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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1.07.25 08:26

내사랑 내곁에 "이소룡의 절규, 도미솔의 눈물"

조금은 지루한 신파조 멜로였다.

 
어쩔 수 없는 사회적 통념일 것이다. 차라리 도미솔(이소연 분)이 유부녀였다면 어땠을까? 아니면 결혼을 하고 이혼한 이혼녀였다면? 그랬다면 이소룡(이재윤 분)이 그렇게 도미솔이 아이엄마라는 사실에 분노하며 심지어 도미솔더러 아들 봉영웅을 왜 낳았느냐고까지 말했을까?

이소룡은 분명 아직까지도 도미솔을 사랑하고 있다. 그래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다. 도미솔이 미혼모라는 것을. 더구나 고등학생 시절 아이를 임신을 하고 아이를 낳았다는 것을. 하지만 그보다 더 못 견디겠는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를 사랑했기에 그 사람의 아이를 낳았을 것이라는 거의 확신에 가까운 추측일 것이다. 그것도 하필 고석빈(온주완 분) 팀장을.

애매모호한 것처럼 상상을 자극하기 좋은 것이 없다. 그리고 사람의 상상은 항상 부정적인 쪽으로 흐른다. 도미솔을 사랑하는 만큼 이소룡의 내면에는 고석빈에 대한 질투와 그러한 도미솔에 대한 분노로 들끓는다. 사랑하기에 이별하고, 사랑하기에 사랑하는 이를 죽일 수 있는 것. 그것이 뜨거우면서도 차가운 사랑의 이중성일 터다. 근본이 선량하기는 하지만 이소룡이라고 예외일수는 없다. 선량한 만큼 억눌린 내면은 더욱 차갑게 뜨겁게 자신을 얼리고 태운다.

하긴 지금 이소룡이 느끼는 감정은 분노나 원망보다는 불안감일 것이다. 도미솔이 과연 자신을 사랑하기는 하는가에 대한 불안감. 아직까지 고석빈에 대한 마음이 남아 있으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 고등학생의 신분으로 아이를 낳을 정도로 사랑했고, 그 아이가 도미솔의 곁에 지금도 있다. 혹시나 지금도 고석빈에 대한 감정이 남아 있다면? 그것은 이소룡 자신이 키운 불안이다. 그리고 그에 불을 지핀 것은 미혼모에 대한 - 더구나 미성년자 임신에 대한 사회적 통념과 편견. 인간은 어쩔 수 없이 환경의 지배를 받으며 살아가는 동물이다.

과연 이소룡은 다시금 도미솔을 받아들일 것인가? 아니 말이 바뀌었다. 비로소 도미솔을 사랑하는 자신을 인정할 것인가? 도미솔의 과거조차도. 그녀가 낳은 아이조차도. 고석빈에 대한 질투와 분노, 원망조차도. 이것은 이소룡이라는 한 순수한 청년의 성장기이기도 할 터다.

솔직히 조금 지루한 감이 있었다. 평범한 가운데 비범한 것은 좋은데, 하필 7월 24일 24회 내용 거의 전부가 흔한 한국 멜로드라마의 전형을 답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도미솔의 과거 때문에 괴로워하는 이소룡과 그런 이소룡을 멀리서 지켜만 보고 있는 도미솔. 그림 자체는 무척 예쁜데 보이는 모습으로는 그냥 신파다.

고진국(최재성 분)과 봉선아(김미숙 분) 사이의 멜로 역시 마찬가지다. 어머니가 아닌 장모의 반대이기는 하지만 잘난 남자 집안의 반대와 방해로 인해 고생하는 가난한 연인의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고 있었다. 굳이 아들이 사귀는 여자를 집안에 가정부로 들이려 하는 것도 고전에 속할 것이다. 천하고 비참한 모습을 보임으로써 당사자는 가학적인 만족을, 헤어지게 하려는 아들에게는 그녀의 못난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그것이 도리어 자극이 되어 둘 사이를 진전시킨다는 것도 같다.

방해가 있으면 더 불타오른다. 장애가 있으면 더 절실해진다. 배정자(이휘향 분)에 이은 강정혜(정혜선 분)의 개입으로 오히려 고진국은 봉선아에 대한 자신의 진심을 더욱 확실하게 알게 되고, 더욱 솔직하게 적극적으로 그녀에게 다가가게 된다. 봉선아 역시 불확실한 관계에서 고진국의 진심과 굳은 의지를 알게 되면서 더욱 그에게 이끌리게 된다. 장차 고진국과 강정혜 사이에 적잖이 갈등이 빚어지게 되겠지만 어차피 이 드라마에서 악역은 배정자일 것이므로. 배정자와 고석빈을 위한 파멸의 씨앗은 지금도 열심히 뿌려지고 있는 중이다.

배정자로 인해 지펴진 고석빈의 탐욕과 그로 인한 부정한 계획들, 그리고 만만찮은 이소룡의 존재는 고석빈에 대한 감정에 더해 그를 잡을 덫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미 배정자가 쓰고 있는 돈들과. 부정한 탐욕 위에 쌓인 사치란 결코 그 끝이 좋을 리 없다.

아무튼 예고편을 통해 보듯 이제는 슬슬 벌려놓은 판을 정리할 때니까. 도미솔은 고석빈과 조윤정(전혜빈 분)의 관계를 알게 되었고, 이제는 조윤정이 고석빈과의 관계를 알 차례다. 이제까지 고석빈만이 이소룡에 대한 질투와 증오를 불태웠다면 이소룡 역시 고석빈에게 마찬가지로 질투와 증오를 내보일 차례다. 고석빈과 봉선아의 관계가 깊어질수록 봉영웅의 존재도 드러날 테고. 고석빈은 과연 언제쯤에야 봉영웅의 존재를 알게 될까? 개인적으로 봉영웅은 고석빈이 다시 순수로 돌아오는 열쇠가 되지 않을까 싶은데. 그의 안에는 아직 타락하지 않은 순수가 싸우고 있다.

쉬어가는 회차였다고 생각한다. 안방에서 드라마를 즐기는 일반적인 시청자들도 배려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필자는 그같은 주시청층에서 약간 벗어난 존재일 것이다. 그렇더라도 재미있으리라는 기대가 있으니까. 지금까지의 신뢰가 있다. 지금까지 무척 즐겁게 보아 왔었다.

더욱 파멸로 향해가는 고석빈을 보며. 그것을 알지 못한 채 여전히 탐욕을 부리는 배정자의 무지와. 이소룡과 도미솔도 더 강해지고 더 성장해야 할 터다. 고난은 인간을 단련시킨다. 해피엔딩이 보장된 드라마에서라면 더욱. 드라마를 보는 이유일 터다. 좋다.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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