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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의 남자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그네들의 비정한 운명"
기성세대의 탐욕이 젊은 그들의 순수를 집어삼킨다!
2011년 07월 22일 (금) 07:2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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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석 기자 azzasi@stardailynews.co.kr

   
 
다른 것 다 그만두고라도 함께 말을 타고 달리는 모습이 너무나 예쁘다. 처음 말을 타는 세령(문채원 분)의 설레임과 그것을 지켜보는 김승유(박시후 분)의 흐뭇함, 그러나 처음 타는 말이 세령은 두렵기만 하고 김승유는 그것을 지켜보기 답답하다. 김승유가 말 위에 올라 뒤에서 고삐를 잡으니 그제서야 눈을 뜨고 바라보는 세상이 세령에게는 새롭기만 하다.

역시 시대물이기에 가능한 낭만일 것이다. 오토바이나 자동차의 신경질적인 엔진소리와는 다른 둔탁함. 급하지도 빠르지도 않으면서도 흩날리는 말갈기는 바람을 느끼게 한다. 발굽소리에 맞춰 기수의 몸이 따라서 움직이며 빠르게 지나는 풍경은 전혀 다르지 않은 질주감을 선사한다. 현대물에서조차 로맨틱한 장면에서는 오토바이나 자동차와 같은 문명의 이기보다는 원시적인 말을 선호하는 것이 그래서일 것이다. 원초적인 감성을 자극하는 것이 있다.

넓게 트인 벌판과 빽빽한 나무숲 사이로 난 숲길, 겁먹어 감은 눈을 조심스럽게 뜨며 어느새 환하게 밝아지는 세령의 모습은 사랑스럽기만 하다. 그런 세령을 지켜보는 김승유의 눈빛ㅇ느 지켜야 할 것이 있는 사내의 그것이다. 한 쌍의 멋진 바퀴벌레 아니던가. 그리고 이어진 수양대군(김영철 분)이 보낸 암살자들과의 추격장면. 장면의 전환이 급하다.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이다. 이전의 사극과는 달리 드라마는 애써 수양대군을 미화하려 들지 않는다. 심지어 문종(정동환 분)에 대해서도 그다지 호의적으로 대하지 않는다. 수양대군은 단지 자신이 갖지 못한 왕위를 차지할 욕심에 사로잡혀 있을 뿐이고, 문종은 왕으로써 그리고 아버지로써 그런 수양대군으로 아들 단종과 왕위를 지키고자 태연히 딸인 경혜공주(홍수현 분)을 도구로 이용하려 한다. 그나마 긍정적이라 한다면 김승유의 아버지 김종서 정도일까?

청춘드라마의 가장 흔한 코드일 것이다. 60년대 학생운동의 구호이기도 했다. 모든 것은 기성세대가 망처벼렸다. 기성세대의 탐욕이 젊은 세대마저 그들의 희생양으로 만들어 버렸다. 어질고 현명한 임금으로 이름높았던 문종조차 거기에서는 예외일 수 없다. 비록 왕실을 위하고 자식을 위한 일이겠지만 그러나 문종에게도 딸 경혜공주의 삶이란 단지 수단에 불과했다. 필연적으로 수양대군의 딸 세령 역시 같은 처지에 놓이게 될 것이다.

아니다. 아버지 신숙주(이효정 분)과 더불어 수양대군의 야심에 한 손을 더하며 절친인 정종(이민우 분)과 김승유를 죽음으로 몰아넣는 신면(송종호 분)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단지 아내를 사랑했을 뿐인 정종은 처남인 단종을 지키려다 처참하게 목숨을 잃게 될 것이며, 김승유는 아버지와 형제들, 그리고 친구를 잃은 채 절망에 빠지게 될 것이다. 숙부에 의해 죽임을 당하게 되는 단종과 같은 숙부에 의해 남편마저 잃고 노비로 전락하게 되는 경혜공주. 과연 그러한 비정한 운명에 그들의 의지란 얼마나 포함되어 있을까.

서사멜로에 있어 가장 보편적인 주제이기도 할 것이다. 지난번에도 말한 역사의 거센 격랑 속에 휩쓸릴 수밖에 없는 나약한 개인들. 아마도 역사의 격랑을 일으키는 것은 첨예한 이해를 갖고 힘을 갖는 기성세대일 것이고, 그 안에서 몸부림치며 살아가고자 애쓰는 이들은 아직은 나약한 젊은이들일 것이다. 어느새 기성세대의 탐욕에 휩쓸리며 자기를 잃어가고, 그리고 그 탐욕으로 인해 자신의 삶을 파괴당하고. 그러나 그럼에도 그들은 지금을 살아간다. 그 끝이 절망이 되었든 희망이 되었든.

그런 점에서 백성의 삶을 피폐케하는 왈패들을 잡아들이려는 강직한 신면과 그러한 왈패를 수하로 부리며 탐욕을 부리는 수양대군의 만남은 얼마나 상징적인가. 수양대군의 탐욕은 신면의 젊음과 강직함마저 탐내며 마침내 신면을 더럽히게 된다. 그런 한 편으로 야심에 방해되는 김승유를 제거하고자 모의하는 모습은 어떻게 기성세대의 탐욕이 젊은 그네들의 순수와 삶을 파괴하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하겠다. 더구나 이제 김승유의 입장에서 수양대군의 어두운 부분을 낱낱이 파헤치게 될 터이니. 그러면서도 역사란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다. 그것이 또 드라마일 터다.

수양대군의 음험한 야심과 그에 맞서려는 문종과 김종서의 비장함, 그러나 그런 어른들의 사정에 휩쓸리면서도 김승유와 세령, 경혜공주는 그들 나름대로 자신의 젊음을 영위한다. 신분을 감춘 채 김승유와 만나 호감을 갖게 되는 왈가닥 세령과 그런 세령에게 그 신분에 대해 단단히 오해한 채 역시 호감을 가지게 되는 한량 김승유, 그리고 그 김승유를 몰래 훔쳐보고는 아련한 마음을 가지게 된 경혜공주, 그리고 김승유를 마음에 두게 된 경혜공주의 세령에 대한 질투. 종학에서 수업을 하며 김승유와 세령이 나누는 대화는 딱 오해하기 좋지 않은가?

함께 풀밭을 뒹굴고, 기방까지 데려갔으며, 발목도 보여주고 보는 앞에서 잠까지 잤다. 노리개까지 김승유의 손에 들어갔으니 더 이상 말할 것이 없을 것이다. 그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주고받는 김승유와 세령, 그리고 그 말을 듣고 단단히 오해하고 마는 경혜공주. 서로의 엇갈리는 감정은 또다른 갈등을 야기한다. 다만 그 갈등과 맞물려 수양대군과 문종이라는 어른들의 사정이 개입되고 마는 것이 어떤 암울한 예감을 더한다. 결코 아름답게 끝나지는 않을 것이다. 어쩌면 그런 대비가 더욱 그네들의 이야기를 간절하게 만드는 것인지도 모른다.

배우들의 사극에 어울리지 않는 말투나 연기에 크게 구애될 필요는 없다. 어차피 조선시대 저자에서 남녀가 만나 심지어 함께 말까지 타고 하는 자체가 불가능한 설정이다. 비록 조선시대라고 남녀 사이에 정분이 나고 하는 일이 아주 없지는 않았다고 하더라도 세령과 김승유의 만남은 확실히 현대적 감성의 투사다. 시대는 조선시대지만 바로 지금의 감성으로 이루어지는 이야기인 것이다. 사극이라는 틀에 굳이 얽매일 필요는 없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베테랑 연기자들의 정통사극을 추구하는 경륜있는 연기로 채워지고 있으니 말이다. 다만 그러한 고전적 사극의 세계에서 현대적 젊은이들이 어떤 삶을 살아가는가 지켜보면 족하지 않을까?

액션이 오히려 <무사 백동수>보다도 나은 듯하다. 과장되지 않으면서도 절제되었고 긴박감이 있다. 간결한 동선과 빠른 마무리, 더구나 상황연출이 상당히 탁월해서 실제 격투를 보는 것 같은 느낌마저 준다. 앞으로 김승유가 수양대군에게 복수하려 할 때 지금과 같은 액션연출은 상당한 장점이 될 수 있으리라. 벌써부터 기대하게 되는 부분일 것이다.

색색의 화려한 의상과 다채로운 장신구들, 무엇보다 시대에 짓눌리지 않으려는 젊은 배우들의 당당한 매력이. 그리고 그것을 받치고 있는 것은 연륜있는 연기자들이 보여주는 시대의 모습일 것이다. 시대는 그들을 지탱하며 또한 지배한다. 슬프기에 아름다운 것이며. 잔혹하기에 더욱 아름다운 것이다. 비극을. 그러나 슬픔보다 더한 아름다움을.

아직까지는 순항중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문채원은 참으로 아름다운 배우다. 박시후는 준수하며 멋지다. 홍수현은 능청스러우면서 야무지다. 그러면서도 김영철과 이순재, 정동환이라는 베테랑들의 연기는 확실한 중심을 잡아준다. 발상도 신선하고 대본도 탄탄하며 연출은 TV드라마란 눈으로 보는 것임을 일깨운다. 한 마디로 보는 즐거움이 있다. 재미가 있다.

앞으로를 기대해 본다. 보다 본격화될 이야기를. 수양대군의 야심이 보다 첨예하게 드러나고, 그에 김승유와 세령을 비롯한 젊은이들이 휘말리게 되는 모습을. 비장함과 비정함과 잔인함과 한 편으로 가련하고 안타까운 그런 모습들을. 예고편만으로도 충분히 흥분하고 있다. 오히려 간만의 명품사극을 예감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대로만 이어질 수 있다면. 좋은 드라마일 것이다. 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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