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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임동현 기자
  • 방송
  • 입력 2014.05.01 12:37

'기황후' 이후, 우리는 '퓨전 사극'을 다시 볼 수 있을까?

마지막까지 발목 잡은 '역사 왜곡' 논란, 시청자들의 피로감이 보인다

[스타데일리뉴스=임동현 기자] 최근 MBC 월화드라마 '기황후'가 종영했다. 이 드라마는 3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월화드라마 시간대를 완전히 점령했다. 하지원을 비롯해 지창욱, 진이한, 백진희, 유인영 등 배우들이 주목을 받았고 시청자들에게 나름대로 재미있는 드라마라는 평판을 받았다.

그러나 '기황후'의 끝은 생각보다 화려하지 않다. 이 드라마를 계기로 그간 유행처럼 번졌던 '퓨전 판타지 사극'에 대한 시청자들의 불신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드라마 시작 전부터 불거진 '역사 왜곡' 논란은 끝내 마지막까지 '기황후'의 발목을 잡았고 더이상 '퓨전 판타지 사극'을 보고 싶지 않다는 시청자들의 불만은 높아져만 갔다.

'주몽'을 필두로 '바람의 나라', '선덕여왕' 등 퓨전 사극은 당초 기록이 많지 않은 고대사를 소재로 했고 그렇기에 역사에 없는 사건이나 인물의 등장을 초기에는 용인해준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선덕여왕'이 인물들의 나이를 바꾸며 정사와 완전히 다른 인물들을 만들어내고 '기황후'가 역사에서 고려를 망친 장본인으로 나와있는 기황후를 미화한 내용으로 전개되면서 퓨전 사극은 점차 '역사 왜곡'의 상징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마지막까지 '역사 왜곡' 논란에 시달린 MBC 월화드라마 '기황후'(MBC 제공)

결국 '기황후'는 방영 직전 '판타지 드라마'로 정정했고 마지막회에는 급하게 역사적 사실을 자막으로 알리기도 했지만 이미 '역사 왜곡'으로 드라마를 인식한 사람들의 마음을 바꾸기엔 역부족이었다. '기황후'에 출연한 주진모는 제작발표회 당시 "배우는 캐릭터를 이해하는 것이 먼저"라는 말을 했다가 '역사 왜곡을 무시했다'는 비난을 받으며 홍역을 치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기황후'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그렇다면 아직 퓨전 사극의 힘은 남아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실제로 성공한 퓨전 사극들을 보면 정사를 이야기하기보다는 캐릭터간의 갈등과 암투, 그리고 사랑을 주내용으로 한다.

'기황후'가 성공한 요인은 바로 인물들의 암투가 주를 이루었고 그 속에서 개성있는 캐릭터들이 각자의 매력을 선보이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모았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퓨전 사극은 오히려 정사에 촛점을 맞추기보다는 인물의 이야기가 더 중요하며 이 때문에 시청자들의 사랑을 계속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어차피 드라마는 정사를 바탕으로 한다 해도 극적인 전개를 위해선 픽션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기에 드라마의 요소를 강화시키기 위해서는 이야기를 바꾸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 '기황후'는 인기와 함께 퓨전 사극의 한계점을 함께 보여줬다(MBC 제공)

그렇다고 해도 퓨전 사극의 문제점을 덮을 수는 없다. 역사를 마음대로 바꾸고 정사의 이야기를 무시하는 사극에 사람들은 점점 지쳐갔다. 퓨전 사극에 대한 식상함을 보여준 것이 바로 KBS '정도전'의 높은 시청률이다.

오랜만에 보는 정통 사극, 유동근과 서인석, 박영규 등 사극에서 진가를 발휘한 중견 연기자들의 중후함, 흥미진진한 고려 말의 역사가 사실적으로 펼쳐졌던 '정도전'을 보며 사람들은 '그래, 사극은 이래야 해'라고 생각하고 지금의 퓨전 사극을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 KBS '정도전'의 높은 시청률에는 퓨전 사극을 향한 시청자들의 피로감도 한몫을 하고 있다(KBS 제공)

따라서 '기황후'가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고는 하나 이후 당분간은 퓨전 사극이 나오기는 힘들 것이라는 예상도 설득력을 얻는다. 너무 많이 나왔고 왜곡 논란도 되풀이되고 있어 쉽게 만들어내기가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고대사를 좀 더 극적으로 알려주기 위해 시작된 퓨전 사극은 결국 역사 왜곡이라는 치명타를 맞으며 점점 후퇴하고 있다. '기황후'가 비록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고는 하지만 시청률만으로는 이제 드라마의 잣대를 들이댈 수 없다.

앞으로 사극이 어떤 형태로 진화될 지, 혹은 퇴보할 지는 모르지만 분명한 것은 이제 더 이상 '역사 왜곡'이라는 오명은 나오지 않아야한다는 것이다. 관점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역사의 사실을 고치는 것은 후손을 위해서도 좋지 않은 행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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