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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임동현 기자
  • 이슈뉴스
  • 입력 2014.05.01 16:58

영화와 드라마의 '리메이크' 열풍, 신선한 자극과 망신살의 차이

'제2의 창작'으로 인식되는 현실, 재연이 아닌 새로운 시각이 필요

[스타데일리뉴스=임동현 기자] 최근 드라마와 영화에서 리메이크 작을 자주 보게 된다. 30일 개봉한 영화 '표적'은 프랑스 영화 '포인트 블랭크'를 리메이크한 작품이고 극장에서 개봉 중인 '방황하는 칼날'은 일본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일본 영화를 리메이크한 것이다. 지난 2012년 인기를 모았던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도 본래 아르헨티나 영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드라마도 마찬가지다. '하얀거탑'과 '꽃보다 남자'가 큰 반향을 일으킨 이후 지난해부터 일본 드라마를 리메이크하거나 원작으로 한 작품들이 속속 등장했다. 일본에서 엄청난 인기를 모은 '사랑따윈 필요없어'를 원작으로 한 '그 겨울 바람이 분다'를 시작으로 '직장의 신', '여왕의 교실', '수상한 가정부' 등이 연달아 방영됐다.

그리고 최근 '노다메 칸타빌레' 리메이크 제작이 나오면서 남자 주인공으로 주원이 캐스팅됐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방황하는 칼날'(에코필름 제공)

이런 리메이크 열풍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드라마의 소재가 그렇게 없냐?'라는 비판적인 시각을 나타낼 수도 있고 '새로운 창작의 기회'라는 긍정적인 시각을 보일 수 있다.

소재 빈곤과 막장 드라마에 지친 이들에게는 오히려 리메이크 드라마가 활력이 될 수 있고 반면 리메이크를 해야 그나마 새로운 감각의 드라마를 볼 수 있는가라는 아쉬움이 나올 수도 있다.

어떻게 보면 리메이크는 '피할 수 없는 소재' 임에는 분명하다. 너무나 많은 이야기들이 작품으로 만들어졌고 그렇기에 보는 사람들은 이야기의 구성을 이제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훌륭한 외국의 드라마가 우리의 이야기로 만들어지기도 하고 반면 우리 드라마가 해외에서 리메이크가 되기도 한다. 일종의 수입과 수출인 셈이다.

리메이크 드라마는 시청자에게 '신선한 자극'이 되기도 한다. MBC가 일본드라마 '하얀 거탑'을 리메이크했을 때만 해도 왜 일본드라마인가라는 부정적인 시각이 있기도 했지만 막상 드라마가 방영되자 사람들이 본 것은 기존 한국 드라마의 전형적인 모습과 다른 새로운 인물과 스토리였다.

최근에 개봉한 영화 '방황하는 칼날'도 그랬다. 이 영화는 일본 소설을 원작으로 했지만 이 영화가 던지는 질문은 지금의 우리 상황을 너무나 잘 보여준 것이었다. 문제에 대한 과감한 질문은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덕분에 영화는 최근 주류 영화가 보여준 매너리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종종 한국의 현실에 맞춘 리메이크는 오히려 원작을 넘는 사랑을 받기도 한다. 일본드라마 '만능사원 오오마에'를 리메이크한 '직장의 신'은 계약직 미스김(김혜수 분)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최근 우리나라 비정규직의 실태를 통쾌하게 풀어내 큰 박수를 받았고 '여왕의 교실' 또한 교육 문제에 시선을 맞추며 리메이크에 대한 거부감 대신 사회를 비판하는 새로운 한국 드라마의 장을 마련하기도 했다.

▲ 계약직의 현실을 반영해 원작보다 더 높은 인기를 누린 KBS 드라마 '직장의 신'(KBS 제공)

이런 점에서 리메이크를 '제2의 창작'으로 인식하는 이들도 있다. 비록 오래 전에 방영됐다고는 하지만 상황이 현 시점의 우리와 맞다면 그것은 충분히 소재가 된다는 것이다. '사랑따윈 필요없어'를 원작으로 했지만 그것을 우리 스타일로 새롭게 해석한 SBS '그 겨울, 바람이 분다'는 아예 새로운 창작물로 시청자들이 인식하고 있는 경우다.

하지만 리메이크는 잘 되면 '제2의 창작'으로 불릴 수 있지만 못하면 '두 배로 욕먹는' 졸작으로 떨어질 수 있다. 남의 드라마를 베낀 것도 모자라 원작을 오히려 망쳤다는 억울한(?) 비난을 받을 소지가 높다는 것이다.

지난해 일본 인기 드라마 '가정부 미타'를 리메이크한 '수상한 가정부'는 나름대로 한국의 현실에 맞추려 했지만 오히려 원작의 감흥을 떨어뜨렸다는 지적과 함께 현실성이 없다는 비판까지 받아야했다. 비록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고는 하나 '꽃보다 남자' 또한 비현실적인 이야기라는 비난으로 '막장드라마'의 오명을 쓰고 말았다.

여기에 리메이크를 했다고 해서 무조건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다. '장난스런 키스', '아름다운 그대에게' 등은 원작은 물론 캐스팅도 큰 관심을 모았지만 결국 참담한 실패로 막을 내려야했다. 잘되면 '대박'이지만 못되면 '쪽박' 정도가 아니라 아예 망신을 당하게 되는 것이 리메이크 작품의 운명이다.

리메이크 자체는 이제 비판할 여지가 없다. 또 하나의 창작으로 인식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작과의 비교는 끊임없이 리메이크를 하는 이들에게 스트레스가 되기도 한다. 이번 '노다메 칸타빌레'의 주원 캐스팅도 팬들 사이에 호불호가 갈리고 있고 누가 여주인공을 맡을 지 조차도 의견이 분분하다. 누가 맡아도 원작과 비교하는 사람들의 의심을 피할 수는 없다.

▲ '가정부 미타'를 리메이크한 '수상한 가정부'는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SBS 제공)

리메이크가 또 하나의 창작으로 인정받으려면 결국 작가의 역량이 가장 우선이 되어야한다. 물론 배우가 연기를 잘해야하지만 그 원작을 원작의 분위기에 맞게, 그리고 최근 우리의 상황에 맞게 만드는 것은 바로 작가의 역량이다.

단순히 인기 원작을 재연할 마음으로 만들었다가는 정말로 봉변을 당할 수 있다. 역량있는 리메이크작의 등장이 필요하다. 새로운 드라마를 기다리는 시청자와 관객들을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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