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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티헌터 "통쾌하지만 주객이 전도된 것 같다."
드라마에서 드라마가 사라지고 있다.
2011년 07월 21일 (목) 08: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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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석 기자 azzasi@stardailynews.co.kr

   
 
참 여러가지로 많이도 건드린다. 이러다가 <시티헌터>의 리뷰를 쓴다는 것이 드라마 리뷰가 아닌 정치사회에 대한 칼럼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한 번 이미 선을 넘었었다.

재벌의 순환출자에, 더구나 의료보험 민영화까지. 그런데 사실 순환출자에 대해서는 이미 많이 나아진 편이다. 워낙 IMF의 충격이 컸던 탓이다. 당시까지만 해도 드라마에서와 같이 대출을 받아 기업을 인수하고 사업을 확장하며 규모를 키우는데 열중이던 기업들이 적지 않았다. 물론 IMF를 맞아 모두 빚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망하고 말았다. 그래서 그때의 교훈으로 이후 국내의 기들의 현금유보율은 2010년 현재 1200%를 넘어가고 있다. 현금유보율이란 자본금대비 잉여현금의 비율을 말하는 것이니 자본금의 12배에 달하는 현금을 쌓아두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오히려 최근의 문제는 과도한 빚보다는 과도한 현금유보율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한 마디로 돈을 쓰지 않는 것이다. 기업이 돈 쓸 일이 무엇이 있을까? 지난 정부부터 꾸준히 제기되어 왔던 더 이상의 투자를 않는다. 기술개발과 설비투자에 더 이상 돈을 쓰지 않으며 경영권 방어등을 위해 돈을 쌓아만 둔다. 과거와 달리 재벌기업이 거두는 막대한 이익이 정작 한국의 경제에서 선순환되지 않는 이유일 것이다. 모아두기만 하지 쓰지는 않으니. 투자를 해야 고용도 발생하고 그들이 쓰는 돈으로 시장도 돌아갈 텐데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더구나 그렇게 쌓아 둔 현금 가운데 상당수는 어디로 가느냐면 주주배당금으로 간다. 사주일가부터 대주주이기도 하거니와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현재의 현재의 경영체제에 대한 동의와 지지를 끌어내려면 충분한 이익을 안겨주는 수밖에 없다. 노동자 임금 얼마 올리는 것은 그렇게 아까워하면서도 그래서 주주들에 돌아가는 배당금은 전혀 아까워하지 않는 것이다. 노동자를 위한 안전시설에 투자하기보다 주주들의 배당금을 높여 그들의 지지를 끌어낸다. 물론 그 과정에서 주주인 사주일가는 막대한 이익을 챙길 수 있다.

이제는 그런 식으로 순환출자를 해도 무리해서 빚을 내서 사업확장을 하는 경우는 드물다는 것이다. 그랬다가는 가장 먼저 국내의 주식시장을 쥐고 있는 외국인투자자들이 가만히 있지 않는다. 물론 그에 대한 대비도 되어 있겠지만 그렇기 때문에라도 항상 현금유보는 필수다. 고작 30억 없어서 회사 망하네 마네. 97년 이전이라면 의미가 있겠자. 조금 당황스러웠던 부분이다. 요즘 재벌은 그런 식으로 운영 않을 텐데.

그에 비하면 의료보험 민영화에 대해서는 표면적이지만 중요한 부분을 제대로 캐치하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왜 젊은 세대가 뼈빠지게 벌어 노인들 병원비나 대 주고 있어야 하는가?"

실제 현실적으로 통하는 논리이기도 하다. 내 보험비는 내가 낸다. 왜 내가 낸 보험비로 다른 사람들까지 혜택을 보는가? 극단적인 이기주의는 사회적 연대를 파괴한다.

사회보험이란 세금이 아닌 보험의 형태로 운영되는 보편적 복지를 실현하기 위한 정책적 수단 가운데 하나다. 세금이란 어떤 다른 형태로도 유용될 수 있기 때문에 오로지 한 가지 정책을 위한 재원과 운용의 필요에서 사회보험이란 만들어지는 것이다. 즉 사보험이란 보험에 가입한 개인을 대상으로 하지만 사회보험은 사회 전체를 그 대상으로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회보험은 강제적이다. 사회단위로써 인식하기에. 그런데 그 사회적 전제를 부정한다면?

물론 의료보험 민영화란 그다지 가능성 높은 정책이 아니다. 드라마에서도 나오듯 바로 그것은 일반 시민들의 일상과도 이어지게 된다. 당장에 높은 의료보험비를 지불하던 사람들이 떨어져 나가면 그로 인한 부담은 온전히 남은 가입자들의 것이 될 텐데. 더구나 당연지정제가 폐지되면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마저 사보험의 유무에 따라 제한될 수 있다. 표가 중요한 정치인에게 있어 그것이 그리 쉬운 결단일까? 다만 그럼에도 경각심은 일깨워줄 수 있겠다.

결국은 그것이 자본의 이익을 위한 것임을. 시민 개개인이 아닌 사보험 사업자와 민간병원 등의 이익주체들의 이익을 위한 것이다. 미국에서도 그렇게 소수 자본의 이익을 위해 민영화가 이루어졌고 결국 미국에서 한국으로 보다 값싼 의료서비스를 받기 위해 찾는 경우마저 발생하게 되었다. 세계최강대국 미국에서 평생 단 한 번도 병원진료를 받아보지 못한 국민이 있다는 아이러니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천재만이라는 인물을 통해서.

다만 그래서 문제라면 워낙에 사회비판에 너무 많은 분량을 할애하다 보니 드라마로써 평가할만한 부분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대통령 최응찬(천호진 분)과 이경희(김미숙 분)과 얽힌 이윤성(이민호 분)의 출생의 비밀 정도가 거의 전부일 정도다. 그나마 최응찬이 직접 이경희를 위협하거나 한 것은 아니었고 천재만이 최응찬을 위해 이경희를 위협했고 자살을 시도하던 이경희를 박무열이 구하게 되었다. 자기의 아이가 아니더라도 자기 아이처럼 훌륭히 키우겠다. 그조차도 이진표(김상중 분)의 독백으로 처리되고 마는 것은 너무 심심하지 않을까.

직접 이윤성이 뛰어다니며 알아낸 것이 아니다. 아니 이윤성과 전혀 상관없이 각자 다른 주체들에 의해 그런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 차라리 이윤성이 하나하나 밝혀가며 마지막에 최응찬과 마주했을 때 그 부분을 터뜨렸다면 어땠을까? 이제 천재만 다음은 최응찬인데 김이 빠져버린 느낌일까? 하긴 그나마 남은 분량도 얼마 없다.

서로 좋아하기에 가까이 할 수 있는 이윤성과 김나나(박민영 분)의 관계 역시 애매하기는 마찬가지다. 한 치의 진도도 나가지 못한 채 그저 서로의 얼굴만 바라보며 그리워하고 아쉬워하고. 뭔가 간절하고 안타깝기는 한데 그냥 마냥 바라보며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한다. 차라리 초반의 무모할 정도로 적극적인 김나나가 그리운 것은 무슨 까닭일까? 서로의 감정을 감춘 채 티격태격하던 모습이 그리워지기도 한다. 우울해지기에는 너무 더운 날씨다.

그나마 흥미로운 부분이라면 오로지 이윤성바라기이던 대통령의 딸 최다혜(구하라 분)가 김영주(이준혁 분)에게로 관심을 돌리게 되었다는 것. 이역시 아쉬운 부분인데. 어차피 최다혜와 이윤성이 이복남매라면 그같은 반전은 조금 미뤄두었어도 재미있지 않았을까? 너무 뻔하기는 하지만 출생과 관련한 큰 비밀과 같은 것은 보다 크게 중요한 때 터뜨려주는 것이 좋다. 영영 김영주에게로 돌아서 버린 것일까? 그러면 또 이것은 어떤 역할을 할까? 장차 김영주가 수사함에 있어서.

검찰 내에 해원과 천재만에 대해 수사를 하는 것만으로도 긴장하게 만드는 인맥이 존재한다는 것도 역시 통쾌한 부분일 것이다. 그렇게 정의를 추구하는 것 같던 김영주의 직속상사마저 해원과 천재만에 대해서는 관용이 없다. 절대 수사해서는 안 되는 언터쳐블. 무언가 떠오르는 사건이 있지 않은가? 확실히 초반 검찰의 이미지와 지금의 이미지가 많이 다르다. 의도한 것일까?

결국 이진표의 위기를 눈치챈 이윤성의 다급함이 청와대 직원들 앞에서 자신의 실력을 보이게 만들고, 그럼에도 여전히 이진표와 더불어 천재만이 보낸 하수인들에 의해 위기에 빠진 이윤성. 여기에서 어쩐지 김나나가 개입할 것 같다는 것은 괜한 망상이기는 할 것이다. 좋기는 하겠지만. 과연 어느새 실체를 드러내기 시작한 이윤성에 대한 청와대 직원들의 반응은 어떨 것인가. 역시 끝이 가까웠으니 정체를 드러낼 때도 되기는 했다.

많이 아쉽다. 진세희의 비중도 처음만 못하고, 배식중은 아예 분량 자체가 사라진 듯하다. 아니 정작 주인공인 이윤성과 김나나의 분량조차 사실상 기억에 거의 없다. 무언가 쫓기는 듯한. 내몰리는 듯한. 뭐든 지나치면 모자르니만 못하다는 뜻일 게다. 재미를 추구하는 드라마로써 어쩌면 가장 중요한 무언가를 잃고 있는 것이 아닌가. 마치 주와 객이 바뀐 듯한 모습이다. 통쾌하기는 한데 과연 이것이 원래 이런 드라마였는가. 마치 방향을 잃은 것처럼. 드라마가 사라지려 하고 있다.

조금 더 세련된 마무리가 필요하지 않을까. 면밀한 준비도 필수일 것이다. 급조한 듯한 허술함이 자꾸 걸린다. 무리하느라 너무 많은 것을 놓치고 가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보면서 시원한 것은 그러한 주제의식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모순일 것이다. 재미와 통쾌함. 통쾌함 역시 재미일 테지만 너무 서툴고 거칠다. 조금 더 세심한 노력이 필요하다. 얼마 남지는 않았어도.

조금 더 준비를 갖추고 진행했다면. 조금 더 마무리에 신경쓰면서. 드라마에 대해서도 신경쓰면서. 아쉬움이 많이 남을 것 같다. 위태위태한 상황이다. 시원하기는 하지만 그 뿐. 아까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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