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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권상집 칼럼니스트
  • 칼럼
  • 입력 2022.09.13 20:40

[권상집 칼럼] 에미상 개척한 황동혁 감독과 이정재

'오징어게임'으로 K-드라마의 세계화를 연 개척자

▲ ‘오징어게임’ 포스터(넷플릭스 제공)

[스타데일리뉴스=권상집 칼럼니스트] 아시아에겐 철옹성 같은 권위처럼 여겨진 장벽들이 한국 콘텐츠에 의해 하나 둘 무너지고 있다. 이미 BTS를 통해 미국 중심의 빌보드가 무너졌고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영화계에서 절대 위상을 자랑하던 미국 중심의 아카데미를 무너뜨렸다. 마침내, 드라마에서도 황동혁 감독과 이정재는 <오징어 게임>으로 미국 중심의 에미상 장벽을 무너뜨렸다.

에미상은 미국TV예술과학아카데미가 주최하는 미국 방송계 최고 권위의 시상식이다. 당연히 시상식의 핵심은 미국 드라마가 차지하는 게 불문율이다. 콘텐츠 업계에서는 2시간 내외의 영화보다 시리즈로 전개되는 드라마의 특성상, 아카데미상보다 에미상을 수상하는 것이 훨씬 어렵다고 얘기한다. 미국은 콘텐츠에서도 다른 국가에게 권위를 허락하지 않는다.

그 권위도 황동혁 감독이 연출한 <오징어 게임>의 신드롬을 거부할 수는 없었다. 2021년 9월 17일 전 세계에 공개된 <오징어 게임>은 456억의 상금을 타기 위해 게임에 초대된 사람들의 서바이벌을 그린 이야기다. 빈부 격차 그리고 생존의 끝자락에 놓인 사람들의 이야기가 전 세계 시청자들의 공감을 끌면서 해당 작품은 지난해 최대 화제작으로 떠올랐다.

포브스는 <오징어 게임>에 관해 반드시 봐야 할 작품이라고 호평했고 미국의 CNN은 정말 끝내주는 작품이라는 찬사를 보냈다. 적자생존, 승자독식, 계급사회, 황금만능주의, 인간소외 현상 등 <오징어 게임>이 관통한 키워드는 국내뿐 아니라 아시아를 포함 미국과 유럽 등 전 세계가 공통적으로 해결해야 할 인류의 과제였고 작품은 이 지점을 정확히 포착했다.

작품이 공개된 지 단 17일만에 1억 1100만 유료가입 가구가 열광하며 <오징어 게임>을 시청한 이유다. <오징어 게임>은 국내 모든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노래를 포함해 전 세계에서 가장 흥행한 콘텐츠가 되었고 넷플릭스는 해당 작품으로 1조원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 참고로, 넷플릭스가 정식 서비스 중인 모든 국가에서 1위를 달성했기에 가능한 성과였다.

해당 작품으로 감독상을 수상한 황동혁 감독은 이미 <도가니>, <수상한 그녀>, <남한산성> 등으로 국내 영화계에서 흥행력과 작품성을 고루 인정받는 감독 중 한 명이었다. 시나리오를 쓰는 필력과 영상을 만드는 연출력이 상당하기에 영화배급사들 사이에서도 높은 신임을 받는 감독이다. 특정 장르에 국한하지 않는 스토리텔링 전개 역시 황동혁 감독의 장점이다.

그런 그가 아이러니하게도 투자에 어려움을 겪었던 작품이 <오징어 게임>이라는 점은 이제 누구나 아는 얘기가 되었다. 스토리가 복잡하고 9시간 분량의 드라마였기에 국내 투자자, 배우들에게 모두 거절을 당한 일은 유명하다. 스토리가 이상하고 현실성도 떨어지며 잔혹한 소재로 공감하기 어렵다는 다수의 평가와 달리 배우 이정재는 <오징어 게임>을 선택했다.

작품을 바라보는 배우의 눈과 시대흐름을 꿰뚫은 감독의 통찰력으로 황동혁 감독은 감독상을, 이정재는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국내 대중문화를 통틀어 K-드라마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 10년 전, 한국 콘텐츠를 들고 해외에 나갈 때마다 어려움을 겪었다는 이정재는 “우리만의 소재로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며 차분하게 소감을 밝혔다.

<오징어 게임>은 형식과 수위, 길이 등 드라마의 전형적인 공식에 제한을 두지 않는 넷플릭스의 과감한 투자가 있었기에 가능했지만 전 세계 모든 이가 겪고 있는 승자독식, 적자생존 등의 폐해를 꿰뚫은 황동혁 감독의 통찰력과 작품을 고르는 안목이 탁월한 이정재 그리고 <오징어 게임>에 참여한 스태프와 배우들의 높은 의욕과 열정으로 진행이 가능했다.

비영어권 드라마로 사상 최초 감독상을 수상한 황동혁 감독은 “우리 모두가 함께 역사를 만들었다”고 언급하며 <오징어 게임 시즌2>로 작품상에 도전하겠다고 선언했다.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이정재 역시 “전 세계는 이제 한국이 만든 콘텐츠를 기대하며 지켜본다”고 평가했다. 이는 결코 과장이 아니다. 전 세계가 황동혁 감독과 이정재 그리고 수많은 스태프와 배우들이 선보일 <오징어 게임 시즌2>를 기다리고 있다. 벌써부터 그들의 스토리가 기다려진다.

- 권상집 한성대학교 기업경영트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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