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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박수빈 기자
  • 문화
  • 입력 2022.09.02 16:19

[박수빈의 into The Book] #1. 영어, 못하면 어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하면 결국 되는걸

도서 ‘나의 마지막 영어공부’ 박소운 저자, 부족함은 인정하되 위축되거나 포기하지 말자

[스타데일리뉴스=박수빈 기자] 

▲ 도서 '나의 마지막 영어공부'

 

‘Desidero sed satisfacio?
(욕망한다. 그러나 나는 만족한다.)

인문학 분야 베스트셀러 ’라틴어 수업‘에 나오는 구절이다. 책은 동아시아 최초 바티칸 대법원 변호사 한동일 교수의 저서로, 지식을 넘어 삶의 근본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지혜로운 조언을 함께 전해 대중의 많은 사랑을 받은 도서기도 하다. 

최근 출간된 도서 ‘나의 마지막 영어공부’의 저자이자 통역사로 활동하고 있는 박소운 저자 역시도 이 책을 감명 깊게 읽었다고 전한다. 라틴어 지식과 함께 겸허함을 가르쳐주었다는 이유다. 위 구절은 박소운 저자가 책을 읽으며 가장 마음에 들었던 문장이다. 

이유는 유독 영어 실력에 대해서만 만족하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잘하는 건 당연하게 생각하니 부족함이 보이면 더 속상해진다며 자신의 예전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들려준다. 그러면서 ‘부족함을 인정하되 위축되거나 포기하지 말자’는 메시지를 전한다.

‘통역대학원을 가겠다는 애’가 apricot를 몰라?!

박소운 저자는 영어통번역학을 전공했다. 대학에서 외국에 오래 살았던 동기들과 함께 공부하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해외에서 길게 거주한 친구들은 저자의 매끄러운 한국어를, 박 작가는 그들의 유창한 영어를 원했으니 같이 통번역 스터디를 하기 아주 좋았다. 소위 ‘win-win’이 었던 것이다.

▲ 출처 pixabay

하지만 저자의 대학 생활이 마냥 즐거운 것은 아니었다. 캐나다에서 대학을 다녔던 동기 때문. 동기와 함께 회화나 수업을 같이 듣는 날에는 마음이 불편했다. 위축됐다는 말이 더 가까울지 모르겠다. 한번은 수업 중 ‘살구’라는 말을 해야 했다. 박소운 저자는 단어를 찾아보기 위해 전자사전을 꺼냈는데 그 장면을 본 얄미운 동기는 이렇게 말한다.

“아니 통역대학원을 가겠다는 애가 ‘apricot’를 몰라?”

저자는 당시엔 너무나 부끄러웠다고 회상한다. 살구라는 단어를 딱히 만날 일이 없었기에 억울하기도 했고 사람들 앞에서 ‘통역대학원을 가겠다는 애’로 떠드니 화도 났다고 한다. 이 사건을 계기로 저자는 스스로 위축된다.

하지만 부족함을 인정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후 더 공부에 몰두한 그녀는 졸업하고 바로 통역대학원에 입학할 수 있었다. 대학원 1학년 1학기 때, 우연히 캠퍼스에서 그 동기와 마주치게 되는데 이번에도 역시 날선 태도로 저자에게 말을 건냈다고 한다. 하지만 목표를 달성했단 생각 때문이었을까. 더 이상 동기의 말이 상처받지도 흔들리지도 않았다고 전한다.

저자는 이 일화를 독자들에게 들려주며 누군가를 깎아내리거나 비교하는 대신 영어 실력을 위해 공부해 정진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조언을 전한다.

한국에서 고등학교 3학년까지 영어를 배웠다면 어지간한 수준까지는 완성된 셈이다. 수능 외국어 영역의 지문을 보세요. 지문이 ‘콩글리시’다, 변별력이 없다 안 좋은 뉴스가 거의 매년 나온다. 하지만 이 정도 수준의 말이 내 입에서 술술 나온다면 어떨까. 여행지에서는 물론이고 회사 업무를 처리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비즈니스에서 자주 쓰는 용어로 ‘단어만 바꿔 끼우면’ 토익 지문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박소운 저자는 지금까지 배운 영어를 부정하지 말라는 말도 함께 전한다. 같은 의미에서 ‘한국식’으로 영문법을 공부하면 소용없다는 말도 믿지 않는다. 문법이 탄탄하면 내 입에서 나오는, 내 손으로 쓰는 문장에 뼈대가 생기는 법이다. 

물론 한국에서 가르치는 영문법과 원어민이 배우는 영문법은 분명 다르다. 어떤 이들은 “난 한국 교재는 안 보고 외국 교재만 봐.”라고 자신만만하게 얘기하기도 한다. 그런데 한국인이 어려워하는 문법과 원어민이 어려워하는 문법은 다르다. 

▲ 출처 pixabay

예를 들어 문자로 된 영어를 접하기 전에 이미 입에 붙도록 영어를 접하고 직관적으로 말하는 원어민 입장에서는 ‘There’가 들 어갈 자리인지 ‘Their’가 들어갈 자리인지를 헷갈린다고 한다. 하지만 문자로 된 영어를 주로 접한 한국인은 이런 걸 어려워하지 않는다. 

구글에서 검색해보면 Alright or all right, which is correct?(‘alright’과 all right' 어느 쪽이 맞나요?)’ 하는 질문도 쉽게 보인다. all right’를 발음대로 쓴 잘못된 표기였던 ‘alright’ 이 이제는 캐주얼한 표현으로 어느 정도는 인정을 받는 것 같다. 하지만 그 시작은 all right’을 잘못 쓴 표현이었다. 이런 게 영어권에서는 성인조차 헷갈려하는 표현이라니. 외국어로 영어를 배운 우리들과는 확실히 어려워하는 부분이 다르다.

한국 사람이 취약한 부분은 한국 문법책에 잘 나와 있다. 과거임을 명시한 ‘yesterday’ ‘in the past’와 같은 표현이 들어간 문장에서는 현재완료형을 쓰지 않는다거나, 주어의 단복수를 맞춘다거나 하는 수능에 단골로 출제되었던 문법 문제를 보면 딱 한국인이 취약한 부분이다.

나의 부족한 부분을 알아보고 인정하면서도 위축되거나 포기하지 않고 또 자신감도 가지고 꾸준히 배운다면 분명 영어를 잘하는 때가 올 것이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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