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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1.02.28 19:16

런닝맨의 한계, 정체되고 있는 이유...

런닝맨을 초심으로 돌아가라!

▲ 사진 = SBS 런닝맨 홈페이지
일상은 익숙함이다. 비일상이란 생경함이다. 익숙함은 편안함을 준다. 생경함은 새로운 흥분과 자극을 준다. 너무 익숙해도 지루하지만 너무 생경하기만 해도 당황스럽고 불안하다. 다시 밀해 익숙함이 부족하면 어색하며 생경함이 부족하면 식상하다. 어색하거나 식상하거나 모두 재미없는 것들이다.

<무한도전>이나 <남자의 자격>이 같은 멤버를 가지고 매번 새로운 미션에 도전하는 것은 멤버에게서 일상을 두고 도전에서 비일상을 두려 하기 때문이다. 늘 보던 멤버들에서 사람들은 익숙함과 편안함을 느끼고, 새로운 도전에서 신선함과 흥분을 느낀다. 반면 게임을 위주로 하던 예전 <X맨>류의 예능들은 게임에서 일상을 두고 매번 교체되는 출연자에게서 비일상을 두었다. 같은 게임이어도 출연자에 따라 얼마나 달라지는가? 아마 대표적인 예가 <알까기>였을 것이다. 게임은 알까기 하나지만 출연자가 달라짐으로써 새로운 느낌을 준다.

<런닝맨>을 보면서 느끼는 어정쩡함이다. 매주 새로운 게스트가 출연한다고 하지만 8명에서 9명 되는 출연자 가운데 7명이 고정출연자들이다. 거의 대부분의 이야기는 이들 7명의 고정출연자에게서 나온다. 캐릭터와 관계가 너무 유기적으로 촘촘히 짜여져 있어서 어지간히 게스트가 출연해도 그 사이에 끼어들기가 어렵다. 사실상 게스트는 없다고 보면 된다. 초반 게스트를 찾는 술레잡기 게임을 제외하고는 게스트의 분량 자체가 없으니.

그렇다고 게임이 새로운 가면, 예전이라면 매회 바뀌는 게임들이 신선하게 여겨질 수 있었겠지만 이미 <무한도전>이나 <남자의 자격> 등에서 매회 더 극적으로 소재와 주제를 달리 하고 있다는 것이다. <런닝맨>은 단지 게임을 바꿀 뿐이지만 <무한도전>은 아예 포맷을 바꾸어 버린다. 메인급 버라이어티 가운데 가장 안정적인 포맷을 취하고 있는 <1박 2일> 역시 여행이라는 포맷을 가지고 매번 새로운 여행지에서 그에 최적화된 내용으로 항상 새로움을 놓치지 않고 있다. 식상하다고 하는 비판이 끊이지 않음에도 <1박 2일>이 여전히 최고의 예능으로 남아 있을 수 있는 이유다. 비슷한 것 같지만 결코 시청자를 지루하게 내버려두지 않는다.

항상 보는 멤버들과 그들 사이의 늘 보던 익숙한 이야기들. 게스트가 들어와봤자 끼어들기도 쉽지 않고 겉돌기 일쑤다. 여기에 게임이라고 전혀 새로울 것 없이 단지 그 형식만 바뀌고 있을 뿐이다. 더구나 그 바뀐 게임에서도 그것을 주도하는 것은 게임 자체가 아니라 멤버들의 캐릭터와 관계다. 앞서의 익숙한 이야기로 다시 환원된다.

결국은 리얼버라이어티도 아니고 게임버라이어티도 아닌 어정쩡함이 원인이라 할 수 있겠다. 그것도 양자의 장점을 모두 취합할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지금으로서는 전혀 단점만을 모아 놓은 상태다. 리얼버라이어티의 고정멤버들이 주는 안정감은 어느새 너무 익숙해져 버리고, 게임버라이어티의 일정한 게임포맷은 그런 고정멤버들의 안정된 플레이에 힘입어 매번 전혀 새로운 느낌을 주지 못한다. 한 마디로 너무 뻔하다. 지루하다.

몇 주를 보지 않다가 보고 있으면서도 전혀 어색함을 느끼지 못한다. 몇 주의 시간이 무색할 정도로 몇 주 전이나 몇 주나 지난 뒤나 전혀 달라진 것 없이 똑같다. 마치 액자 속의 그림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진열장속의 박제를 보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멈추어버린 시간 속에 시청자만이 멀리 떨어져 지켜보는 듯한 소외감마저 느끼게 된다. 그들만의 이야기다.

최근 한창 상승세를 그리던 <런닝맨>의 시청율이 정체 상태를 보이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한 마디로 지겨워졌다. 늘 보던 캐릭터에 늘 보던 비슷한 패턴의 이야기들. 그렇다고 게임이 새로운가면 이제는 아예 게임의 과정이나 결과마저 생략되어 편집되는 경우가 태반이다. 어제 방송분만 하더라도 사무실 올림픽이라 하더니 마지막 육상경기의 과정과 결과가 생략된 채, 벌칙대상자 선정과정마저 짧막하게 결과만 보이고 끝나고 말았다. 그 나머지를 채우고 있는 것이 출연자 자신들이 만들어가는 토크와 상황극, 이야기들인 것이다. 게임이 새롭지 않은데 그렇다고 고정출연자들 자신이 만들어내는 이야기는 비슷한 상황에서 얼마나 새로울 것인가?

마치 <뜨거운 형제들>이 아바타소개팅으로 한때 잘 나가다가 정체기를 겪고 추락했던 상황과도 유사하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신기하지만 그 이상이 없었다. 색다르지만 그 이상 다른 기대가 없었다. 패턴을 읽혀 버리면 더 이상 어떤 재미도 감동도 없다. 시청자들로부터도 외면당한다. 다행히 <런닝맨>의 경우는 특정한 소재보다는 그동안 축적되어 온 캐릭터와 관계에서 비롯된 이야기들이라 보다 오래 갈 수 있을 테지만, 시트콤조차 새로운 캐릭터와 상황의 변화가 없다면 일찌감치 그 이야기는 소모되어 도태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결국 어찌되었거나 답은 게임이라는 것일 텐데. 그렇다고 고정출연자를 줄이겠는가? 바꾸겠는가? 게스트를 더 불러들이는 것도 그동안 존재감 없이 겉돌던 게스트들에게서 그다지 의미가 없음을 알 수 있다. 그러면 남은 것은 무엇이겠는가? <런닝맨>의 원점일 것이다. 게스트와 고정출연자 모두에게 새로운 상황과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게임의 존재. 역할. 처음 <런닝맨>이 보여주고자 했던 것이다.

더 치열하게. 더 격렬하게. 더 과감하게. 게임 그 자체도 흥미로워야 하지만 게임의 벌칙도 흥미로워야 한다.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게임의 결과에 따른 보상이다. 어떤 보상이 주어지는가에 따라 같은 게임도 전혀 다른 게임이 될 수 있다.

보다 시청자도 출연자도 몰입할 수 있도록 보상으로써 동기를 부여하고, 더부어 기존의 출연자들의 확보된 캐릭터와 관계로써 각 게임의 변화와 차이를 더욱 크게 드러나 보이도록 하고. 늘 하는 복불복이고 게임임에도 <1박 2일>이 식상한 가운데서도 항상 새로울 수 있었던 것도 강호동을 중심으로 출연자 자신이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개입과 참여로써 그렇게 만들어갔던 때문이었다.  MC유재석이 있다면 <런닝맨>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부분이다.

아무튼 지금으로서는 한계가 너무나 분명하다. 지금 이대로라면 출연자들의 안정된 캐릭터와 관계의 구축마저 급속히 소모될 위험이 있다. 벌써 그 조짐이 보이고 있다. 그마저도 소모되고 나면 지금의 <런닝맨>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된다. 기대할 것이 없어진다. 지금 시청율이 안정적으로 나오고 있다고 마음을 놓아서는 안 되는 이유다. 어떤 망하는 프로그램에도 전성기는 있다.

초심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겠다. <런닝맨>은 어떤 프로그램인가? 무엇을 목표로 어떤 것을 보여주려 기획하고 만든 것이었을까? 어느샌가 기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 되어 버린 지금에. 그러나 여전히 기대하며 지켜보는 이유다. 물론 지금도 무척 재미있는 프로그램일 테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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