도 필자와 같은 이들에게는 그러한 <TOP밴드>의 투박한 솔직함이 그래서 더 어울리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누가 더 우월하고 열등한가가 아니다. <나는 가수다>도 분명 훌륭한 프로그램이다. 무엇보다 출연하는 가수들 하나하나가 우리나라 최고의 가수들 아니던가. 최고의 가수와 최고의 편곡자와 최고의 노래들이 만났다. 말이 필요한가? 그냥 최고인 것이다. 단지 최근 좋은 음악을 들려주고 있는 프로그램으로써 문득 <나는 가수다>와 <TOP밴드>를 비교하고 싶어졌을 뿐.

항상 고맙게 보고 있는 프로그램들이다. 침체된 한국 대중음악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기도 하다. 음악을 들을 수 있어서 즐겁다. 음악이 있어서 행복하다. 그런 당연한 사실들을. 부디 오래 갈 수 있기를 바란다. 소중한 프로그램들이다. 너무나도.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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