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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서문원 기자
  • 영화
  • 입력 2022.09.28 09:45

영화제들의 잇따른 폐지? Que sera sera

줄어드는 인구, 관람 환경의 변화, 소통 부재

▲ 거장 히치콕의 스릴러물 '나는 비밀을 알고 있다' 도리스 데이의 화면 컷과 포스터

[스타데일리뉴스=서문원 기자] 거장 알프레드 히치콕의 유일한 리메이크 서스펜스 '나는 비밀을 알고 있다'(1956)에서 주인공 조(조세핀) 맥케나 부인 역을 맡은 도리스 데이가 불렀던 '케 세라 세라'(Que sera sera).

이 곡은 미국영화연구소(AFI)가 2004년 발표한 '지난 100년간 불려졌던 영화주제가 명곡 베스트100'에 선정된 바 있다. 또한 1957년 아카데미 시상식 주제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노래 제목 '케 세라 세라'는 흔히 알려진 것처럼 '될대로 되라'가 아니다. 가사에도 나오지만 'Whatever Will Be, Will Be'처럼 "뭐가 되든, 될거야"라고 봐야 맞다.

영화 '나는 비밀을 알고 있다'에서 모로코를 여행 중인 맥케나 부부가 묵고 있던 호텔방에서 조(조세핀)이 사랑하는 아들 행크(크리스토퍼 올센)에게 옷을 입히며 들려준 노래가 '케 세라 세라'이다. 그러니 '될대로 되라'가 아닌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영화계 핫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영화제 폐지'와 알프레드 히치콕의 명작 스릴러가 대체 무슨 관계가 있길래 이렇게 제목부터 장황하게 썼을까. 

축소, 폐지 위기에 처한 영화제들의 문제점은?

얼마 전 강릉과 평창에서 개최됐던 영화제들이 폐지 수순을 밟고 있거나 폐지됐다.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이유는 지자체 단체장의 교체다. 하지만 내용을 보면 간단하지 않다.

세 가지로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가 인구감소다. 해를 거듭할 수록 줄어드는 인구가 강릉과 평창 그리고 강원도의 당면 현안으로 떠올랐다.

26주년을 맞은 부천판타스틱영화제도 축소될 위기에 처한 그 배경에 인구 감소가 더 큰 이슈가 된 부천시의 현실이 있다.

덧붙여 평창군은 군소재지라고 말하기엔 인구수가 5만명 미만으로 너무 적다. 평창군 인구는 전국 군소재지를 통틀어 40위 밖으로 하위권이다. 강릉시도 현재 21만명으로 감소됐다. 곧 10만명 대로 내려앉을 위기에 처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둘째 관람 환경의 변화다. 이것은 코로나 팬데믹과 연관되어 있다. 코로나가 지난 3년을 휩쓸었던 점이 사회 전반에 큰 영향과 후유증을 안겨준 것이다.

중국처럼 전면 봉쇄까지는 아니더라도 한국 또한 일반 시민들의 활동폭이 크게 줄었고, 그러다 보니 넷플릭스로 대변되는 OTT시청이 크게 늘었다.

결과적으로 영화 관람 환경이 바뀐 것이 기존 방식대로 영화제를 끌고 가기엔 큰 벽처럼 느껴진다. 유행 중인 '차박' 열풍을 감안해 전국에서 캠핑카를 유치해도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프라임비디오, HBO 같은 글로벌 OTT와의 제휴가 없다면 어떤 윈윈도 기대하기 힘들다.

아울러 글로벌 OTT기업이 세계 필름마켓의 큰 손이라는 점은 이제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관람(시청)의 수단이 스마트폰, 미니 프로젝터, 노트북, 스마트TV 등으로 다변화됐고, 반대로 극장 관람용 영화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다.

16편에 달하는 드라마 시리즈도 팬들이 원하면 극장에서 관람할 수 있는 환경이라는걸 간과해서는 안된다. 즉, 수요자의 니즈를 다면적으로 관찰해야만 하고, 과거처럼 일방적인 콘텐츠 공급은 이제 없다.

셋째, 위기에 처한 영화제들의 문제점 중 가장 큰 이슈는 소통의 부재다. '영화제 폐지'와 관련하여 몇몇 영화 관계자들도 지역민들과의 소통 부재를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영화제가 열리는 것조차 모르는 택시 운전사도 많았다'는 지적은 폐부를 찌른다. 

올 여름 폭염과 가뭄으로 강바닥이 드러난 라인강처럼, 곳곳이 풍성할 때는 몰랐던 영화제의 문제점이 이번에 노출된 것이다. 과거 플러스 요인었던 콘텐츠가 시대가 바뀌면서 마이너스로 전환된 것이다.

▲ 폐지됐거나, 축소될 예정인 강릉, 평창, 부천 영화제 포스터

'군소 영화제' 비관과 낙관 사이에...

얼마 전 통화한 영화관계자에 따르면 "국내 모든 영화제 재정자립도가 30%를 넘기지 않는다면, 어떤 영화제도 폐지되지 말라는 법 없다"며, "주식회사로의 전환도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라고 언급했다. 또한 '현재는 부산과 전주국제영화제를 제외하면 어느 영화제도 안심할 수 없다'는 당부를 전했다. 

정부와 지자체에 예산 지원을 기대하는 것은 과거처럼 인구가 많고, 대학생들과 아이들이 많다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영화제 소통구조를 청소년으로 맞춰 학교는 물론 부모들도 초청할 수 있는 환경은 얼마든지 조성 가능하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에 위치해있다.

현재처럼 경기 하강 국면임에도 국내 영화제 환경을 일부나마 낙관적으로 보는 요인은 있다. 두 가지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문화체육관광부 예산은 정부 부처중 가장 적지만, 언제든 뒤바뀔 수 있는 기회가 있다. 이른바 '낙수효과'가 가능하다는 것.

과거 서울시와 몇몇 정부 부처를 출입하면서 듣게 된 이야기 중 하나가 '정권교체기 홍보 예산 증액'이다. 문화 분야는 가장 적은 비용으로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콘텐츠가 많다.

그 중 하나가 영화제다. 하지만 이것은 뜬구름을 잡는 것처럼 마냥 기다릴 수 밖에 없는 단점이 있다. 

둘째 강릉, 평창, 부천영화제가 가진 정체성이다. 이들 세 영화제 중 생존력이 충분한 영화제는 강릉국제영화제다.

강릉국제영화제는 문학작품을 기반으로 한 영화축제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레트로'(복고)가 깔려있다. 인큐베이팅이 가능한 지점이다.

어렵게 볼 것 없이 케이팝의 장점 중 하나가 레트로다. 1970년대부터 90년대까지 유행했던 팝송을 기반으로 다시 한번 당시의 모습을 재해석해 재현하는 복고 뮤직은 현재 글로벌 팝시장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다.

BTS, 블랙핑크, 트와이스를 비롯해 팝가수로는 위켄드(Weeknd)가 8,90년대 일릭트로닉 사운드를 현대적으로 해석해 부른 히트곡이 빌보드와 UK, 스포티파이 차트에서 선방하는 이유다.

시선을 잠시 돌려, 최근 '배창호 감독 기획전'이 영화계에서 잔잔한 화제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특히 배창호 감독의 작품 중 가장 잘 알려지지 않았던 '젊은 남자'(1994)가 기획전과 시사회 호평에 힘입어 재개봉을 앞두고 있다.

주인공이 '오징어 게임'시리즈로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 가장 핫한 배우 이정재다. 그리고 재개봉 예정작 '젊은 남자'는 배우 이정재의 영화 데뷔작.

1990년대 초반 패션, 컬트무비처럼 느껴지는 서스펜스, 당시에도 두드러졌던 양극화, 연예계의 비리까지 한 타스로 묶어 놓은 이 작품은 30년전 영화라고 하기엔 너무도 신선하다. 그야말로 강릉국제영화제가 지닌 레트로 컨셉트에 부합되는 작품 아닌가?

하물며 강릉영화제는 코로나가 터지기 직전 1회를 개최했다. "이건 틀렸다"라고 단언하기엔 갖고 있는 잠재력이 매우 크다. 

이어 평창국제영화제의 주제는 평화다. 그런데 장소가 어울리지 않는다. 군사분계선 민통선도 아니고 남북한 통일을 주장하는 향린교회도 아닌 평창은 '동계올림픽이 개최된 곳'이라는 것 말고 낯설다.   

그렇다면 올해로 26주년을 맞은 부천판타스틱 영화제는 어떤가. 부산국제영화제 보다 한 살이 어리고, 전주국제영화제와 비교해 3살이 많다. 높은 인구밀도와 유동인구를 감안하면 충분히 지역축제로, 국제영화제로 자리가 잡혔어야 맞다.

이제 부천시도 26년이라는 세월을 보냈고 지금 보니 많이 변했다. 더구나 OTT환경으로 변화된 미디어환경이 수도권인 부천시도 비껴갈 리가 없다.

더구나 코로나 3년 동안 인구감소는 부천시의 당면과제가 됐고, 예산도 탄력적으로 운용해야할 상황이다. '영화제 개최, 왜 부천시여만 할까' 이런 의문이 든다.

부천 판타스틱 영화제는 매년 영화제 기간동안 국내와 해외 호러, 판타지, SF, 컬트, 스릴러 등 장르물 신작들을 꾸준히 상영했다. 이와 반대로 현지 주민들의 호응도는 매년 줄어들고 있다. 

그렇다면. "전국에서 가장 많은 관객과 극장을 보유한 서울특별시는 왜 판타스틱 영화제를 개최하면 안되지?"하는 의문이 든다. 영화제도 주변 환경과 형편에 맞게 진화해야 하는 시대 아닐지.

다시 Que sera sera로 돌아와...

1956년 큰 반향을 일으켰던 스릴러 영화 '나는 비밀을 알고 있다'는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이 북아프리카 여행 중에 얻은 영감을 토대로 1934년에 자신이 만든 동명 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제임스 스튜어트, 도리스 데이가 주연한 '나는 비밀을 알고 있다'는 북아프리카 사하라 사막을 둔 모로코라는 낯선 나라에서 이슬람이라는 사회 환경을 배경으로 만들었다.

이 작품은 고압적이고 성차별이 분명한 벤 맥케나(제임스 스튜어트)의 북아프리카 현지 문화에 대한 몰이해, 낯선 환경에 불안해 하는 조세핀 맥케나(도리스 데이)를 통해 이슬람 문화를 하나, 하나 알아가는 과정도 흥미롭다.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은 스릴러 영화 한편을 통해 1950년대 당시 프랑스 식민지였던 모로코의 이슬람 관습과 처한 현실을 보여주며 상호간의 소통을 시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지막으로 Que sera sera... 영화 '나는 비밀을 알고 있다'의 주제곡 가사가 자꾸만 아른거린다.

"어린 소녀였을 때 어머니에게 물었죠. 나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이뻐질 수 있나요. 부자가 될수 있나요. 어머니가 대답했어요. 모든 것이 잘 될 거야. 바라던 대로 이뤄질거야. 미래는 알 수 없지만 뭐든 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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