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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4.05.06 08:56

[김윤석의 드라마톡] 빅맨 3회 "계급의 우화, 우연히 다른 세계를 모험하다"

소미라의 선택, 김지혁의 운명을 쥐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대한민국에는 두 개의 다른 대한민국이 존재한다. 나의 대한민국과 너의 대한민국. 굳이 부정하려 한다. 더 이상 계급이란 없다고. 대한민국에 계급이란 존재하니 않는다고. 단지 대한민국과 국민이 있을 뿐이다. 그러나 안다. 같은 대한민국이고 대한민국 국민이지만 전혀 다른 세계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이것은 계급을 위한 우화다.

김지혁(강지환 분)은 전형적인 하층계급의 인물이다. 고아출신에 학력도 낮고 범죄에도 몸담은 적 있었다. 지금도 대리운전에 날품을 팔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그런 김지혁이 어느날 현성이라는 굴지의 대기업의 후계자가 되어 덜컥 사장자리에까지 앉게 된다. 재벌가의 일원이 되어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위쪽 세계를 경험해보게 된다. 과연 하층계급의 김지혁의 눈에 비친 상층계급의 세계란 어떤 것인가. 시청자 역시 대부분 현성그룹의 오너 강성욱(엄효섭 분)보다는 김지혁에 더 가깝다.

우리는 단지 로봇에 불과하다. 로봇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소미라(이다희 분)에게 도상호(한상진 분)는 단호히 말한다. 어쩌면 그에게도 남모르는 좌절이 있었을 것이다. 그것은 체념이다. 어떻게 해도 자신은 그들과 같은 인간이 될 수 없다. 그들 속으로 들어갈 수 없다. 사실 그것이 계급이다. 굳이 신분이라는 이름으로 강제하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현실에 의해 나뉘어지는 구분이다. 넘고자 하면 어떻게든 넘을 수 있을 테지만 쉽지 않기에 그것은 벽이다. 저들과 우리는 다르다. 소미라는 필사적으로 그 벽을 넘으려 하고 있었다.

▲ KBS 월화드라마 '빅맨'(KBS 제공)
비로소 확인한다. 그들에게 자기란 어떻게 여겨지고 있는가를. 냅킨의 중요성을 강조해 말하고 있지만 어떻게 해도 그것은 그녀의 전문분야가 아닐 것이다. 명문대학을 나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지식과 능력을 갖추고도 그녀가 하는 일이란 현성그룹 오너 일가의 뒤치닥거리다. 중요하다면 중요하겠지만 한 번에 김지환에게 주어진 사장으로서의 업무를 파악하고 조언까지 할 정도라면 더 요긴하게 쓰일 수 있는 분야가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단지 도상호를 비롯 현성그룹 오너 일가의 입장에서 그녀는 도구에 불과하다. 시키면 시키는대로 한다. 현성유통의 노조원들이 보기에도 소미라란 사용자의 말 잘듣는 꼭두각시다.

어머니를 찾는다. 동생과 만난다. 가족이란 그녀를 존재하게 하는 이들이다. 존재란 곧 존엄이다. 사랑하는 이들이 있다. 자신을 사랑해주는 이들이 있다. 힘을 받는다.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우울하다. 김지환에게 이입하는 이유다. 김지환이나 자신이나 결국 현성그룹 오너의 도구에 불과하다. 필요한대로 이용되고 쓰임이 다하면 버려진다. 연민일 것이다. 역시 계급에 의한 동질의식일 것이다. 김지환과 자신은 같다. 처지가 같고 입장이 같다. 그럼에도 현성그룹의 오너 강성욱을 위해 일하는 것은 그것이 그녀의 현실이며 꿈이기 때문이다.

비정규직의 현실을 듣는다. 사용자는 모르는, 사용자의 명령을 받드는 관리자들도 알지 못하는, 오로지 그들과 같은 처지의 소외된 하류계급의 입장에서 듣는 이야기다. 남의 일처럼 화를 낸다. 자기 일처럼 목소리를 높인다. 그래서 주먹다짐도 할 수 있다. 폭력이란 가장 원초적인 소통의 수단이다. 서로 다른 세계를 사는 이들이 주먹을 마주댈 이유란 전혀 없다. 대등한 입장에서 화를 내고 폭력을 휘두르고 그들에게 책임을 물으려 한다. 동정하지도, 연민하지도, 경멸하거나 무시하지도 않는다. 그냥 인간이다.

과연 능란하다. 필요하다면 눈물도 흘릴 수 있다. 동정도 구걸할 수 있다. 기꺼이 약자가 된다. 어쩌면 다른 배경이야기가 있을지 모르겠다. 강성욱의 표정이 복잡미묘하다. 강성욱의 진실보다 더 진실같은 고백에 김지혁은 그만 깜빡 넘어가고 만다. 속이는 일에 익숙지 않다. 진심처럼 보이는 말들이 모두 진심이라 생각한다. 그만큼 단순한 세계다. 그렇게까지 복잡하게 일을 꾸미지 않는다. 김지혁이 알아낸 진실은 더욱 김지혁을 마음껏 농락하는 강성욱의 교활함과 집요함을 돋보이는 역할을 한다. 그는 단지 현성그룹과 강동석(최다니엘 분)을 위기에서 벗어나게 해줄 희생양에 불과하다.

소미라의 김지혁에 대한 감정은 이성을 향한 그것이라 여기기에는 상당히 거리가 멀다. 유대다. 연대다. 하지만 부정한다. 그녀의 세계는 저 위쪽에 있다. 강동석과 강성욱이 있는 그 세계가 곧 그녀의 세계다. 모순이다. 그 모순이 김지혁을 통해 충돌한다. 김지혁의 일상이야 말로 그녀의 일상과 닮았다. 거부하고 싶고 부정하고 싶은, 마치 가족과도 같은 일상들이다. 비유하자면 회귀다. 그녀는 그곳으로 돌아가려 한다. 돌아가고 싶어한다. 그리고 거부하고 싶어한다. 그런 그녀에게 김지혁을 죽일수도 살리수도 있는 비밀이 주어진다. 선택해야 한다. 살릴 것인가, 죽일 것인가. 그리고 자신은 어디에 설 것인가. 어쩌면 드라마의 주제일 것이다.

어떻게 현성유통의 파업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 업무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 현성유통의 현실에 대해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업무에 대한 전문성도 갖추지 못하고 있다.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는 싸움이라면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튼튼한 몸 하나와 무모할 정도로 솔직한 정의감 뿐이다. 좌충우돌한다. 그는 과연 무엇을 이룰 수 있을까.

상당히 전형적이다. 흔한 구도이기도 하다. 비천한 자가 고귀한 이들의 세계로 들어가 그들을 감화시키고 변화를 이끌어낸다. 그러기에는 현성그룹이란 너무 거대하다. 강성욱이란 너무 강하다. 적이기 쉽다. 절대적으로 열세인 불리한 상황에서 그들과 맞서 승리를 거둔다. 그 과정이 중요하다. 조금 더 세련되고 정교한 노력이 필요하다. 아직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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