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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4.05.27 09:26

[김윤석의 드라마톡] 빅맨 9회 "복수가 아닌 지키기 위한 싸움, 김지혁 목숨을 걸다"

소미라의 진심과 강진아의 진심, 그녀들의 선택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그야말로 맨몸뚱이 하나다. 가진 것도 없고, 따라서 걸 수 있는 것도 없다. 그나마 지킬 것은 없다. 엄마 송달숙(송옥숙 분)을 지켜야 한다. 시장사람들을 지켜야 한다. 그렇다면 다른 방법은 없지 않은가. 단 하나 가진 것, 자기 몸을 내놓는 수밖에. 죽인다는 협박도 전혀 두렵지 않다.

돈을 나뭐먹자고? 그래서 지킬 것이 있는 사람이 좋다. 구덕규(권해효 분)가 주저없이 사표를 쓸 수 있었던 이유이고, 그러면서도 김지혁(강지환 분)을 위해 위험한 것을 알면서도 큰손 조화수(장항선 분)를 찾아간 이유였다. 간절함이 없었고 간절함이 생겨났다. 강동석(최다니엘 분)이 사장으로 있는 현성유통에는 더 이상 다니고 싶은 마음이 없지만, 그러나 자신에게 간절히 부탁해오는 김지혁을 위해서는 무어라도 궁리를 해야 했다.

고작 돈 얼마 가져가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어머니를 위하고, 시장사람들을 위하고, 벌써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박씨아저씨에게 죄값을 치르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현성유통을 되찾아와야 한다. 자기 몸도 내걸었는데 그깟 푼돈쯤이야. 그를 움직이는 것은 그런 얼마간의 돈이 아니라 현성유통이고, 자기의 사람들을 지켜야 한다는 간절함이다.

▲ KBS 제공
증오가 아닌 분노라는 사실이 마음에 든다. 증오란 끝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마저 잡아먹고 마는 것이다. 분노는 대상을 한정한다. 부모라 여겼던 강성욱(엄효섭 분)과 최윤정(차화연 분)이 자신을 속였다. 동생이라 여기고 죄까지 대신 뒤집어쓰려 했는데 강동석은 자신을 죽이려 하고 있었다. 그리고 시장사람들까지 궁지로 내몰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자신에게 진심을 내보이는 강진아(정소민 분)까지 미워할 것은 없지 않은가. 아무리 화가 난다고 야구방망이를 들고 쳐들어가는 것은 무모하고 어리석은 짓이다. 지켜야 할 사람들이 있기에 분노마저 잠시 뒤로 미룬다.

영리하다기보다는 절박한 것이다. 어느새 김지혁의 얼굴에서도 나이가 느껴진다. 오히려 젊었다. 오히려 어리게 보였다. 그러나 상처투성이가 되어 다시 나타났던 김지혁은 많이 초췌해져 있었다. 가족을 지켜야 한다는 절박함이 분노마저 잊게 만든다. 원망마저 잠시 뒤로 물리게 만든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지 않은가. 자기를 위해 평생을 모아온 모든 것을 내놓은 어머니가 있다. 지금도 자신을 곁에서 지키며 보살펴주는 동생 양대섭(장태성 분)이 있다.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살고, 사랑해주는 사람으로 인해 산다. 아마 강진아도 그것을 알았을 것이다.

부모로부터 인정받고 싶다. 강동석의 과장된 말과 행동에는 어쩌면 그같은 강박마저도 엿보인다. 끊임없이 소미라(이다희 분) 앞에서 자신을 과시하려 한다. 자신의 신분을 드러내고, 자신의 권위를 강요하고, 자신의 의지를 강제한다. 하지만 결국 강동석이란 강성욱에게 단지 걱정스럽고 마음쓰이는 자식일 뿐이었다. 그것이 그를 미치게 만드는 것인지 모른다. 사랑을 쫓는다. 자신이 사랑하는, 자신을 사랑해주는 한 사람을 위해 많은 것을 희생하려 한다. 그러나 정작 그가 가질 수 있는 것은 얼마 없다. 드라마의 또 하나 비극이다. 모든 것을 가졌지만 아무것도 가질 수 없는 강동석과 아무것도 가지지 못했지만 모든 것을 가지게 되는 김지혁의 우화다.

강지환의 연기에서 과장된 어색함이 사라졌다. 원래 그런 배우가 아님을 알았다. 들떠있었다. 다시 자신을 위해 모든 것을 내놓은 송달숙을 찾아갔을 때도 그는 들뜬 모습을 보였었다. 어색한 상황에서는 어색한 연기가 어울린다. 자기 자리를 되찾는다. 그는 양아치였으며 이제는 현성유통을 가지려는 사람이다. 한때 가졌었던 사람이다. 그에 어울리는 모습을 찾아간다.

두 여성의 진심이 엇갈린다. 자신의 사랑에 모든 것을 걸 수 있었던 강진아와 그러나 주저하고 마는 소미라. 걱정없이 오로지 앞만 보며 달릴 수 있는 강진아와 너무나 많은 것들을 생각해야 하는 소미라. 차라리 강진아에게 권한다. 이대로 김지혁과 함께 떠나라고. 강동석이 김지혁을 죽이려 한 것을 알면서도 분노하기보다 차라리 도망칠 것을 권한다. 강동석과 김지혁처럼 그들 역시 사는 세계가 너무 다르다. 도상호(한상진 분)의 눈빛이 걸린다. 도상호가 처음으로 약해지는 순간이다.

조학수의 인정을 받은 김지혁이 강동석과의 현성유통 인수를 위한 협상자리에 참석한다. 형제에서 이제는 적과 적으로 만난다. 강동석의 옆에는 소미라가 앉아 있다. 싸움이 시작된다. 복수가 아닌 싸움이다. 원수를 쓰러뜨리기 위해서가 아닌 내 사람을 지키기 위한 싸움이다. 첨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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