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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서문원 기자
  • 영화
  • 입력 2014.05.02 16:39

'백설공주의 마지막 키스', 단원고 아이들이 생각나다

무책임한 어른들의 횡포로 고통받는 청소년들을 위한 영화

[스타데일리뉴스=서문원 기자] 스페인 영화 <백설공주의 마지막 키스>가 1일 개봉됐다. 시사회를 관람한 언론과 개봉관 관람객 평가는 후하다. 이유는 하나, 돈만 밝히는 무책임한 어른들의 횡포로 갖은 고통을 받고도, 해맑은 미소로 살아보려던 소녀 카르멘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원제는 'Blancaineves', 한국에서는 백설공주로 표현되며, 영화 제목은 <백설공주의 마지막 키스>다. 감독 파블로 헤르헤르가 연출한 이 영화는 백설공주를 스페인 전통경기인 투우를 접목해 만든 동화다. 아울러 돈 때문에 희생된 한국을 비롯한 수많은 청소년들의 비극을 상징적으로 표현해 세계적으로 호평을 받은 명작이다.

▲ 영화 '백설공주의 마지막 키스' 스틸컷. 소녀 카르멘이 투우사로 변신하는 모습이다.(제공 영화사 백두대간)

'백설공주의 마지막 키스', 무책임한 어른들에 의해 고통받은 아이들이 생각나

<백설공주의 마지막 키스>는 구조마저 늑장 대응했다며 비난받는 '세월호 참사'가 생각난다. 돈만 밝히는 무책임한 어른들의 횡포가 재앙을 부른 것이다. 또한 이 땅에 태어나 어떻게든 살아보려는 어린 소년 소녀들의 모습이 자꾸만 떠오른다.

줄거리를 살펴보면, 1920년대 스페인 세빌리아 대형 투우장에서 카르멘의 아빠 안토니오는 불의의 사고로 불구가 되고 아내가 카르멘을 낳다 숨졌다는 소식을 듣고 자신의 혈육마저 외면한다. 한편 간호사 엔카르나는 투우사 안토니오 재산을 가로채기 위해 그를 지극 정성으로 돌보고 결혼에 성공한다. 그때부터 안토니오는 혈육과 격리된다.

소녀가 된 카르멘은 아버지 안토니오의 집으로 찾아간다. 하지만 만나보지도 못한 채 어둑한 창고에 기거하며 몸종으로 살고, 안토니오는 카르멘이 자신의 혈육임을 뒤늦게 깨닫지만 결국 세상을 떠난다. 안토니오의 유일한 혈육 카르멘을 미워한 계모 엔카르나는 그녀를 살해하려고 술수를 동원한다. 

죽기 직전의 카르멘을 구해준 사람은 다름아닌 난장이 라피타(세르지오 도라도)이다. 라피다의 직업은 유랑극단 단원, 그와 6명의 난장이들은 세빌리아 지역 마을들을 돌며 돼지를 황소 삼아 미니 투우경기를 펼치며 먹고산다. 살아난 카르멘은 난장이들의 보살핌으로 아버지 안토니오의 혈육답게 지역에서 유명한 투우사가 된다. 이른바 '백설공주와 7명의 난장이들의 투우경기'가 유명세를 탄 것이다.

그뒤부터 상황은 꼬여만 간다. 백설공주 카르멘을 돈벌이로 생각한 서커스 매니저, 자신의 치부가 드러날까봐 다시 살해를 계획하는 계모 엔카르나, 난장이들은 그저 힘없는 존재일 뿐, 카르멘을 보호 조차 못한다.

▲ 5월 1일 개봉된 영화 '백설공주의 마지막 키스' 장면들 (제공 영화사 백두대간)

서울 상영극장은 단 4곳, 한국 극장가 왜 이러나?

<백설공주의 마지막 키스>를 보고 혹평하는 네티즌을 보지 못했다. 언론도 마찬가지이다. 1일 개봉된 이 작품은 12세 관람가이다. 런닝타임은 104분으로 타영화에 비해 조금 짧지만 잘 만들어졌다. 지루한 점을 찾기 힘들만큼 몰입이 잘된다. 그래서 美 버라이어티와 영국 가디언, 독일 슈테른, 프랑스 르몽드 같은 유명 매체에서 극찬한 것이다.

그럼에도 2일 영화진흥위원회 박스오피스를 보면 기가막힐 따름이다. 상영 스크린 수가 타 개봉작에 비해 터무니 없이 적다. 서울 상영관은 단 4곳 뿐이다. 롯데시네마 건대입구, 압구정CGV은 단 두 차례만 상영된다.

더구나 압구정 CGV는 무비꼴라주로 활용되는 4관으로 오후 9시와 새벽 1시 상영이다. 나머지는 동작구 '아트나인'과 서대문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한 차례씩 상영된다. 또한 전국적으로 <백설공주 마지막 키스>상영관이 8군데 뿐이다. 다시말해 유럽의 예술 영화로 생각하고, 스크린을 거의 내주지 않았다. 

영화는 관객이 보는 것이지, 국내 극장가가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 폭력물과 선정적인 영화들이 난무하는 지금, 어른과 아이들이 함께 봐야할 좋은 영화 하나 쯤은 상영관을 많이 줘야하지 않을런지? 안타깝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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