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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4.05.14 08:44

[김윤석의 드라마톡] 빅맨 6회 "의외의 미숙함과 엇나간 절실함, 강동석의 이유"

한 번의 승리와 한 번의 위기, 두 개의 다른 세계 위에서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이건 또 새롭다. 단순한 가진 자의 오만이 아니었다. 절박함이었다. 언제 다시 심장이 멈춰버릴지 모른다는 공포였다. 나름대로 필사적이다. 단지 필사적이라는 말의 의미를 아직 잘 알지 못한다. 그러기에는 이미 그가 가진 것이 너무 많다. 단 한 번도 부족함이라는 것을 느껴보지 못했다. 강동석(최다니엘 분)의 비극일 것이다. 정작 자신의 진심을 전하는 방법조차 그는 아직 알지 못한다. 그의 진심은 그렇게 엇나가기만 한다.

최소한 지금까지 보여진 내용대로라면 강동석의 소미라(이다희 분)에 대한 마음은 진심이었을 것이다. 하기는 강동석 쯤 되는 인간이 진심이 아니었다면 고작 자신의 집안에 고용되어 일하는 월급쟁이 여사원에게 프로포즈까지 하려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아직 집에 사실을 알리지조차 않고 있었다. 사실을 전했을 때 어떤 반응이 돌아올 것인가는 굳이 말로 설명할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현성그룹 후계자의 배우자라는 매우 요긴한 거래수단을 그렇게 별 의미없이 소모해버리고 만다. 그만한 가치가 있다.

▲ KBS 제공

다만 자신이 없다. 강동석 자신도 스스로 말하고 있었다. 당장 심장이 멈춰버릴지 모른다. 오늘밤 이대로 잠이 들면 그대로 영영 깨어나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 누군가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내일이라는 단어가 자신에게는 차마 닿지 못할 꿈결처럼 허무하게 들려온다. 기다릴 수 있을까? 소미라의 말처럼 그녀의 마음이 정리될 때까지 자신은 과연 기다려 줄 수 있을까? 혹시라도 늦지는 않을까? 마치 다음이란 존재하지 않는 사람처럼 강동석은 다른 재벌가 2세들과의 도박에서 한 번에 막대한 돈을 배팅하고 만다. 이 한 번으로 끝장을 보고야 말겠다.

말 그대로 올인이다. 한 번에 다 쏟아부은 것이다. 소미라가 아직 알지 못하던 소미라 아버지의 부정한 과거를 낱낱이 까발린다. 소미라의 아버지가 과거 막대한 회사돈을 횡령했으며, 따라서 소미라는 죄인의 딸로서 회사와 아니 회사를 소유한 자신의 가족 앞에 똑같은 죄인이 되어야만 한다. 절대 사랑하는 사람에게 해서는 안되는 말이다. 아니 할 수 없는 말이다.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히고 만다. 더 이상 죄인의 딸이 아닌 자신이 사랑하는 소미라로 남아있을 수 없게 만든다. 자존심이 강하고 긍지가 높은 만큼 더 쉽게 상처입고 그런 자신을 감당하지 못한다. 뒤늦게 소미라를 찾아가 보지만 그때는 이미 늦은 뒤였다.

결국 아무리 저들이 자신들만의 룰을 만들어 세상을 굽여보려 하더라도 이 세상에 발딛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적용되는 것은 그들 자신의 보편과 인정의 인간의 룰이라는 것이다. 서로를 존중하고 서로에게 진심으로써 대한다. 차라리 가진 것이 적었다면 항상 죽음의 공포와 함께 하는 만큼 보다 자신과 타인에게 겸허해 질 수 있었을 것이다. 자신을 돌아보고, 타인에 진실해지고, 행동 또한 진지해지고 신중해진다. 하지만 배우지 않았으니까. 가르쳐주지도 않았다. 그는 가진 자였고, 누려야 하는 자였고, 그 모든 것이 당연한 위치에 있었다. 죽음의 공포와 그로 인한 간절함조차 표현하는 방식이 사뭇 다를 수밖에 없다. 여전히 오만하고 이기적이며 공격적이다. 그나마 후회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진심이라는 뜻이었을 게다.

강동석이 만든 틈을 김지혁(강지환 분)이 비집고 들어간다. 김지혁이 가진 유일한 장점이다. 자로크의 한국지사장도 그의 직설적인 표현에 불쾌함을 느끼면서도 그런 점은 인정한다. 솔직하다. 거침없다. 당당하다. 그늘이 없다. 모든 것이 너무 선명하다. 좋아하면 좋아한다. 싫어하면 싫어한다. 후회하면 후회한다. 미안해하면 미안해한다. 그것이 강동석에게는 약점으로 비친다. 강성욱(엄효섭 분)은 아예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인간은 영악하지도 못하고 쉽게 인정과 직관에 이끌리고 만다. 강동석이 자리를 비운 사이 현성유통의 상당수가 김지혁의 매력에 이끌리고 있었다. 강동석의 오판으로 흔들리고 있던 소미라의 감정에 커다란 구멍이 생기며 그 구멍을 김지혁이 차지하기 시작한다. 뒤늦게 강동석이 나타나지만 이미 늦었다. 두 사람의 운명을 말해준다. 드라마의 주제다. 아무리 돈이 세상을 지배해도 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결국 인정, 인간의 본연의 감정이라고. 너무 시시한 싸움이었다.

도대체 자신들이 무슨 짓을 저지르고 있는가. 그만 김지혁이 강성욱의 아버지 제사에까지 장손의 자격으로 참석하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만만치 않게 허술하다. 그것이 김지혁이 파고들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준다. 치밀하지도 냉정하지도 잔인하지도 못하다. 강동석이 비슷하기는 하지만 그것은 절박함이 만들어낸 발버둥이다. 말했듯 우화다. 구름 위에서 사는 이들이 땅으로 내려왔을 때는 그만한 어려움과 불편이 따르기 마련이다. 바보가 되고 얼간이가 된다. 역시 저들의 세상에서 김지혁은 멍청이가 되고 돌아이가 된다. 다른 세계가 만난다. 단지 누군가는 그것을 알고 있고, 누군가는 아직 그것을 알지 못한다. 단지 그 차이다.

또 한 번 성공을 거둔다. 세상을 지배하는 다수다. 세상을 움직이는 절대다수다. 룰은 저들이 정한다. 룰의 적용 역시 저들이 한다. 하지만 절대다수의 인간을 움직이는 룰은 인간의 룰 그 자체일 것이다. 무엇을 좋아하는가. 무엇을 반겨하는가. 무엇에 이끌리고, 무엇을 거부하는가. 하지만 위기가 찾아온다. 이제까지의 성공이 아랫세계의 인간의 룰에 의한 것이었다면, 이제부터는 윗세계에서의 그들의 룰에 의해 그가 곤란을 겪어야 한다. 거짓과 기만이 일상화된 세계에서 김지혁은 아직 너무 순진하다. 그가 살아온 세계는 보다 단순하고 명쾌했었다. 성공 다음에는 시련이다. 시련을 이겼을 때 그는 말 그대로 '빅맨'이 된다.

단순히 악인이어서 악역을 맡게 되는 것이 아니다. 어쩌면 진실한 의미에서 '악인'이란 존재하지 않는지도 모른다. 모든 것이 당연하다. 그 또한 그들에게 있어 당연한 일상으로 존재한다. 타인을 이용하고, 타인을 도구화하고, 그럼으로써 자신의 정의를 지킨다. 한 점 부끄럼도 없이 자신은 오로지 당당하다. 설사 법을 어기고 그로 인해 처벌을 받더라도 마찬가지다. 그것이 그들의 룰이다. 하물며 그 세계가 무너지는 절박함을 경험했다. 설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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