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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1.07.24 07:33

TOP밴드 "여기는 꿈을 향한 베이스캠프!"

탈락자가 아닌 단지 남는 사람만이 있을 뿐이다.

 
그동안도 줄곤 TOP밴드를 보면서 반복해 이야기해오던 부분이었다.

"여기에서는 일정이 약간 베이스캠프라 그러나? 텐트를 치고 휴식을 취하면서 누가 등정할 것인가를 뽑는 개념이 되겠죠."
"지금 이 단계에서는 내려가는 것은 아니고 먼저 올라가는 자와 남아있는 자 그 두 가지 개념이 나오더라구요."

참 까마득하기만 한 산이었다. 예전에는 몇몇 사람들이 힘들게 올라가 세상을 굽어보기도 했지만, 이제는 더 가파르고 험해져서 더 이상 오르는 것은 불가능하다 생각했다. 그런데 누군가 배낭을 지고, 텐트를 매고, 자일과 하켄까지 가지고서 함께 오르자 말을 건네 온다. 다만 모두는 오를 수 있다. 선택된 몇몇만이 함께 오를 수 있다.

사실 그렇다고 그것이 그렇게 쉬운 길만은 아니다. 여전히 시청율도 낮고 그다지 기사화도 되지 않는다. 드라마의 격전지에서 그다지 홍보도 없이 방영되는 비주류음악의 경연이란 세상의 무관심 속에 놓여 있다. 그렇더라도 이제까지 돌아보지도 않던 사람들마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어쩌면 유일한 기회일 터이니.

진정 <TOP밴드>라는 프로그램에 밴드음악을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써 감사하는 부분이다.

"밴드음악같은 것 그다지 좋아하지도 않았고 아는 것도 아무것도 없는데 보고 있으니까 좋더라. 자꾸 찾아듣게 되더라."

원래 그렇게 시작하는 것이었다. 어느날 문득 라디오를 듣다 보니 귀에 끌리는 음악이 있었다. 비틀스이고 레드 제플린이고 웸이었고 아하였다. 징기스칸의 "Dschinghis Khan"을 원래 알고서 찾아들었던 것이 아니었다. 이글스의 "Hotel California"나 레드 제플린의 "Stairway To Heaven" 역시 나온지 10년이 훌쩍 넘겨 지나고 난 뒤였음에도 듣는 순간 반하고 말았었다. 장르가 아니었다. 스타일이 아니었다. 음악이었다.

그렇게 좋아한 음악이 어쩌다 보니 록이었던 것이었다. 메탈이었을 것이고, 누군가는 블루스였을 것이며, 어떤 사람은 그것이 재즈였을 것이다. 발라드이거나 유로비트이거나 하우스리듬이거나 힙합이거나. 좋아하는 장르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다. 아니 좋아하는 장르가 아니더라도 좋은 음악이라면 끌리기 마련이다. 단지 그것을 들을 기회가 없을 뿐.

지금까지 밴드음악을 들으려면 굳이 홍대클럽까지 찾아가야 했었다. 물론 그것이 옳다. 하지만 홍대의 클럽문화에대해서조차 잘 모르는 사람이 아직 태반이다. 그나마 홍대까지 나갈 처지나 여유가 되지 못하는 사람들은 어쩌는가. 록패스티벌이라고 모든 밴드를 불러 세우는 것은 아니다. 미디어에 일상의 많은 부분을 의지하는 사람들에게 미디어를 통하지 않은 밴드음악이란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같다. 어지간히 밴드음악을 듣던 사람들에게조차 사실 <TOP밴드>에 출연하는 많은 밴드들이 생소한 이름들이다. 그런데 어느새 사람들이 그들의 이름을 알고 그들의 음악을 찾아듣게 만들었으니.

며칠전인 7월 22일 신대철조의 조별경연을 직접 찾아가 보았었다. 어린 아이들도 있었다. 밴드음악과는 전혀 거리가 멀어 보이는 아저씨 아주머니들도 계셨다. 리카밴드의 보컬이 여러번 분위기를 띄우려 노력해 보았지만 워낙 밴드공연 자체에 익숙지 않은 사람들이라 호응이 거의 없었다. 밴드공연에 익숙지 않은 사람들마저 공연장에 불러들이는 힘. 바로 그것이 공중파의 힘일 것이고 <TOP밴드>의 역할일 것이다. 시청율은 그리 높지 않지만 분명 우리 사회의 대중의 일부를 움직이고 있다. 그런 역할을 하고 있다.

아무튼 어찌되었든간에 서바이벌이고 오디션인 이상 모든 밴드가 최종경연까지 남아 있을 수는 없다. 그동안 1차예선과 2차예선에서 많은 밴드가 떨어졌듯이 16강 토너먼트를 위해서라도 24개팀 가운데 8개팀이 떨어지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그렇다고 그들이 패배자이고 낙오자인가? <TOP밴드>가 만들어지기 전에도 그들은 음악을 해 왔었고, 설사 <TOP밴드>라고 하는 프로그램이 시청율을 이유로 폐지되어 사라진다고 하더라도 그들은 여전히 음악을 하고 있을 것이다. 단지 <TOP밴드>라고 하는 공중파를 통해 보다 많은 대중의 관심을 받으며 자신의 음악과 기량을 선보일 수 있는 기회를 누릴 수 있는 소수만이 선택된다.

예선의 의미이고 조별경연의 의미이며 토너먼트의 의미일 것이다. 패자가 아니다. 낙오자가 아니다. 여전히 음악을 하고 있는 동안에는 그들은 결코 패자도 낙오자도 아닌 것이다. 단지 상대가 먼저 <TOP밴드>라는 산을 오를 수 있는 기회를 거머쥐었다. 보다 오래 보다 더 많은 대중들에 주목받으며 자신을 내보이고 검증받고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그러나 남은 이들 역시 포기하지 않는 한 그 길을 곧 뒤따라 걸어가게 될 것이다. 먼저 간 그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어쩌면 지금 먼저 산을 오르는 그들은 남은 사람들을 위해 먼저 길을 열고 개척하는 선발대의 역할일 것이다.

물론 과연 그 산의 정상에 얼마나 큰 영광이 있을 것인가? 몰른다. 지금까지 수많은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있었다. 그를 통해 재능과 가능성을 인정받은 많은 사람들이 대중에 선보이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많은 사람들 가운데 현재 그들이 바라고 오디션프로그램들이 자신하던 스타의 자리에까지 오른 이들이 몇이나 되던가? 하물며 여전히 밴드음악은 비주류음악이고 <TOP밴드>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그다지 높지 않다. 그래도 이나마 기회니까.

지금 앞서 올라가는 사람들이 더 열심히 한다면. 더 열심히 잘해서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다면. 밴드음악도 좋은 것이다 설득하고 매료시켜 보다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음악을 찾아듣도록 할 수 있다면. 신대철조에서도 최종경연을 보려 찾은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는 게이트플라워즈의 공연을 보려 찾은 것이었지만 그들은 끝내 비스와 리카밴드와 하누비아즈의 음악을 모두 듣고서 돌아가고 있었다. 어쩌면 음악 잘하는 친구들이라 경쟁관계에 있으면서도 스스럼없이 인정하고 애정을 보일 수 있는 이유일 것이다. 그들은 적이 아니다. 동지다.

결국 김도균조에서 조별경연에서 탈락한 BBA와 파티메이커. 하지만 다음 기회를 노리면 된다. <TOP밴드>가 아니더라도 이미 자신의 음악을 대중들에 알렸으니. <TOP밴드>를 통해 그들의 음악을 들은 사람이라면 그들의 이름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 나머지는 그들을 실망시키지 않는 음악과 무대를 선보이는 것. 만일 보다 위로 올라간 팀들이 지금보다 더 분발해서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다면 그들에게도 분명 더 나은 기회가 돌아올 것이다. 합격한 라이밴드와 제이파워밴드는 바로 그를 위해 나머지 팀들을 대신해 싸우러 가는 것이다.

"와, 좋다! 합격이다! 그런데 16강 올라가면 어떻게 하나? 왜냐면 너무 잘하는 팀들이 많구요. 이제 진짜 피터지는 거 아니에요."
"죽기 아니면 살기죠."

물론 자신들을 위한 싸움이기도 하지만 승자의 수준이 패자의 수준을 결정하기도 하는 것이다. 마침내 정상에 오르는 것은 정상공격조일 테지만 그 영광은 베이스캠프에 남은 모두가 나눠갖는 것이다. 말했다. 패자가 아닌 그저 남는 사람들이라고. <TOP밴드> 24강이, 아니 2차예선 참가가 팀의 명예가 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바일 것이다.

아무튼 정말이지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필자가 심사위원이 아니라는 것이. 누군가를 붙이고 떨어뜨리는 심사위원이 아닌 단지 방안에 앉아 TV를 보는 속편한 입장이라는 것이 그렇게 다행스러울 수 없었다. 도대체 누구를 붙이고 누구를 떨구는가?

7월 23일 김도균조의 첫번째 조별경연에서야 그 모습을 처음 본 완전체 파티메이커의 음악은 한 마디로 시원함 그 자체였다. 더위마저 잊었다. 송글송글 맺혔던 땀마저 마치 초음파처럼 하나하나 쏘아 증발시켜 버리는데. 그런가 하면 라이밴드는 땀을 흘리고 있다는 것도 잊은 채 어깨를 들썩이게 만들었다. 땀을 말려버리는 시원함과 땀을 더 흘리게 만드는 시원함. 그리고 제이파워밴드는 그야말로 등줄기가 싸한 전율마저 느끼게 만들었다. 개인적으로 김도균조에서 가장 뛰어나지 않았는가 싶다. 보컬 없이도 연주만으로도 이만한 완성도라면 사람의 마음을 충분히 움직일 수 있다. 아니 보컬이 없기에 완벽할 수 있었던 밴드. BBA는 그런 점에서 얼마나 청아하고 맑은가. 비 갠 맑은 하늘 아래 바람을 맞으며 들으면 좋았을 것을.

하기는 판단하기 난감한 것은 노브레인조도 마찬가지였다. 브로큰 발렌타인이라는 절대강자가 포함되어 있어 결국 남은 세 팀이 나머지 한 자리를 경쟁하지 않을까 했었는데 무대에서의 퍼포먼스라는 면에서, 그리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감성이라는 측면에서 아이씨사이다나 번아웃하우스의 무대 또한 결코 뒤지지 않았다. 아이씨사이다의 퍼포먼스는 정신을 놓게 만들 정도로 에너지가 넘쳤고, 번아웃하우스의 노래는 남궁연이 보컬의 노래를 극찬한 이유를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이런 밴드가 아직 재야에 남아 있었다니. 아무래도 가장 약하지 않나 싶었던 블루오션마저 진정성을 무기로 사람의 마음을 있는대로 잡아흔들고 있었다.

도대체 그 작은 떨림에서조차 체온의 온기가 느껴지는 블루오션의 음악을 들으며 어찌 탈락을 이야기할 수 있단 말인가. 체리필터의 조유진씨가 조를 나눌 때 블루오션의 음악을 들으며 머리를 싸매던 이유를 확실히 납득할 수 있었다. 차마 무어라 말하기조차 죄스러운 그 순수함에 대해서. 오히려 <TOP밴드>보다는 <남자의 자격 - 청춘합창단>에 더 어울리는 진솔한 목소리이고 연주가 아니었을까. <슈퍼스타K>보다는 확실히 <TOP밴드>가 블루오션에는 어울린다. 스타를 목표로 하지 않는 음악 그 자체를 즐길 줄 아는 사람들이 있다.

번아웃하우스에 대해서는 조금은 절망감마저 느꼈다. 이런 밴드는 일찌감치 메이저로 올라갔어야 했다. 충분히 메이저 무대에서 보다 보편적인 대중들에 먹힐 수 있는 음악이고 목소리였다. 우리나라에서도 다른 나라에서와 같이 길거리로부터 메이저무대로 이르는 통로가 남아 있는 채였다면 이런 밴드는 어떤 경로로든 메이저로 데뷔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기는 24강 안에 남은 밴드 가운데 그렇지 않은 밴드가 몇이나 되겠냐만.

저러다 죽는 것 아닌가 싶을 정도로 모든 에너지를 쏟아 놓으며 무대를 즐기던 아이씨사이다의 묵음퍼포먼스는 차라리 전율이기까지 했다. 보는 순간 그대로 쓰러지고 말았다. 특유의 펑키한 발랄함과 유쾌함에 허스키한 목소리 만큼이나 파워를 겸비한 라이밴드의 음악을 그야말로 몸을 들썩이게 만들었고. 파티메이커와 BBA의 경우는 그에 비하면 조금은 심심했을까? 더할 나위 없이 훌륭했지만 굳이 흠을 잡자면 그것이 문제였을 것이다.

결국 16강 토너먼트로 바로 갈 수 있는 것은 상위 두 팀, 나머지 팀들은 패자부활전을 통해 더 작아진 기회를 노리지 않으면 안 된다. 못해서가 아니라 더 잘해서. 올라가지 못한 팀들이 탈락한 것이 아니라 남은 팀들에 더 먼저 기회를 손에 넣었을 뿐이다. 누구 하나 빠지는 팀 없이 훌륭했던 정말이지 최고의 무대였다.

그리고 또 하나 감탄한 것이 배낭과 텐트로써 굳이 승자와 패자로써 나누지 않았던 김도균조도 그랬지만, 오히려 16강 토너먼트로 직행한 팀들에 대해서는 영상을 통해 소식을 전하면서도 그에 실패한 팀들에 대해서는 직접 찾아가 어렵게 말을 건네는 노브레인의 모습이었다. 오히려 블루오션의 아버님께서 노브레인을 위로하고 있었다. 그동안도 줄곧 지켜봐왔던 합격하지 못한 팀들에 대해서조차도 다정했던 제작진의 시선이 드러나는 장면이었다.

대기실에서 서로의 음악을 진심으로 즐기며 - 새로운 이야기도 아니다. 2차예선에서도 대기실에서 참가자들은 다른 팀의 음악에 몸을 맡기며 순수하고 감탄하고 칭찬해주고 있었다. 공연을 마치고 들어오면 함께 기뻐해주고 함께 애석해하고. 음악을 나누는 동지라는 것일 게다. 어쩌면 피를 나눈 것보다 더한 친구들.

너무나 고급스런 무대였다. 차라리 구경꾼이어서 편하다. 평가할 주제도 되지 못하기에. 그들의 열정이 넘치는 순수한 감성의 음악이 귀를 가득 채웠다. 가슴을 채우고 영혼을 채웠다. 더위마저 잊었다. 웃으며. 감동하며. 이것이 음악이로구나. 음악의 위대함을 깨달으며.

김도균 코치의 차라면 아마 <MBC스페셜 - 나는 록의 전설이다>에 출연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벌써 17년째 타고 다니는 구형소형차. 그리고 록커의 가죽바지. 코치로써 아주 세밀한 부분들에 대해서까지 파악하고 지적하는 부분은 어째서 이 사람이 전설인가. 최고의 기타리스트로서 알고 있던 필자로서도 다시 한 번 감탄하게 되는 부분이었다.

김도균과 노브레인. 게스트로 출연한 밴드 타카피와 트랜스픽션의 무대도 좋았다. 노브레인조의 오프닝은 노브레인이 직접 담당했다. 한 여름의 즐거운 축제였을 것이다. TV안으로 뛰어들고 싶을 정도의. 더 큰 축제로 키워가기를. 간절히 기원하는 바다. 부디. 행복했다. 최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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