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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임동현 기자
  • 영화
  • 입력 2014.05.14 19:41

[리뷰] '인간중독', '19금'만으로 이 영화를 단정짓는 건 큰 실수다

'군'이라는 세계에서 인간을 그리워하는 두 남녀의 이야기, 부인들의 기싸움 주목할 것

[스타데일리뉴스=임동현 기자] 영화 '인간중독'은 '19금'을 강조한다. '음란서생'과 '방자전'을 연출한 김대우 감독의 작품이라는 것, 송승헌과 신예 임지연이 19금 연기를 펼친다는 것, 현재 홍보는 이 부분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하지만 이 영화를 단순한 '19금 영화'라고 생각하고 보는 순간 당신은 이 영화의 장점을 모두 놓칠 가능성이 커진다. 왜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불륜'이라는 것에 빠지게 될까? 사람들에게 비난받고 심지어 모든 것을 잃을 위험에 빠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그 사랑을 멈출 수 없는 것일까? 이 영화는 제목을 통해 정체를 밝힌다. 이 영화는 '인간에 중독된' 사람의 이야기라고.

▲ 영화 '인간중독' 포스터(NEW 제공)

'인간중독'의 배경은 1969년의 군 관사다. 1969년은 월남전이 한창 진행 중인 해이며 아폴로 우주선이 최초로 달 착륙에 성공한 해이기도 하다. '인간중독'은 달 착륙 장면과 군 관사에 대한 김대우 감독의 추억에서 출발한다.

당시 김대우 감독의 아버지는 군인이었고 그는 가족과 함께 관사에서 살았다. 젊은 시절의 부모님이 손을 잡고 관사 주변을 거닐던 그 아름다운 모습을 기억하고 있던 김대우 감독은 군 관사를 정말 아름다운 배경으로 깔아놓았다. 거기에 아폴로 우주선의 달 착륙이라는 자신의 추억을 덤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이 아름다운 이야기가 어그러지는 이유는 이곳이 바로 '군'이 지배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관사는 곧 군인이 사는 '작은 세계'였고 이 곳에는 군인은 물론 자신의 남편을 출세시키려는 부인들의 치열한 눈치 작전이 펼쳐지는 곳이다.

▲ 김진평(송승헌 분)과 종가흔(임지연 분)이 조금씩 사랑을 느끼는 순간(NEW 제공)

송승헌이 맡은 '김진평 대령'은 겉으로는 승승장구하는 군인이지만 어떻게 보면 그의 힘만으로 성공한 것이 아니었다. 도리어 지금의 그는 군인 집안의 사위이며 아내인 이숙진(조여정 분)의 극성스런 '남편 띄우기'에 의해 만들어진 인물에 불과했었다.

그의 낙은 종종 뮤직홀에 가서 부하였던 임사장(유해진 분)과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하는 것이지만 그것도 부하와 상사의 관계이지 인간의 관계는 아니었다. 그가 가흔을 만나 임사장에게 춤을 배우기 시작할 때 그는 비로소 인간의 삶을 느끼기 시작한다.

임지연이 맡은 '종가흔'은 어떤가. 화교인 그는 경우진(온주완 분)과 원치않는 결혼을 했다. 기세등등한 군인 아내들의 틈새에서 숨죽이며 살아야하고 남편인 우진은 출세를 위해 진평에게 계속 아부를 하는 상황이다. 남편이 싫어함에도 불구하고 집 앞에 새장을 놓고 새를 바라보는 것이 가흔의 유일한 낙이었다.

이런 두 사람이 만나 처음으로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마침내 서로에게 빠져드는 과정은 단순한 '불륜'이 아닌 '해방'의 모습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계급이 지배하는 작은 세계에서 벗어나 사람으로, 연인으로 만나고 싶어하는 그들이 보여주는 '19금'의 사랑. 그것이 바로 '인간중독'이 추구하는 멜로였던 것이다.

이 영화는 두 가지 축을 봐야한다. 하나는 역시 김진평과 종가흔의 사랑이고 또 하나는 이숙진과 최중령 부인(전혜진 분)의 기싸움이다. '나이팅게일회'라는 이름으로 허세를 부리는 군인 부인들은 겉으로는 화목한 것처럼 보이지만 서로 자신의 남편을 출세시키려는 야심에 차 있고 그 속에서 계급이 제일 높은 진평의 부인 숙진이 사실상 리더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 김진평의 부인 역을 맡은 조여정은 이 영화의 발견이다(NEW 제공)

이들의 기싸움의 절정은 '김치'를 놓고 벌이는 두 사람의 팽팽한 대화다. 여기에 계급으로 모든 것을 규정하는 군 사회의 모습이 드러나있다. 덧붙여 조여정과 전혜진은 '속물스런' 군인 부인의 캐릭터를 능글맞게 잘 소화해내며 새로운 변신을 보여준다. 이 두 배우를 주목한다면 '인간중독'이 추구하는 의도를 잘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이렇게 숨막히는 군의 세계와 인간의 사랑을 느끼고 싶어하는 두 사람의 이야기는 "너희들은 목숨 걸고 한 사람을 사랑할 수 있어?"라는 최중령 부인의 대사로 모든 것이 종결된다.

단순히 '19금', '불륜'으로 치부될 수 있는 것들이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는 상황, 심지어 목숨조차 잃을 수 있는 상황에서 놓치고 싶지 않은 사랑이었던 이유. 그 이유를 설명해주는 영화가 '인간중독'이다.

▲ '인간중독'은 두 사람이 왜 격렬한 사랑에 빠지게 되는가를 설득력있게 보여준다(NEW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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