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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1.07.24 08:23

내사랑 내곁에 "죄가 아니지만 죄가 되어야 하는 이유"

하늘의 그물이 지은 죄로 파멸에 이르는 수렁으로 내몬다.

 
솔직히 조금은 불편했다. 이미 아이가 있는 엄마라고 사랑할 자격이 없는 것일까? 결혼도 하지 않고 아이를 낳았다고, 더구나 미성년자인 채 임신을 했다고 그것이 사랑받을 자격조차 없다 할 정도로 큰 잘못은 아니지 않은가 말이다. 사랑을 했고 아이가 생겼으니 낳았을 뿐인데.

그러나 한 편으로 생각해 보자면 그것이 사랑이니까. 사랑이란 다른 게 아니다. 우주가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는가. 아니면 그를 중심으로 돌아가는가. 내 입장에서는 잘못이 아닐 수 있다. 전혀 죄가 아닐 수 있다. 그런데 상대 입장에서는? 상대 입장에서 느낄 당혹함이나 불쾌감은 어떻게 해야 할까? 과연 아무 잘못도 없다 할 수 있을까?

아이를 낳은 것이 잘못이 아니다. 미성년자로써 임신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것이 잘못이란 것은 아닐 것이다. 그보다 이소룡(이재윤 분)을 사랑함으로써. 그리고 그 사실을 이소룡이 알게 되어 느낄 감정들에 대해서. 아니 이소룡은 괜찮다 하더라도 주위는 어쩔 것인가. 그것이 사실은 미혼모로써 도미솔(이소연 분)이 이 사회에서 짊어지고 가야 할 짐일 테지만 말이다.

점점 알지도 못한 채 수렁으로 빠져드는 배정자(이휘향 분)와 고석빈(온주완 분). 결국 배정자가 빌린 사채가 고석빈으로 하여금 더욱 죄로 빠져들게 만드는 빌미가 된다. 사채를 갚기 위해 부패한 박이사와 손을 잡고, 어떻게든 진성기업을 위해 더 나은 대안을 찾고 고민하던 고석빈의 머리는 어느새 회사일을 이용해 부정한 이익을 얻으려 궁리를 하게 된다. 그래도 순수함이 남아 있던 도미솔을 대하던 그의 눈빛마저도 일방적인 질투와 탐욕, 그리고 증오만이 가득할 뿐이다. 마치 내몰리듯 그렇게 고석빈은 차례로 자신을 버려간다.

그러나 탐욕에 가려진 배정자의 눈은 그런 것을 보지 못한다. 아니 이미 아들 고석빈조차 그녀에게는 보이지 않을 것이다. 단지 자신의 컴플렉스와 탐욕을 대신할 대상으로써만 여겨지고 있을 것이다. 그토록 살갑던 며느리 조윤정(전혜빈 분)마저 자신을 위해 아이를 낳아줄 자궁으로써만 여겨지고 있는 것처럼. 오랜 친구인 봉선아(김미숙 분) 역시 고진국(최재성 분)과 만나고 있음을 알게 되자 오로지 자신의 것이 되어야 할 고진국의 회사와 재산을 노리는 불순한 존재로써 배척하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과연 그런 지금의 그녀에게 고석빈의 타락이나 자신이 뿌린 탐욕의 독이 제대로 보이기나 할까?

역시 예상했던 대로였다. 단지 작가가 필자보다 수가 한 단계 높았다. 바로 돌아오는 것이 아니었다. 배정자의 탐욕이 꾸민 음모와 그로 인해 빌리게 된 부정한 돈이 바로 직접적으로 배정자에게 돌아와 그녀를 파멸케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보다는 그녀의 아들을 타락케했다. 그녀가 원하는 방향으로 아들을 타락케 하고 그 앞에는 더욱 치명적인 위험한 벼랑을 준비하며. 이제 한 걸음만 잘못 내딛게 되면 그는 후회조차 사치스런 최악의 절망을 맞이하게 되리라.

마침내 자신의 질투와 증오를 이기지 못하고 조직폭력배까지 동원해 이소룡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그의 내면이 점차 무너지고 있다는 즐거일 것이다. 어쩌면 자신이 놓아 버렸던 순수에 대한 미련과 집착이 무너지는 그의 내면과 더불어 그와 같은 극단적인 타락으로 나타난 것이다. 확실히 이제까지 고석빈은 비겁하기는 할 지언정 그런 식으로 폭력까지 사주할 타입은 아니었다. 마치 타락의 단계를 보는 것 같달까.

흥미롭다는 것은 결국 배정자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봉선아와 고진국의 관계를 이어주는 것이 배정자가 그토록 저주하며 지우려 했던, 더구나 엄마인 도미솔과 외할머니인 봉선아를 절망으로 내몰며 저버렸던 고석빈의 아들 봉영웅이라는 점일 것이다. 전에도 말한 하늘의 그물은 성긴 듯하나 결코 놓치는 법이 없다고나 할가? 작가의 의도인가는 모르겠지만 하필 배정자를 더욱 궁지로 내모는 것이 그녀가 그토록 도미솔과 봉선아에게 패악을 부렸던 이유인 봉영웅이라는 점이 참 의미심장하다. 인과응보라는 것이겠지?

결국 봉선아와 고진국의 관계가 이어지면 봉선아의 딸인 도미솔과 아들로 되어 있는 봉영웅이 고진국의 합법적인 상속자로 고석빈을 대신할 것이다. 오로지 고진국에게 아이가 없다는 한 가지만 믿고 모든 일을 진행시켜 온 배정자에게 그것은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예고편을 보아 하니 강정혜(정혜선 분)회장을 끌어들이려는 것 같은데. 아마 고석빈이 폭력배를 고용해 이소룡에게 가한 폭력 또한 도리어 고석빈 자신에 대한 이소룡의 분노만을 자극하는 결과로 돌아올 뿐이다. 어쩌면 고전적이지만 그러나 정석적이다. 모두가 바라는 바, 죄는 결코 그 자신을 피해가지 않는다.

갈수록 흥미를 더해가고 있다. 이제 조윤정이 고석빈과 도미솔의 관계를 알게 된다면? 도미솔이 고석빈과 조윤정이 부부인 것을 알고. 무엇보다 봉영웅의 종조부가 되는 고진국이 엄마 봉선아와 사귀고 있는 것을 알게 되면 어떻게 될까? 이소룡이 좋은 놈인 것이야 지금까지 드라마를 보았던 사람들은 안다. 그는 바보다. 너무나 좋은 바보.

바보가 승리하는 드라마. 어쩌면 현실에서는 드물겠기에 더욱 착하고 성실한 바보가 마침내 승리하는 판타지를 바라는 것인지도 모른다. 평범하지만 어쩌면 그래서 사람들이 듣고자 하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드라마일 것이다. 어느새 남자로써 오히려 바깥일보다 집안을을 더 좋아하고 적성에 맞아 하는 이소룡의 아버지 이만수(김명국 분)처럼. 그 역시 바보로 살다가 제대로 바보로 돌아온 케이스다. 부디 행복했으면.

그렇게 인상에 남는 것은 없는데 보고 있으면 많은 것들을 생각케 된다. 진심으로 작가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은 드라마다. 원래 의도가 그것인가? 아니면 넘겨짚는 것인가? 하지만 넘겨짚는 것도 뭔가 근거가 있어야 하므로. 충분히 가치가 있지 않을까? 재미있다. 무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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