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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4.06.04 10:28

[김윤석의 드라마톡] 빅맨 12회 "김지혁을 위해서, 모두가 같은 꿈을 꾸다!"

강동석의 오만과 어리석음, 소미라 철저히 적이 되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는 어쩌면 어울리지 않는 조합인지도 모른다. 자본이 권력이 된다. 자본을 독점한 자가 권력 역시 독점한다. 무한의 자유 아래 오히려 자본을 소유하지 못한 다수는 자유를 잃는다. 억압당하고 종속된다. 그리고 체념한다.

"우리가 뭐 이렇게 당하고 사는 게 한두번인가?"

일방적인 부당함과 억울함에도 어쩔 수 없이 참고 살아간다. 그것이 세상이 돌아가는 원리다. 법칙이고 정의다. 현실이다. 그러고 보면 그동안 기업드라마 가운데 자기 손으로 기업을 일구어 성공을 거두는 자수성가의 이야기가 매우 드물었다. '빅맨'도 사실은 그 변형이다. 우연히 현성그룹 일가에 이용되어 잠시나마 가족이 되었던 것이 현성유통의 사장까지 되는 계기가 되어 주고 있었다. 과연 현성그룹 일가와 인연을 맺지 않았다면 김지혁(강지환 분)이 지금의 자리까지 오를 수 있었을까?

그래서 바라는 것이다. 시장 상인들도, 현성유통의 노동자들도, 그리고 중소기업 사장들도. 아니 심지어 지하경제의 큰손 조화수(장항선 분)마저도. 어쩔 수 없다며 체념해 왔었다. 저들이 만든 세계의 룰에 복종해 왔었다. 이길 수 없을 것이라며. 살려면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안된다면서. 저들이 잡아주는 손에 감격해 했었다. 저들에 대항하는 자들의 어리석음을 비웃고 욕해왔었다. 하지만 결국 그들 자신도 바라는 것은 지금의 부당하고 억울한 현실을 바꾸는 것이다.

▲ KBS 제공
계급이란 어쩌면 같은 꿈을 공유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것인지도 모른다. 물론 중소기업 사장들도 자본가이고 사용자다. 하지만 그런 구분이 무의미할 정도로 대한민국의 사회와 경제는 소수의 대자본가에 의해 독점되고 있었다. 그래서 꿈을 꾸게 되는 것이었다. 누군가 자신과 같은 - 그 이하의 세계에서 일어나 모든 것을 뒤집어 주기를. 모든 모순과 부조리, 불합리를 바꿔주기를. 단지 가능성만으로도 좋다. 그럴 수 있다는 꿈을 가질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래서 김지혁을 지지한다. 김지혁을 응원한다. 김지혁과 함께하려 한다. 경영자로서 강동석(최다니엘 분)은 상당히 어리석다. 거짓일지라도 회사와 직원들을 위한다 말할 수 있었어야 했다. 가식이고 기만에 불과할지라도 그런 모습을 보일 수 있어야 했다. 어리다는 증거다. 지금 자신이 하는 잘못된 행동들마저 결국은 너희들을 위한 것이다. 강성욱(엄효섭 분)이 강동석을 마뜩지않아하는 이유인지도 모른다. 너무 솔직하다. 강동석의 오만이 현성의 지배에 틈을 만들고 말았다. 그 팀이 김지혁이 비집고 일어설 수 있는 기회가 되어주고 있었다.

지하경제의 큰손 조화수마저 우습게 보고 모욕준다. 그것이 모욕이라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한다. 단지 돈만 많은 사채꾼이다. 아무리 돈이 많더라도 대기업을 경영하는 자신들과는 다르다. 조화수가 김지혁을 선택한 이유가 나온다. 조화수가 김지혁을 '양아치'라 부르는 것은 그가 자신과 같은 세계에 속해 있다는 확인인 것이다. 김지혁의 성공이 자신의 성공이다. 어쩌면 강성욱이라면 조화수의 자존심도 살려주며 보다 효율적으로 자신을 위해 이용했을 것이다.

아버지라 불렀다. 진심으로 아버지라 여기고 대해왔었다. 하지만 기만이었다. 배신감이다. 김지혁만이 아니다. 대기업을 믿고 계약에 응해주었던 시장상인들과 자신들을 고용한 경영진을 믿고 회사에 헌신해 온 직원들, 그리고 대기업과의 계약만 믿고 최선을 다해 납품하던 중소기업까지. 프랑스 대혁명 당시 파리 시민들은 자비로운 프랑스 국왕에게 단지 빵을 요구했을 뿐이었다. 러시아혁명 당시에도 러시아의 시민들은 아버지 차르에게 인정을 기대했을 뿐이었다. 그래도 강진아(정소민 분)의 성실함이 김지혁의 분노를 희석시킨다. 그것이 김지혁이 진심으로 바랐던 것이었을 텐데. 그것만이 김지혁이 저들에게 기대했던 것일 텐데.

역시 쉽지 않다. 자본을 무기로 중소기업까지 협박하여 현성유통에 납품하지 못하도록 강요한다. 그마저 통하지 않자 역시 사람을 매수하여 현성유통과 그에 납품하는 순진유업에 타격을 가하고자 모략을 꾸민다. 국세청마저 저들의 편이다. 그러고 보면 법정관리인을 교체할 때 판사를 잘 만났다. 그마저도 판타지로 여겨진는 것은 부조리한 현실에 필자가 너무 찌들어 버린 탓일까. 현성그룹을 등에 업은 강동석과 일개 전과자에 불과한 김지혁 가운데 상식적으로 누구를 선택하게 될까. 그래도 덕분에 반격의 계기를 만들게 된다.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던가. 그들은 적이 되었다. 연인에서 서로 다른 세계에 속한 적으로 마주하게 되었다. 철저히 속이고 기만한다. 틈을 노리고 약점을 공격한다. 강동석에 대한 어떤 감정도 없다. 그는 단지 자신이 상대해야 할 현성그룹이라는 적의 한 부분에 불과하다. 그래서 강동석을 믿지 않는다. 강동석이 파놓은 함정에 빠지지 않은 것은 소미라(이다희 분)가 더이상 강동석을 믿지 않게 되었다는 증거인 것이다. 강동석의 오만이 다시 착각에 빠지고 만다. 이래저래 적으로서 너무 빈틈이 많다.

의외로 성공하는 것은 강진아(정소민 분)가 아닐까. 의외로 단호하다. 맺고 끊는 것이 분명하다. 그러면서도 성실하다. 아마 우연히 들른 패스트푸드점의 비결이 궁금했던 모양이다. 진짜 독립하려는 듯하다. 하지 않던 아르바이트까지 한다. 무심코 흘린 말처럼 자신의 가게를 가지기 위해서. 철없이 보이던 첫인상에 비해 매우 야무진 아가씨다. 과연. 그녀의 진심이 김지혁에게도 통할까. 그보다 아직 김지혁은 그녀를 동생으로 여기는 모양이다. 아직 인연을 쉽게 끊지는 못한다.

다시 한 번의 위기다. 강동석의 계략으로 현성유통의 이미지는 타격을 입고, 납품을 주도한 순진유업은 세무조사까지 당한다. 극복할 수 있을까. 김지혁이 이기기를 바라는 것은 시청자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드라마에서만이라도. 대부분은 약자의 세계에서 을로서 살아간다. 기대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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